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기묘한 얽힘, 강이연 개인전

생명과 기계의 만남,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강이연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개인전을 열었다.

인간과 기계의 기묘한 얽힘, 강이연 개인전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탐구해온 강이연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가 지난 7월 개인전을 열었다. 7월 10일부터 9월 5일까지 열리는 <Entanglement>전은 ‘양자 얽힘’이라는 뜻의 전시명처럼 이분법의 대칭 항이 서로 얽히고 중첩되는 현상을 은유했다. 더 헤리티지 뮤지엄에서의 전시를 제안받은 강이연은 ‘헤리티지’에 주목하되, 과거의 흔적 같은 뻔한 레퍼토리를 피했다. 대신 그가 택한 것은 매체적 유산, 개념적 유산, 시스템적 유산으로 대변되는 작가 개인의 유산이었다. 이는 각각 몰입형 영상 설치 작업, 이분법의 재정립,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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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분간의 영상을 상영하는 키네틱 설치물. 영상은 해부, 생성, 혼성, 얽힘이라는 네 파트로 이뤄졌다.

더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선보인 키네틱 영상 설치물에선 이 세 키워드가 잘 드러난다. 2개의 스크린에 각각 인간과 기계를 상징하는 추상적 이미지를 투사하는데, 스크린들을 물리적으로 교차시켜 유기체와 기계의 속성이 뒤섞인 독특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강이연 교수는 “이 작업은 AI를 비롯한 기술이 초래하는 인간 존재의 진화와 퇴보 사이의 모호한 경계, 즉 ‘인간과 비인간의 얽힘’에 대한 이야기이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인간이라는 종의 취약성과 같은 실존적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그 답은 절망으로 치닫지 않는다. 그 모습이 기묘할지언정 작가는 이종 간의 얽힘 속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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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복도에 비치한 드로잉 작업물들은 작품의 개념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기계 팔로 그린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강이연의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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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본점 전면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에서 전시 작품 일부를 약 1분 길이의 영상으로 축약해 선보였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6호(2025.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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