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문제 해결 및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팀튜링’을 위한 사무 공간, ‘튜링 오피스Turing Office’는 기능과 감각, 메시지가 균형을 이루는 복합적 구조 속에서 스타트업의 특성을 반영한 작업이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올브엔알ORBNR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기업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조형 언어와 기능적 장치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올브엔알은 기성 케이블 트레이에서 반복되는 바이너리 코드의 패턴에 주목했다. 기하학적이고 리드미컬한 이 패턴은 천장 구조와 벽면 조형물로 확장되며 팀튜링의 기술 기반 정체성을 공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천장에 설치한 금속 루버는 패턴화된 셰이딩 효과를 만들고, 반복되는 이 구조가 공간 전반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벽면 곳곳에는 짧지만 인상적인 문장을 배치했다. 이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공동체적인 동기를 유발하는 요소다.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말 한 마디, 문장 하나가 구성원 간의 연결성을 강화한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튜링 오피스에서 주목할 점은 자연스러운 활동을 유도하는 동선과 시퀀스다. 올브엔알은 스타트업의 업무 리듬에 맞춰 공간을 세 구간으로 나눴다. 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위치한 개별 집중 업무 공간은 최소한의 시각 자극과 방음 설계로 몰입을 가능케 한다. 이 공간은 소규모 회의실 및 포커스 룸과 연결되어 있어 각자의 속도로 생각을 정리하기 적합하다.

입구 쪽에 계획한 교류 공간에는 오픈 라운지와 팀 테이블, 키친 공간을 배치했는데, 자율적 소통과 활발한 아이디어 교환을 촉진한다. 여기에 반투명 소재를 활용한 파티션은 개방감을 유지하면서도 기능별 영역을 암묵적으로 구분한다.

다음으로 회의실과 라운지 사이의 완충 공간은 자연광이 스며드는 코어 공간으로, 집중과 교류를 부드럽게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벽을 따라 배치한 벤치와 창가 바 테이블은 휴식과 회의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는 포맷을 제공한다.

튜링 오피스는 전통적인 사무 공간에서 벗어나 스타트업 특유의 유연성과 속도를 반영한 모듈형 가구 배치와 가변형 동선 설계 등으로 동시대 오피스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케이블 트레이, 금속 루버, 합판 등의 효율적인 재료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예산의 한계를 오히려 디자인 언어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