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강이연 미디어 아티스트·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
강이연은 회화에서 시작해 영상, 프로젝션, AI 드로잉까지 감각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지난 7월, 신세계 더 헤리티지 뮤지엄 개인전 <ENTANGLEMENT>에서 ‘헤리티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며 몰입형 영상 설치를 선보이고 있다. 기술과 예술, 대중성과 실험성을 아우르는 그의 시선을 지금 주목해보자.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은 회화에서 출발해 프로젝션 매핑, 영상, 사운드, AI 드로잉까지 감각과 기술, 물성과 비물성 사이를 유연하게 오갑니다. 지난 7월 10일부터 9월 21일까지 신세계 더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전시 <ENTANGLEMENT>는 서울에서 오랜만의 개인전으로, 작가가 재해석한 ‘헤리티지(Heritage)’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집약해 보여줍니다.
그가 말하는 헤리티지는 ‘매체적 유산’, ‘개념적 유산’, ‘시스템적 유산’으로, 각각 몰입형 영상 설치, 이분법의 재정립,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전시장에 구현되었죠. 더불어 이번 전시의 일부는 신세계 본점 외벽의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스퀘어’를 통해 약 1분 분량의 영상으로 공개해, 압도적인 스케일과 공공 공간에서의 시청각적 확장을 함께 제안해 눈길을 끕니다.
사실, 거대한 스케일의 작업은 그에게 익숙한 문법입니다. 나사(NASA)와 구글(Google), BTS, V&A 뮤지엄,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등과의 협업은 강이연 작가의 작업 세계를 기술, 패션, 음악, 문화 기관 등 다양한 생태계로 연결해 주었고, 새로운 방식의 시각 언어와 경험 설계를 실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복잡한 걸 좋아하지만, 대중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라는 태도로 자신의 작업을 정의합니다. 프로그래밍, 테크 팀과의 협업, 데이터 기반 리서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결국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죠.
한편, 강이연 작가는 2021년부터 카이스트(KAIST) 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교육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XD 랩(Experience Design Lab)에서는 기술과 예술의 연결 가능성을 실험하며, 창작과 교육, 인간과 기술이 교차하는 접점을 꾸준히 탐색해왔죠. 지금, 강이연이 바라보는 예술의 장면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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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인간, 비인간, 테크놀로지의 얽힘을 말하다
지난 7월 10일부터 9월 21일까지 신세계 더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개인전 <ENTANGLEMENT>를 선보이고 계세요. 서울에서는 오랜만에 여는 개인전이기도 했고, 장소나 규모 면에서도 인상 깊었는데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배경부터 먼저 들려주세요.
이번 전시는 신세계백화점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어요. 특정 주제나 형식이 정해져 있던 기획안이 있었던 건 아니고, ‘더 헤리티지 뮤지엄’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작업을 함께 소개해 보자는 제안이었죠. 전시를 준비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붙잡은 단어는 ‘헤리티지(Heritage)’였어요. 전통적인 유산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제가 다뤄온 매체와 개념, 작업 시스템 자체를 유산처럼 풀어보면 어떨까 했죠. 그렇게 ‘매체적 유산’, ‘개념적 유산’, ‘시스템적 유산’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기존 작업을 재구성한 게 아니라 완전히 백지에서 출발한 작업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컸고요. 이 모든 ‘얽힘’을 담아낸 제목이 <ENTANGLEMENT>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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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ANGLEMENT>가 ‘양자 얽힘’이라는 뜻이더라고요. 단번에 의미가 잡히는 제목은 아닌데요. 관객이 어떤 점을 주목해서 바라보면 좋을까요?
‘ENTANGLEMENT’는 물리학에서 유래한 개념이지만, 저는 그보다 ‘얽힘’이라는 단어 자체에 더 주목해 주셨으면 해요. 두 입자가 물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처럼 연결된 것처럼, 제 작업도 늘 그런 모호한 경계 위에 있거든요. 인간과 기계, 인간과 비인간 같은 대립 항들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얽혀 있죠.
