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리는 프리즈와 키아프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들
2025 프리즈 서울, 키아프 미리보기
매년 9월 초,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서울로 집중된다. 그 이유는 글로벌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와 한국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최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프리즈가 9월 3일부터 6일까지, 키아프는 9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매년 9월 초,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서울로 집중된다. 그 이유는 글로벌 아트 페어 ‘프리즈(Frieze)’와 한국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Kiaf)’가 서울 코엑스에서 나란히 개최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프리즈가 9월 3일부터 6일까지, 키아프는 9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갤러리들과 예술계 거장 및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아우르는 다채롭고 다이내믹한 아트 페어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만으로도, 한류의 영향이 대중문화를 넘어 예술 분야에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올해는 여기에 더해 DDP에서 세계적인 디자인 페어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가 열릴 예정으로 알려져 더욱 흥미진진한 미술 주간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페어 간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컬렉터와 기관을 대상으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미술 자문회사 아트뷰로(Art-Bureau)의 공동 설립자 에드 탕 (Ed Tang)은 빠르게 변화하며 흥미로운 요소가 늘어나고 있는 한국 미술계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은 뉴욕만큼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호기심과 설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여러 강점을 지닌 도시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준 한류 열풍이 세계 동시대 문화의 흐름을 재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 서울에서 글로벌한 아트 및 디자인 페어들이 경쟁적으로 열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서울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 세계의 컬렉터들을 끌어들이는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프리즈가 이번 페어에서 주목해야 할 신진 작가 5인을, 그와 더불어 키아프는 세미파이널 작가 10인을 선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참가 갤러리와 미술관 큐레이터, 독립 기획자 등 전문가들이 인정한 차세대 작가들과 그들을 이끄는 갤러리들을 함께 주목해 보자.
프리즈 서울에서 주목해야 할 유망한 신진 작가 5인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는 회화, 설치, 조각, 사진, 영화 등 다양한 매체들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그와 더불어 아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망한 신진 작가와 갤러리의 참여가 돋보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중 프리즈 서울이 선정한 신진 작가 5명은 동시대 미술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주역들로 페어의 깊이와 폭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사진 출처 프리즈 홈페이지
도쿄의 도시 문화를 재고하고 현대미술과 음악 등 창작활동에 기여하는 갤러리 콘_CON_ 소속의 요코테 타이키(Taiki Yokote, 1998년생)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을 이어왔다. 이를 통해 무의미하거나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재료 속 숨겨진 서사를 시각화했다.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새로이 선보일 그의 설치 작품은 학생 시절 사용하던 작업실의 벽과 바닥에서 채집한 파편들로 구성한 것으로, 단순한 향수의 표현을 넘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기억의 물질로 형상화되었다.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기반으로 하는 아트 갤러리, 코헤시 이니셔티브(Kohesi Initiatives)의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Timoteus Anggawan Kusno, 1989년생)는 지난 10여 년간 식민주의와 역사적 사변을 탐구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는 폐쇄된 영화관과 상상 속의 영화를 주제로 한 새로운 연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작가는 손으로 그린 포스터 양식인 ‘스판둑(Spandoek)’이라는 시각 언어를 통해 영화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상하이에서 설립된 갤러리 린시드Linseed는 아시아와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신진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과 예술적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갤러리가 소개하는 작가 푸 량Liang Fu(1993년생)은 현재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로 ‘자연, 신화, 우주를 넘나드는 심오하고 기이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디아스포라*의 신체적, 심리적, 문화적 경험에 주목하며, 회화를 넘어 조각 및 설치 매체로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디아스포라 Diaspora: 고전 그리스어로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본토를 떠나 다른 지역에 흩어져 거주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신진 동아시아 및 디아스포라 작가에 초점을 맞춘 타이베이의 현대 미술 갤러리 PTT 스페이스PTT Space는 미국 출신의 작가 크리스틴 티엔 왕(Christine Tien Wang, 1995년생)을 소개한다.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의 불안감, 암호화폐 시장의 흥망성쇠, 그리고 그 사이를 유영하는 밈(Meme)의 문화적 전염성에 주목해왔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가의 신작은 후기 자본주의적 현상을 향한 재치 있고 냉소적인 풍자를 느낄 수 있어 프리즈 서울을 방문하는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갤러리플래닛의 양승원(1984년생) 작가는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사이의 경계에 대한 변화와 하나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변주하며 공존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사진을 기반으로 평면과 입체 작업을 혼용하여 이미지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의 철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구성될 올해 갤러리플래닛의 공간은 시각적 혼란과 더불어 깊은 명상적인 경험을 동시에 선사할 예정이다.
키아프 서울의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 작가 10인

