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과 조롱을 가득 품은 미스치프의 디자인 5

블랙 유머와 결합한 천재적인 발상들

미스치프의 작업 뒤에는 언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이 따른다. 그러나 그들의 파격적인 발상과 유머감각은 동시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유쾌함과 조롱을 가득 품은 미스치프의 디자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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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BABY KING SOLOMON’S BABY 사진 출처 미스치프 인스타그램

얼마 전, 미스치프(MSCHF)는 성경 속 솔로몬 왕의 판결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프로젝트 ‘KING SOLOMON’S BABY’를 선보였다.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4.6m 높이의 아기 조각을 무려 1,000조각으로 절단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충격적인 비주얼로 시청자 모두를 경악에 빠뜨렸다. 퍼포먼스와 동시에 온라인 경매를 열었다. 윤리적 불편감으로 완판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모든 피스가 솔드아웃됐다. 도덕적 관점에서 충격적이고 과한 발상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일부에서는 예술 소유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라는 긍적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다.

미스치프는 이전에도 래퍼 릴나스엑스(Lil Nas X)와 협업해 사람의 피 한 방울이 섞인 빨간 잉크를 사용한 나이키 스니커즈를 출시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심지어 나이키에게 고소까지 당한 이력이 있다. 이처럼 그들의 기획 뒤에는 항상 많은 논란과 걱정 섞인 말들이 따라온다. 하지만 미스치프가 항상 불쾌감이 느껴지는, 혹은 기괴하다고 느껴지는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건 아니다. 루이비통의 가방을 소금 알갱이 입자보다 작은 크기로 출시하는가 하면, 케첩과 립글로스를 무작위로 담은 ‘복불복’ 휴대용 케첩 모형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들의 작업 뒤에는 언제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이 따른다. 그러나 그들의 파격적인 발상과 유머감각은 동시대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생각들을 재치있게 꼬아, 영리한 도발로 완성시킨 프로젝트들을 발표해 온 미스치프들의 디자인을 함께 살펴보자.

#73 VINYL 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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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VINYL BLADE ⓒMS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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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VINYL BLADE ⓒMSCHF

뮤지션 더 위켄드(The Weeknd)와 협업해, 그의 곡 ‘Out of Time’이 수록된 LP를 선보인 프로젝트다. 물론 미스치프가 평범한 LP를 만들었을 리 없다. 이 LP는 음악 재생이 가능하면서도 실제 전기톱의 날로 사용할 수도 있는 하이브리드 제품이다. 재생이 가능하긴 하지만 턴테이블 바늘이 빠르게 마모되며, 톱날로 사용하면 부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를 써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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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VINYL BLADE ⓒMSCHF

사실상 LP로도 전기톱날로도 사용이 어렵지만, 그것이 이 프로젝트만의 매력이자 핵심이다. LP는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매체지만, 톱날은 파괴를 위한 도구다. 음악을 들으려는 순간 그 매체와 장비를 손상시킬 수밖에 없다. 상반된 물성의 두 가지의 물건을 조합해 아이러니함을 만들며 그들 특유의 유쾌함과 조롱을 잘 보여줬다. MSCHF 웹사이트에서 블라인드 옥션 방식으로 25장 한정 판매를 진행하며 소장가치를 높였다.

#73 VINYL BLADE ⓒMSCHF

#81 EAT THE RICH POPS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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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AT THE RICH POPSICLES ⓒMSCHF

억만장자들의 얼굴을 본뜬 아이스캔디 시리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슬로건 ‘부자를 먹어라(Eat the Rich)’을 실제 상품으로 구현한 프로젝트로, 슬로건을 말 그대로 해석해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의 얼굴을 활용한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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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EAT THE RICH POPSICLES ⓒMSCHF

‘Bite Bezos’, ‘Munch Musk’ 등의 이름을 붙여 팝업 푸드트럭을 통해 3일간 $10에 한정 판매를 진행했는데, 바닐라 셔벗 같은 무난한 맛이 나 꽤 괜찮은 디저트였다는 평이 많았다고. 자본 불평등과 소비문화에 대한 조롱을 담은 프로젝트였지만, 판매를 진행했다는 점 자체가 ‘Eat the Rich’ 슬로건의 본질적인 의미와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83 KETCHUP OR MAKE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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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KETCHUP OR MAKEUP ⓒMS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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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KETCHUP OR MAKEUP ⓒMSCHF

미스치프는 뷰티 제도 가리지 않고 서슴없이 만들어낸다. 리한나의 펜티 뷰티(Fenty Beauty)와 협업한 프로젝트로, ‘케첩일까 메이크업일까(KETCHUP OR MAKEUP)?’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박스에는 총 6개의 제품이 들어있는데, 무작위로 케첩 또는 펜티의 립글로스가 들어 있다. 직접 뜯거나 맛을 봐야만 내용물을 알 수 있어 일종의 복불복 같은 시스템으로 만들어 낸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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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KETCHUP OR MAKEUP ⓒMS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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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KETCHUP OR MAKEUP ⓒMSCHF

이 협업은 패키지와 내용물이 다른 무작위성을 통해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흔들며, 뷰티와 식품 산업의 연출 방식을 풍자하며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한정판과 럭키박스 같은 소비 방식에 대한 조롱도 함께 섞여 있어 구매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보는 미스치프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115 GUFRAM X MS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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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GUFRAM X MSCHF ⓒMSCHF

이탈리아 실험적인 가구 브랜드 구프람(Gufram)과 협업한 프로젝트다. 구프람의 대표적인 작업물인 풀잎모양의 폼체어 ‘프라톤 체어(Pratone Chair)’와 ‘캑터스 코트랙(Cactus Coat Rack)’을 MSCHF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프라톤 체어의 풀잎을 잘라 내부를 붉게 드러내는 절단 작업을 하고, 캑터스 코트랙에는 5G 안테나를 연상시키는 장치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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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GUFRAM X MSCHF ⓒMS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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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GUFRAM X MSCHF ⓒMSCHF

1960년대 이탈리아 급진 디자인 운동의 실험 정신을 현대적으로 비튼 본 전시는, 전시 종료 후 두 개의 디자인은 미니어처로 제작되어 각 300개씩 한정 판매되었다. 실제 작품의 조형적 장난과 풍자를 축소해 집이나 책상 위에 둘 수 있는 오브제로 전환하며 수집욕까지 불러일으킨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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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GUFRAM X MSCHF. 이후에 사진과 같이 미이어처로 제작되어 한정판매 되었다. ⓒMSCHF

​#124 AMG x MSC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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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AMG x MSCHF ⓒMSCHF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 AMG와 협업해 실제 자동차 부품을 활용한 가구 컬렉션을 선보였다. 생각보다 진지한 제품 디자인이지만, 프로젝트의 캠페인사진에는 미스치프 특유의 유쾌함이 가득차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25년 뉴욕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된 이 컬렉션은 소파, 의자, 조명, 쓰레기통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됐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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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AMG x MSCHF캠페인 사진 ⓒMSCHF

이 프로젝트 또한 1960년대 이탈리아 급진주의 디자인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작품들은 실제 AMG 부품을 활용한 주문 제작 방식으로 완성되었고, AMG의 정밀한 기술력과 미스치프 특유의 상상력이 결합돼 새로운 형태의 가구 오브제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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