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첫인상을 결정하는 HQ 건축 디자인 4
고유의 개성부터 기업의 미래 방향성까지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은 본사 공간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인다. 브랜드의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장비 브랜드부터 실리콘밸리 빅테크까지 흥미로운 HQ 건축 디자인을 살펴본다.
기업과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한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 상징적인 색상을 사용하거나 캐릭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과 브랜드는 자신들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간다. 그중에서도 구성원들이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인 ‘본사(Headquarter, 이하 HQ)’ 건물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 역시 하나의 전략이다. 기업의 첫인상은 물론 브랜드의 외부 이미지를 잘 드러내는 HQ 건축물 네 곳을 소개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로의 초대, 오클리 HQ
스포츠 장비 브랜드 오클리(Oakely). 미국 캘리포니아주 풋힐랜치에 자리한 오클리 본사 건축물은 한마디로 ‘와일드(wild)’하다. 특히 벙커를 연상시키는 입구는 마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에 이른 듯한 느낌도 준다. 이처럼 독특한 오클리 HQ 건물은 회사 창립자인 짐 재나드(Jim Jannard)와 디자인 책임자 콜린 바든(Colin Baden)이 로스앤젤레스의 건축사무소 랭던 윌슨 아키텍처(Langdon Wilson Architecture)와 함께 설계했다. 1997년에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완성된 오클리 HQ 내외부는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보인다. 실제로 짐 재나드는 자신의 친구인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의 작품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1982)와 독일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영화감독 프리츠 랑(Fritz Lang)의 작품 ‘메트로폴리스(Metropolis)'(1972) 그리고 사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매드맥스(Mad Max)’ 시리즈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오클리 HQ는 공장, 사무실, 플래그십스토어, 로비, 농구 코트, 피트니스센터, 카페테리아, 오디토리움 등 스포츠 장비 제작과 판매를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편의를 고려한 시설들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세부 요소들로 눈길을 끄는데 로비에 놓인 의자가 대표적이다. 실제 전투기 조종사들의 사출좌석을 가져왔다. 이외에도 HQ 건물 주변에는 실제 크기의 탱크와 어뢰, BMX 자전거 트랙과 오프로드 RC 카를 위한 트랙도 마련되어 있다. 이들은 단순한 공간 시설을 넘어서 오클리가 스포츠 고글, 선글라스를 비롯해 헬멧, 의류, 장갑, 백팩 등 액티비티 활동에 전문적이며 최적화된 브랜드임을 보여준다. 즉, 고객의 신뢰도 상승과 충성 고객 모객이라는 브랜드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누리는 것이다. 오클리 HQ는 별도로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브랜드 제품의 탄생하는 원천이 궁금하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랜드마크가 된 4기통 엔진, BMW HQ
4기통 엔진 모습을 한 BMW 본사 건축물. 건축 디자인은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칼 슈반저(Karl Schwanzer)가 맡아 진행했다.
1972년 세워진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 BMW 본사 건물도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제조하는 기업답게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을 시각화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 칼 슈반저Karl Schwanzer가 4기통 엔진의 형상으로 건물을 설계했는데 이는 오늘날 BMW HQ가 자리한 독일의 도시 뮌헨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자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으로 꼽힐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재작년 50주년을 맞이한 BMW HQ는 1972년 뮌헨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 기간에 맞춰 선보이는 일정으로 계획되었다. 이전까지 BMW는 공장과 사무 공간이 독일 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효율적인 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했고 이를 위한 하나의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내부에서 대두되었다. 마침 머지않아 뮌헨에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새로운 사옥과 함께 브랜드를 홍보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타이밍이었다. BMW가 계획한 건축 프로젝트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기업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지 모르는 프로젝트인 만큼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공모를 내걸었고 지속 가능하면서도 혁신적인 설계안을 제시한 칼 슈반저가 선택됐다.