이번 전시도 그런 중첩된 상태, 명확히 나뉘지 않는 감각들을 구현해 보려 했습니다. 두 개의 스크린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조로 배치했고, 관객은 그 주변을 거닐며 이미지가 겹치거나 어긋나는 장면을 경험할 수 있죠. 제목을 반드시 이해하지 않아도, 공간 안에서 ‘얽힘’이라는 감각을 직관적으로 느끼게 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전시는 신세계 더 헤리티지 뮤지엄과 신세계 본점 외벽의 ‘신세계스퀘어’라는 두 장소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어요. 각각의 공간이 갖는 물리적 조건도 다르고, 관객의 경험 방식도 다를 텐데요. 두 공간을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감각을 설계하고자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신세계 더 헤리티지 뮤지엄과 신세계스퀘어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공간이에요. 더 헤리티지 뮤지엄은 실제로 박물관으로 등록된 전시 공간이라, 단순한 유리 쇼윈도우 같은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관람자의 동선, 감각, 몰입을 고려한 ‘경험’ 중심의 연출이 가능했어요. 앞서 언급했듯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개의 스크린을 배치해, 인간의 뇌 MRI 이미지, 눈의 망막 사진, 그리고 양자 컴퓨터 노드 간 연결 구조를 시각화한 이미지까지, 서로 다른 인식 구조와 감각 체계들을 겹쳐 투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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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스퀘어에 선보이는 작업도 이러한 연결의 연장선에 있어요. 백화점 외벽에 있는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점에서 공간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얽힘’이라는 키워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1분 분량의 시청각적 경험으로 압축했죠.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 또는 멀리서 바라보는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멋있는 이미지’처럼, 짧은 순간 안에 강한 인상을 주면서도 전시장 작업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뿐만 아니라 사운드 구현에도 신경을 많이 쓰셨다고요.
맞아요. 영상도 영상이지만, 사실 이번 전시는 사운드가 굉장히 중요했어요. 4.1채널 서라운드 사운드를 사용했는데, 그게 공간에 어떻게 퍼지느냐에 따라 관객의 감각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운드 디자이너와 함께 조율을 정말 많이 했고, 설치 구조도 소리의 흐름을 중심으로 세팅했습니다.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5 resize L100399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L1003997-832x554.jpg)
작업의 장르나 규모 면에서도 테크니션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지점일 것 같은데요. 어떤 방식으로 팀을 구성하고, 협업을 진행하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혼자서 작업하지 않아요. 프로젝트마다 프로그래머, 영상 팀, 사운드 디자이너 등 기술적인 파트너들과 함께 팀을 구성해요. 이런 작업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어서, 각자의 전문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특히 이번처럼 입체적이고 실험적인 구조를 시도할 때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편이에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면한 기술적인 도전이 있다면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건, 두 개의 스크린이 천장에 매달린 상태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한 구조였어요. 이런 방식은 처음 시도해 보는 거라 쉽지 않았죠. 전시장 구조상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위치도 한정돼 있었고, 무게 때문에 높이에도 제약이 있었어요.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6 resize L100478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L1004788-832x554.jpg)
구조물 안에서 스크린이 부드럽게 움직이려면 무빙 모터를 연결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했는데, 이 과정이 기술적으로 굉장히 까다롭더라고요. 실제로 여러 차례 테스트하고 수정하면서 작업했는데 제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장면과 현실 사이에는 늘 차이가 있더라고요. (웃음) 설치 당일까지도 기술팀과 긴밀히 조율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7 DSC00694 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DSC00694-2-832x556.jpg)
전시장 복도에서 만난 드로잉 작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AI와 로봇팔을 활용해 제작한 작업이라고요. 어떻게 제작되었는지가 가장 궁금하더군요.
복도에 설치된 드로잉은 AI 모델을 통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업이에요. 이 데이터를 플로터(plotter)라는 장비를 이용해 실제 종이에 출력했는데요, 플로터는 일종의 로봇팔처럼 작동하면서 벡터 데이터를 받아 선을 하나하나 직접 그려요. 언뜻 보면 사람이 손으로 그린 듯 보이지만, 사실은 기계가 그린 결과물인 거죠. 하지만 출력 속도에 따라 잉크가 번지거나 선의 압력이 달라지는 등 물리적인 변수들이 생기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기계적인 느낌보다는 손으로 그린 듯한 유기적인 감각이 살아 있어요. 바로 그런 부분이 이 작업의 흥미로운 지점인 거죠.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8 resize L100423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L1004237-832x554.jpg)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9 resize Entanglement Projection 04B](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Entanglement_Projection_04B-832x1041.jpg)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0 resize Entanglement Entity 02B](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Entanglement_Entity_02B-832x1025.jpg)
(오른쪽) <ENTANGLEMENT: Entity Series No. 2> (제공. 강이연 스튜디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님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면 무엇일까요?
