환대의 장이 된 로비, 국립중앙박물관 로툰다

분산된 시지각 정보를 하나로 엮고, 건축과 무관하게 임시로 덧붙인 가구와 공간 프로그램을 정돈해 로비를 다시금 환대의 장으로 만들었다.

환대의 장이 된 로비, 국립중앙박물관 로툰다

국립중앙박물관 로비가 새 단장을 마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중앙박물관은 다양한 연령과 국적의 방문객이 찾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방문객이 가장 처음 마주하는 로비는 건축물의 얼굴이나 다름없지만, 그간 국립중앙박물관 로비는 필요에 따라 가구를 덧대고 정보가 중첩되며 기능이 늘어나 무질서한 모습이었다. 이에 재편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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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맡은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는 분산된 시지각 정보를 하나로 엮고, 건축과 무관하게 임시로 덧붙인 가구와 공간 프로그램을 정돈해 로비를 다시금 환대의 장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리뉴얼한 로비에 들어서면 벽면의 안내 테이블을 중심으로 재배치한 선형 공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시 정보, 브로슈어, 전시실 배치도, 박물관 운영 시간, 다국적 번역기, 휠체어와 유아차 거치대 등을 하나의 긴 공간 안에 통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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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영역 위쪽에는 캐노피를 설치해 로툰다의 존재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직원들이 상부 아트리움의 개방감에 그대로 노출되지 않도록 안정감을 부여했다. 입체적 패턴이 돋보이는 안내 데스크 하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적 국보인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 반가사유상 하단에 우아하게 드리운 천의 주름을 모티브로 패널에 패턴을 새겨 시각적, 촉각적 경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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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역사 대합실처럼 벤치가 스크린을 향해 일렬로 놓여 있던 휴게 공간에도 변화를 줬다. 상설 전시관과 어린이 전시관, 입구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특정한 방향 없이 소파 유닛, 등받이, 손잡이, 협탁 등을 다양한 방향으로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를 설계했다. 복도에 그대로 드러나 있던 물품 보관함도 새롭게 정비했다. 복도와 화장실 사이에 새로운 켜를 덧붙여 물품 보관함뿐 아니라 수유실, 유아차 거치대, 음수대 대기 장소, 쓰레기 수거 공간 등을 나란히 배치해 서비스 영역을 질서 있게 정리했다.

밝은 대리석으로 마감한 로비에서 유일하게 어두운 재료는 기존 라운지 하단부의 흑요석이었는데, 원 건축가의 의도를 존중해 검은색은 유지하되 소재를 달리해 짙은 흑색 계열의 금속과 목재, 컬러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로비를 무장애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 박물관의 목표에 따라 모든 공간의 높이를 낮춘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포데스크의 높이를 휠체어 사용자를 기준으로 낮추고, 휴게 공간의 좌석 역시 일반 의자보다 3cm가량 높이를 낮추어 휠체어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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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5호(2025.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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