칼 슈반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중 하나는 무엇보다 아래에서 위로 쌓아 올라가는 기존의 건축 방식을 벗어난 것이다. 1968년 말에 그가 제안한 시안이 확정되었고, 1972년 하계 올림픽에 맞춰 공개하기 위해서는 3년 반 남짓의 시간만이 주어졌다. 그 안에 100m 높이의 건물과 이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를 브랜드의 테마파크로 조성해야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건물의 상층부터 완성시킨 후 이를 한 층씩 밀어 올리면서 아래 단까지 완성시키는 혁신적인 공법을 도입했다. 덕분에 BMW는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얻었고, 반세기가 넘은 오늘날까지도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통해 진보적이고 뛰어난 기술력은 물론, 전동화 자동차로의 전환이라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유연성까지 갖춘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게 됐다.
100년의 사옥, 구글 베이 뷰 캠퍼스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Google)은 지난 2022년 신사옥 ‘구글 베이 뷰 캠퍼스(Google Bay View)’를 공개했다. 2015년 처음 계획을 발표하고, 2017년에 착공하고서 5년 만에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구글의 미래와 다름없는 건축물을 선보인 것이다. 기업의 관점에서 해당 프로젝트가 유의미했던 건 바로 디자인부터 건축까지 구글이 직접 주도했다는 것이다. 대게 사옥 건축은 건축 사무소에게 일임하곤 하지만 구글은 자체적으로 사내 부동산 개발팀을 두어 덴마크 건축사무소 BIG와 영국의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의 헤더윅 스튜디오와 협력해 새로운 터전을 완성했다.
구글 베이 뷰 캠퍼스의 외관은 빅테크 기업으로 함께 손꼽히는 애플과 아마존 등 다른 기업의 HQ에 비해서는 다소 얌전한 편이다. 맛으로 표현하자면 자극적인 인공조미료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뭉근히 끓여 낸 채수와도 같달까. 즉, 외부로부터 눈에 띄기 위한 디자인이 건축의 목적이 아니라 100년이 지나도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었다.
구글 베이 뷰 캠퍼스의 키워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특히 구글 베이 뷰 캠퍼스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온화한 기후와 바다에 맞닿은 캘리포니아의 자연조건과 환경을 최대한 이용했다. 9만 개의 태양광 패널로 뒤덮은 지붕과 겨울 난방 전력을 위해 땅속에 지열을 모을 수 있는 파일(pile)을 박아둔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일반 건물의 6층 높이에도 불구하고 단 두 개의 층만을 두어 외부 공기 유입을 원활하게 했고 실내 어느 곳에서나 채광이 잘 들어 올 수 있도록 설계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사실 구글 베이 뷰 캠퍼스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건축물이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고 운영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구글의 베이 뷰 캠퍼스는 미래 세대를 향한 구글의 선언일 지도 모르겠다. 그간 다양한 행보를 보여온 구글이지만 구글 베이 뷰 캠퍼스야말로 100년을 내다보는 구글의 글로벌 리더십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지 않을까.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는 시대로, 네이버 1784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신사옥 네이버 1784 모습. 그린팩토리와 함께 형제 사옥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글 못지않게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건축물로 잘 보여주는 기업이 국내에도 있다. 바로 국내 최대 포털 회사인 네이버(NAVER)다. 네이버는 지난 2022년 제2 사옥인 ‘네이버 1784‘를 공개했다. 1784라는 이름은 건물의 위치인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라는 지번과 최초의 산업혁명이 일어난 해를 기념해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눈길을 끄는 건 네이버 1784는 단순한 기업의 건축물 혹은 사무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의 소개에 따르면 이곳은 일종의 시연이 진행되는 곳이다. 즉, 테스트베드(TESTBED)이자 다양한 실험이 일어나는 플랫폼인 셈이다.
특히 ‘테크 컨버젼스 빌딩’은 네이버 1784 사옥을 대표하는 성격 중 하나이다. 이들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생활하는 융합의 공간을 기획했다. 과거 영화 속에서나 보던 풍경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약 100여 대의 로봇이 커피와 택배 등을 배달해 수고로움을 덜어주는데 덕분에 업무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최근 AI 열풍과 함께 AI 그다음 행선지로 로보틱스에 대한 언급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고도로 발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는 현실적인 분야가 바로 로봇이라는 걸 말한다. 시대의 흐름을 고려했을 때 네이버 1784에서 일어나는 매일의 풍경은 네이버의 다음 행선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처럼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네이버의 또 다른 사옥 1784는 분명 눈길을 끄는 건축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