그동안의 작업에서는 종종 ‘우리는 망했다’라는 식의 비관적인 결론에 이르곤 했어요.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인류가 이미 어떤 절정기를 지나 쇠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회의가 짙었죠. 그런데 이번 전시는 조금 달랐어요. 이제는 변화된 현실들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저항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포용(embrace)’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이미 인간, 비인간, 테크놀로지가 얽혀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런 시대에 아티스트로서 제가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단순했습니다. 변화에 맞서기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것. 이번 작업은 그런 태도의 전환을 담은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PLUS 2. 협업의 예술, 미디어 아트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1 resize YIYUN KANG 2020 Beyond the Scene 2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YIYUN-KANG_2020_Beyond-the-Scene-24-832x555.jpg)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미디어 아트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 있다면요?
학부에서는 전통적인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그림을 좋아해서 미대에 갔고, 작가가 되고 싶다는 단 하나의 꿈만 품고 있었죠. 그런데 막상 대학에 와보니, 회화라는 매체가 제게는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제가 그린 그림들이 마치 쓰레기처럼 쌓여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더 이상 2차원의 캔버스를 마주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영상 수업을 들었는데, 재밌더라고요. 영상을 찍고, 결과물을 또 편집하고… 시간을 다룬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죠. 동시에 논리적 사고가 필요한 과정이라는 점도 제 성향과 잘 맞았어요.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꼭 어떤 영감을 받아야만 작업할 수 있는 전통적인 미술가 상이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앉아서 생각하고, 읽고, 쓰고, 조합하는 일 등 제가 좋아하는 방식이자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영상이었고, 그게 나아가 미디어 아트에 이르게 된 것 같아요.
한국에서 미대 졸업 후,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기 위해 미국 UCLA에 진학하셨죠. 그 계기가 된 인물이 ‘3D 애니메이션 선구자’로 불리는 미디어 아티스트 제니퍼 스타인캠프 (Jennifer Steinkamp)라고요.
앞서 언급했듯이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부터는 “이렇게 하면 나 같은 사람도 작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죠. 본격적으로 유학을 결심하고 여러 학교에 지원했는데, 그중 UCLA가 규모가 작고 교수님들과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한국에서 배울 수 없는 걸 배우자”는 생각이 맞아떨어져 선택했어요.
사실 제니퍼 스타인캠프 교수님의 존재를 미리 알고 간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의 작업을 접하게 됐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죠. 촬영한 게 아니라 3D 애니메이션을 렌더링해서 프로젝션 매핑을 했는데, 미술 작업에 모션 그래픽을 그렇게 본격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작가라고도 할 수 있거든요. 운이 좋게도 제니퍼 스타인캠프 교수님 밑에서 직접 작업을 보며 프로젝션 매핑과 3D 애니메이션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죠.
UCLA 이후 박사 과정은 영국 왕립예술학교(RCA)로 진학했는데요. 이 시기부터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면서, 작업자로서의 방향도 보다 명확해졌습니다.
UCLA와 RCA를 거치며 약 15년간 줄곧 미디어 아트를 다뤄오셨어요. 지금은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기 어려운 환경에 이르렀는데, 작업자로서 미디어 아트를 둘러싼 환경과 기술은 어떻게 변했다고 느끼세요?
기술이 너무 빨리 발전하니까, 오히려 미디어 아트라고 부를 수 있는 작업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어요. 옛날에는 그래도 혼자 다 할 수 있었거든요. 기획하고, 영상 찍고, 편집하고, 설치하고…. 지금은 AI, 로봇팔, 센서, 인터랙션, 프로그램 코딩, 시스템 설계까지 엄청나게 많은 걸 해야 하니까요. 이제는 더 이상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예요.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어떻게 이야기할 건지를 고민하게 되죠.
“이제는 미디어 아트를 하려면 ‘시스템 빌더(System Builder)’가 돼야 해요.
예전처럼 작가가 기획하고, 작업하고, 설치하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 됐죠.”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테슬라, X, 스페이스X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기술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CEO였기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간 선보여 온 프로젝트가 작가님이 기술을 이해하고 계시기에 가능했던 일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처음과 비교했을 때 현재 작가님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고, 또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프로젝트의 경영자로서 역할이나 마인드셋도 중요할 것 같거든요.