키아프는 2023년부터 연례 시상 프로그램인 ‘키아프 하이라이트(Kiaf HIGHLIGHTS_’를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작품 전시와 판매를 넘어, 창작의 지속성과 예술 생태계의 순환에 기여하고자 마련되었다. 키아프 참가 갤러리들이 추천한 작가를 대상으로 독립 기획자, 미술 기관 큐레이터 등 미술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작품성, 독창성, 동시대성 등의 기준에 따라 공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초기인 2023년에는 20명의 작가를 선정했지만, 2024년부터는 10인으로 규모를 조정했다.


올해 키아프의 주제는 ‘공진(Resonance)’이다. 키아프 하이라이트 역시 이 주제를 기반으로 하여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역량 있는 작가 10인을 선정했다. ‘공진’은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더불어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술 시장의 회복력과 예술이 가진 공명의 힘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주제다. 동시대의 복합적인 진동 속에서도 서로 다른 주파수가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내는 ‘공진’의 개념은, 키아프 하이라이트가 다음 세대를 이끌 유망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취지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



세미파이널에 선정된 작가는 김아라(김리아갤러리), 김정인(라흰), 무나씨(에브리데이몬데이), 박그림(THEO), 박노완(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이동훈(갤러리SP), 조은시(갤러리밈), 홍세진(갤러리플래닛), 지오프리 피통(Geoffroy Pithon, MAĀT 갤러리MAĀT Gallery), 유 시아오Yu Xiao(루시에 창 파인아트Lucie Chang Fine Arts)이다. 회화를 중심으로 독창적인 매체 실험과 표현력이 두드러지는 작가들이 선정되어 페어를 빛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미파이널리스트 10인의 작품은 키아프 현장의 각 갤러리 부스와 더불어 키아프 공식 웹사이트, 도록,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된다. 또한 코엑스 내 엑스페이스(Xpace)와 서울 무역센터 옥외 전광판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와 더불어 키아프의 리드 미디어 파트너 마리끌레르는 작가와의 인터뷰를 비롯하여 다양한 협업 콘텐츠 작업을 진행한다. 키아프 하이라이트의 파이널리스트 3인은 키아프 기간 중 추가 현장심사를 통해 최종 선정되며, 각 작가에게는 공동 주최사 코엑스의 후원으로 각각 천만 원의 창작지원금이 수여된다.



심사위원단은 심사의 주요 기준으로 작가가 구축한 고유한 시각 언어가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그리고 개념, 매체, 재료, 형식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동시대적 맥락을 환기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요소들이 관객에게 새로운 인식 경험을 제안하는지에도 주목했다. 회화가 중심이 된 구성이 다소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고유한 소재와 매체 실험을 통해 독자성을 구축하려는 작가들의 노력과 실험적인 접근이 돋보였기에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들은 역량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온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노력의 결실이 미술 생태계의 성장을 이끄는 가시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아트페어는 작가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미술 생태계 전반의 건강한 균형을 도모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키아프와 프리즈 각각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또한 각 페어는 다양한 전시 섹션과 함께 작가와 관객, 그리고 갤러리 간의 연결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창작자와 유통자의 동반 성장을 유도한다. 이처럼 미술 시장의 다양성을 확장하고, 예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기 위한 아트페어의 다채로운 시도들은 매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아트페어 시작까지 두 달도 안 되는 시간이 남아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펼쳐질 문화 예술의 다채로운 향연이 얼마나 매혹적인 울림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각 페어가 선정한 작가들과 갤러리들의 작품을 미리 둘러보며, 그 분위기를 먼저 체감해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운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