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에서 만나는 ‘예술 금고’, 〈PRPT Vault Service II〉전

오아에이전시가 제안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전시

2024년부터 2년에 걸친 기획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전시 《PRPT : Vault Service 피알피티(프롬프트세트): 볼트 서비스》는 은행 금고를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은행의 주요 기능인 ‘창구’와 ‘금고’의 구조를 통해 작품을 감상, 거래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 그 두 번째 전시인 《PRPT: Vault Service II》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성수동 더블유젯 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다.

성수에서 만나는 ‘예술 금고’, 〈PRPT Vault Service II〉전

20250807 120634
《PRPT: Vault Service II》 전시 포스터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OFF03780
《PRPT: Vault Service II》 전시 외관 전경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매년 신선한 형식으로 예술을 소개해 온 가변적인 예술 경험 서비스 플랫폼 PRPT(PromptSet)가 올해 세 번째 실험을 시작한다. 2023년 다이닝 공간 세트장에서 작품을 ‘서빙’하며 진행했던 전시 《Table Service》를 시작으로,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예술을 더욱 친숙하게 풀어내며 새로운 방식의 감상을 제안했다. 2024년부터 2년에 걸친 기획으로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전시 《PRPT : Vault Service 피알피티(프롬프트세트): 볼트 서비스》는 은행 금고를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켜 은행의 주요 기능인 ‘창구’와 ‘금고’의 구조를 통해 작품을 감상, 거래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간다. 그 두 번째 전시인 《PRPT: Vault Service II》는 8월 7일부터 10일까지 성수동 더블유젯 스튜디오에서 열리고 있다.

은행은 고대에는 안전하고 청렴한 공공적인 장소인 사원이 이용되었고, 점차 시간이 흐르며 오늘날의 ‘은행’이라는 장소로 진화해 왔다. 《PRPT: Vault Service II》는 인류의 역사와 일상 속에 뿌리내린 ‘보관’과 ‘거래’의 개념을 예술과 함께 접목한 기획이다.

OFF02521
《PRPT: Vault Service II》 ‘SECURITY ZONE’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OFF03068
《PRPT: Vault Service II》 ‘WAITING AREA’ 모습
열람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선택한 후 상담창구에 가져다 주면 전시 관람의 지침서인 ‘통장을 받게된다’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7C206669
《PRPT: Vault Service II》 상담창구의 모습.
열람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선택한 후 상담창구에 가져다 주면 전시 관람의 지침서인 ‘통장을 받게된다’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이러한 기획에 걸맞게 전시장의 1층 입구로 들어서면 마치 은행 창구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우측에 마련된 ‘SECURITY ZONE’에서는 상담 혹은 구매 등 방문 목적에 따라 대기 번호를 발급받게 되며, 이어 대기 장소로 이동해 열람을 희망하는 아티스트 최대 5팀을 선택한 후 상담창구로 향한다. 상담 창구에서는 일종의 전시 관람 여권인 ‘통장’을 발급받게 되는데, 작품이 들어 있는 금고 비밀번호부터 작품명, 열람 예약 시간, 작품별 관람 유의 사항, 가격 정보까지 담겨있다. 일종의 전시 지침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OFF02666
1층 전시공간 ‘Vault 1: Safe’ 전시 전경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이 통장을 받고나면 본격적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은행과 금고라는 컨셉에 맞게 모든 작품은 박스형 금고 속에 있다. 일명 ‘볼트 원: 세이프(Vault 1: Safe)’라는 공간이다. 관람객은 열람을 신청한 작가의 금고 번호에 따라, 통장에 찍힌 비밀번호를 입력해 해당 금고를 열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층에 위치한 이 전시 구역에는 강승우, 노봄, 박석민, 밈모, 이예주, monogar 등 총 24팀의 아티스트가 했고, 팀별 각 3개의 작품으로 총 72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1층을 관람할 때는 통장에 찍혀있는 작품별 유의 사항을 꼭 읽어보자.

7C206768
2층 전시 공간 ‘Vault 2: Timelock’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1층 구역의 전시 관람을 마치면, 2층 ‘볼트 투: 타임락(Vault 2: Timelock)’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볼 법한 룸형 금고가 벽면에 설치되어 있으며, 마찬가지로 통장에 적힌 비밀번호를 입력해 금고를 열람할 수 있다. 이 공간에는 김휘아, 민구홍 매뉴팩처링, 양숙현, 오의진, 원우리 & 김승기 등 총 8팀의 작가가 각각 하나의 작품으로 참여했다. 각 작업은 1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온전히 집중해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험형 금고’로 구성돼 있다. 이 구역의 관람은 상담 창구에서 사전 예약한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니, 혹시 예약한 시간이 많이 남았다면 다른 층의 전시부터 먼저 관람하길 추천한다.

7C206748
3층 전시공간 ‘Vault 3: LoadingRoom’ 전시 전경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OFF02775
3층 전시공간 ‘Vault 3: LoadingRoom’ 전시 전경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3층의 마지막 전시 구역인 ‘볼트 3: 로딩룸(Vault 3: LoadingRoom)’에서는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종의 ‘미디어 금고’다. 2층까지는 작년의 전시 구성과 유사한 구성이지만, ‘Vault 3’라는 올해 신설된 공간으로 전시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려 준다. 김보원, 김영준, 서효정, 원정백화점, 이규리, 한수지, Menzi 등 총 9팀이 참여했으며, AI부터 애니메이션, 필름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관객은 사전 열람 신청을 통해 선택한 영상을 헤드셋을 착용한 채 감상하게 된다. 원형 구조의 공간 배치와 은은한 조도, 개별 헤드셋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외부의 시선과 소음을 차단한 채 영상의 흐름 속에서 유영할 수 있다.

OFF03060
1층에 위치한 ATM, 웹사이트에서 구매한 작품을 직접 픽업할 수 있는 기기이다. 운영시간은 11:00 – 23:59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다른 전시와는 달리, 집에서 간편하게 작품을 구매하고 전시장에서 픽업만 할 수도 있다. 1층 SECURITY ZONE 옆에 위치한 ATM은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작품을 현장에서 인출하는 용도로 마련된 장치다. 전시 관람 시간과는 별도로 운영되며, 관객이 직접 작품을 ‘인출’하는 이 경험은 PRPT가 제안하는 예술의 새로운 유통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7C207431
전시 오프닝 공연은 전자 음악가 휘HWI가 맡아 진행했다. 사진 제공 오아에이전시

《PRPT: Vault Service II》는 익숙한 개념을 예술적 경험으로 재구성하며, 전시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도록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한다. 창구를 거치고, 금고를 열며,작품을 인출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관람객은 예술의 새로운 유통 시스템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예술을 유연하고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감상의 방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PRPT가 다음으로 향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단 4일간만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꼭 직접 방문해서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