예전에는 진짜 영상 편집부터 사운드, 프로그래밍까지 제가 다 했거든요. 어쩔 수 없었던 것도 있고,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 경험이 지금도 되게 큰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지금은 테크니션들이랑 같이 작업하지만 ‘이건 구현 가능하다’, ‘이건 어렵겠다’ 이런 판단을 제가 할 수 있는 거죠.
지금은 영상이면 영상, 사운드면 사운드, 프로그래밍이면 프로그래밍 등 다 따로 기술 전문가들이 있지만, 저는 그 각각의 파편들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이나 구조로 엮일 수 있을지를 설계하고, 방향을 정해주는 역할이에요. 혼자 다 하던 때랑 비교하면 제 역할이 달라진 건 맞지만, 그게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그렇게 해야 더 좋은 작업이 나오는 것 같아요.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2 20250806 101513](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101513-832x416.jpg)
그렇다면 작업 과정에서 창작자로서의 정체성 또는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유지하세요? 여러 협업자와 함께하다 보면 본연의 생각이 흐려질 수도 있잖아요.
협업자들과 함께할수록 오히려 제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요. 작업이라는 건 결국 제가 생각한 이미지, 구조, 사운드로 완성돼야 한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시스템이 커지고, 기술이 복잡해져도, 그 중심에 있는 아이디어만큼은 제 안에서 나와야 해요. 요즘은 생성형 AI 같은 도구도 많지만, 저는 리서치 단계에서만 쓰는 편이에요. 이걸로 작업을 만들면 그건 남이 만든 걸 가져다 쓰는 거잖아요. 제 작업은 어디까지나 제가 직접 읽고, 쓰고, 구조를 조합해 가면서 만들어야 의미가 있어요. 그런 방식이 제 작업의 태도고, 그게 저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PLUS 3. 다른 생태계에 나를 위치시키는 법
지난 한 강연에서 “하나의 오브젝트로 끝나는 작업을 하는 작가가 아닌 이상, 끝없이 많은 생태계와 협업해야 하고, 자신을 다른 생태계에 위치 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라고 하신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테크니션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구글·NASA 프로젝트부터 V&A 뮤지엄, BTS, 예거 르쿨트르 등 다양한 기관, 브랜드, 미술관과 꾸준히 협업해 오셨는데요. 이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 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먼저 2016년 V&A 뮤지엄 프로젝트는 RCA에서의 박사 마지막 해에 진행한 작업이었어요. 당시 제 리서치 역량이 가장 높아져 있던 시기였는데요. 제가 왜 이 뮤지엄에서, 이 작업을 해야 하는지 발표를 통해 설명했는데, 운 좋게도 제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한국인 최초로 V&A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해 진행한 작업이기도 했고, 규모 면에서도 매우 큰 프로젝트였던 터라 이를 계기로 제 작업이 더 큰 스케일로 확장될 수 있었죠.
그리고 BTS와의 협업은 제 작업 철학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준 경험인데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왜 BTS와의 협업은 가능했는데, 동시대 미술 안에서는 같은 접점을 만들 수 없었을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같은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계 안에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대중문화라는 영역 안에서 훨씬 넓고 다양한 반응을 마주할 수 있었던 거죠.
이때 처음으로 “내가 지금까지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예술지상주의적 프레임 안에 갇혀 있었구나”라는 자각이 생겼어요. 예술이 왜 이토록 한정된 방식으로만 존재해 왔는지 되묻게 됐죠. 그 이후로는 예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제 작업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고, 지금도 그 질문들을 붙들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3 resize YIYUN KANG 2023 Passage of Water 14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YIYUN-KANG_2023_Passage-of-Water_14-1-832x1247.jpg)
구글과 NASA와 함께한 협업은 정말 극한의 난이도였죠. 온라인 기반 웹아트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제가 끊임없이 설득해서 COP(기후변화당사국총회) 블루존에서 오프라인 전시까지 성사했어요. NASA 데이터와 위성 정보, 그리고 구글의 플랫폼을 다뤄야 했기 때문에 리서치와 기술 모두에서 한계를 시험당했지만, 작업이 정말 많은 사람에게 닿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어요.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4 resize YIYUN KANG 2023 Passage of Water 16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resize_YIYUN-KANG_2023_Passage-of-Water_16-1-832x555.jpg)
럭셔리 브랜드인 ‘예거 르쿨트르’와의 프로젝트도 기억에 남아요. 140년 전통의 럭셔리 하우스가 저를 신뢰하고, 직접 CEO와 만나며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를 해나간 과정 자체가 굉장히 배울 점이 많았고, 브랜딩과 프로세스 설계 면에서도 인상 깊었죠.
말씀을 듣다 보니 ‘전시’라는 말 대신 ‘프로젝트’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시네요. 작가님에게 ‘프로젝트’란 어떤 개념인 걸까요?
글쎄요. 한 단어로 정리되는 걸 싫어하기도 하고, 실제로 제가 해온 작업은 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묶이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프로젝트’라는 표현을 더 자주 쓰는 편입니다. 요즘 작업은 꼭 갤러리나 미술관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서울디자인재단, 나사(NASA), V&A 뮤지엄과 같은 기관부터 BTS, 예거 르쿨트르 같은 브랜드까지의 협업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걸 무조건 ‘전시’라고 부르긴 애매한 거죠. 무엇보다 백지에서 주제 없이 시작하는 작업과, 기관이나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은 성격 자체가 너무 달라요. 전자는 진짜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어 했는지’부터 시작해야 하고, 나만의 로직(Logic)과 서사(Narrative)를 만들어야 하죠. 저는 그 두 가지를 병행해야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프로젝트’는 하나의 작업 이상으로, 다양한 생태계와의 연결 속에서 확장되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전시’라는 틀보다는 더 유연하고 복합적인 개념이에요.
한편, 관객으로서는 기술 구현이 필수인 작가님 작업이 구조적으로 복잡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본래 동시대 미술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복잡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감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하세요?
저는 원래 구조적으로 복잡한 작업을 좋아해요. 기술적인 층위도 많고, 서사나 공간 구성도 다층적으로 짜는 걸 즐기는 편이죠.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기만 한 것’이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복잡한 작업이라도, 관객이 감각적으로 빠져들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업을 만들 때 시선의 흐름, 소리와 빛의 밀도, 리듬 같은 감각적 요소들을 굉장히 중요하게 봐요. 기술은 어디까지나 감각을 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 핵심은 관객이 그 공간에 몰입할 수 있느냐, 경험할 수 있느냐 예요. 저는 늘 복잡함과 몰입, 그리고 접근 가능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하고 있어요.
“I enjoy building complicated systems, but it has to be accessible.”
“복잡한 시스템을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대중에게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PLUS 4. 카이스트로 간 미디어 아티스트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5 20250806 10171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101718-832x390.png)
RCA에서 객원 교수로 활동하신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하 카이스트) 공과대학 산업디자인학과로 자리를 옮긴 커리어 패스도 인상적입니다. 순수미술에서 출발한 작가로서 이런 행보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카이스트로 자리를 옮기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2년 카이스트 부임 직전, RCA에서 객원 교수로 수업하던 시기가 마침 팬데믹과 겹쳤어요. 모든 수업을 줌(Zoom)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그때 예술 학교에서 감각 없이 가르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실히 느꼈죠. 그 무렵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에서 교수 포지션 공고가 떠 있는 걸 보게 됐어요. 처음엔 솔직히 ‘내가 가도 되는 자리일까?’ 싶었죠. 미대와는 분명 결이 다른 환경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점들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예술과 과학, 감각과 기술이 만나는 접점에서 실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고, 무엇보다도 예술가로서 ‘왜 이걸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지원하기 전까지도 정말 주변에 물어봤어요. “혹시 너희 주변에 아는 과학자 있어?” 그만큼 저한텐 낯선 세계였거든요. 근데 막상 카이스트에 와보니까, 여긴 주변이 다 과학자예요.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고, 과학자들과 나누는 대화가 작업에 새로운 감각을 일으켜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흥미로운 건, 카이스트 공과대학 안에서도 산업디자인학과 소속이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산업디자인학과와는 좀 다른 성격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점에서 다른지 궁금하고, 이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이어가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는 흔히 떠올리는 ‘제품 디자인’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디자인과와는 구조부터 달라요. 대부분의 산업디자인과가 양산 가능한 물건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거나, 기능성과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감성공학,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전공과 관점을 가진 교수진과 연구자가 함께 공존해요. 그래서 디자인을 단순한 ‘형태 설계’로 보지 않고, 감각과 기술, 구조와 상호작용을 함께 설계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죠.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디렉터로 ‘XD 랩(Experience Design Lab)’도 운영하고 계시잖아요. 이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하고, 또 개인 작업과는 혼동되는 지점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XD 랩은 단순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 아니라, ‘감각이 어떻게 구조화될 수 있을까?’, ‘기술과 감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실험하는 곳인데요. 무엇보다도, 저는 이 랩을 개인 작업과는 분리된 교육과 실험의 공간으로 보고 있어요. XD 랩은 제가 작가로서 하는 미디어 아트 작업을 구현하거나 재현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각자 가진 질문을 바탕으로 연구하고, 감각과 기술을 연결해 보는 실험을 진행하는 곳이죠. 그래서 제 작업과 혼동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만나는 학생들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은 정말 특이한 결을 가진 친구들이에요. 기본적으로 리서치 기반의 사고가 굉장히 강하고, 기술적인 구현 능력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감각적인 부분도 굉장히 예민하게 인식할 줄 아는 학생들이 많아요. 이렇게 세 가지가 같이 있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카이스트 학생들은 그 세 가지 요소를 함께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경우가 많아서 작업자로서도 굉장히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웃음)
대학 교육 현장에 계신 만큼, 앞으로 미래의 창작자가 될 학생들에게 필요한 태도나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요즘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건, 여전히 많은 학생이 “문제를 주시면 그걸 풀어볼게요”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저는 창작자에게 정말 중요한 건,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문제를 정의하지 못하면 창작도 시작될 수 없으니까요. 카이스트에서 수업하면 전공이 다른 학생들도 많이 오는데, 기술적으로는 정말 빠르게 습득해요. 레퍼런스를 하나만 보여줘도 열 개를 찾아오고, 제가 던진 개념을 곧바로 연결해서 깊이 있는 리서치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죠.
다만, 아직도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문화는 있는 것 같아요. 발표나 집단 토론에서는 조심스러워하고, 질문도 잘 안 하죠. 그래서 저는 푸시하기보다는 1:1로,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편이에요. 저도 예전엔 질문조차 못 하던 학생이었거든요. 그런 마음을 아니까, 더 천천히 다가가려고 해요. 결국 창작자에게 필요한 태도는, 자기 감각을 믿고 스스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서로 다른 지식을 연결할 수 있는 상상력과 개방성이라고 생각합니다.
PLUS LIST
강이연 작가에게 영감을 준 인물 3
-안노 히데아
강이연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에반게리온>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세계관과 연출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에반게리온을 보면 지금 봐도 여전히 좋다”고 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메카닉, 세계 붕괴의 정서, 상징 구조 등 많은 지점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살면서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에반게리온 에어 심포니> 공연도 다녀왔다고.
-한스 짐머
사운드 작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강이연 작가는 한스 짐머의 음악에서 “총체적 감각의 극대화”를 느낀다. 영화 <라이언 킹>부터 <듄>까지 이어진 그의 필모그래피는 영상, 사운드, 서사의 응집을 보여주는 예시라고 말한다.
-마이클 잭슨
자신을 ‘MTV 세대’라고 소개한 강이연 작가에게 마이클 잭슨은 단순한 팝스타를 넘어선 ‘감각의 충격’이었다. 어린 시절, 안무와 무대, 뮤직비디오가 완벽하게 결합된 퍼포먼스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유년기의 시청각적 기억은 작업의 밑바탕에 남아 있다고.
TIPPING POINT
강이연은 단지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기술과 감각, 예술과 시스템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결을 읽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는 늘 ‘왜 해야 하는가?’에서 출발하고, 그 질문에 논리로 답한 뒤, 마침내 감각으로 설득한다. 그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은 나사와 구글과 함께한 협업 프로젝트였다. 방대한 위성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전 세계 기후 정상들이 모인 COP28 현장에서 작업을 구현하며 그는 다시 확신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복잡한 것을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번역하는 일이라는 것을. 강이연 작가에게는 어떤 매체를 쓰든, 어떤 스케일이든, 그 중심에는 늘 “접근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집요한 태도가 있다. 아름다움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그 안에 질문을 숨기는 방식. 그 명료하고도 강한 신념이 지금의 강이연을 만든다.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6 20250806 07262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072629.jpg)
![[Creator+] 미디어 아티스트 강이연: 테크놀로지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다 17 20250806 07262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07262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