펍지 스튜디오, 성수동에 배틀그라운드 오프라인 공간을 연 이유는?
성수동에 상륙한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산하 펍지 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 IP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상설 공간을 성수동에 열었다. 전시와 체험이 펼쳐지는 서바이버 홀, 워크숍 공간 부트캠프, e스포츠 체험 존 플레이 아레나, 아이템을 모티프로 한 루트 스토어, 카페와 라운지가 마련돼 방문객이 게임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이밍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추구한다.

‘펍지 성수(PUBG SEONGSU)’는 온라인에서만 즐기던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세계를 현실로 불러낸 상설 공간이다. 팝업 스토어처럼 짧게 열고 사라지는 이벤트가 아닌, 시즌마다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며 꾸준히 진화하는 ‘라이브 서비스형 공간’을 지향한다. 게임 속 전장과 아이템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해, 플레이어는 물론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하루 종일 머물며 즐길 수 있다. ‘성수동’이라는 입지 선정부터 건물의 역사, 공간 디자인, 그리고 앞으로의 확장 방향까지. 펍지 성수의 정현섭 디렉터에게 ‘펍지 성수’의 기획부터 운영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직접 들어봤다.
Interview
정현섭 펍지 성수(PUBG SEONGSU) 디렉터

모니터 밖으로 나온 게임 IP


지난 7월, 크래프톤 산하 ‘펍지 스튜디오’가 성수동에 ‘펍지 성수(PUBG SEONGSU)’를 오픈했습니다.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오프라인 공간에 구현한 곳인데요. 찾아보니 이런 사례가 드물더군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다운로드하고, 매일 수백만 명이 접속하는 글로벌 게임 IP입니다. 하지만 그 경험은 항상 화면 속에만 머물러 있었죠. 서비스 연차가 쌓이면서, 팬들과 더 직접적으로 만나고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니즈가 커졌습니다. 그동안 게임 IP를 활용한 오프라인 활동은 팝업스토어나 지스타(G-STAR) 같은 대형 행사처럼 대부분 단발성의 성격이 짙었는데요. 아쉽게도 한 번 보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유저와의 접점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어 아쉬움이 있었어요.


저희는 그 한계를 넘어, 사람들이 여러 번 찾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상설 공간을 만들고자 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펍지 성수(PUBG SEONGSU)’인 거죠. 펍지 성수는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을 실물로 구현한 허브이자, 게임 팬뿐 아니라 비게이머도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을 추구하고 있어요. 카페에서 휴식하고, 굿즈를 구입하고, e스포츠 경기나 전시를 관람하며 하루 종일 머물 수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새로운 실험의 장인 셈이죠.


여러 브랜드 행사를 보면 아무래도 팝업 방식이 리소스 투자 대비 효과가 좋아서 대세로 자리 잡은 듯한데요. 그런 점에서 펍지 성수를 ‘상설 공간’으로 기획하기 위한 내부 설득 과정도 쉽진 않았겠어요.
사실 내부에서도 ‘굳이 상설 공간까지 만들어야 하느냐’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발성 이벤트의 한계를 여러 번 경험하면서,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깊게 경험하게 하려면 상설 공간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저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팬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고, 게임에서 얻은 수익을 다시 좋은 문화 공간과 팬 친화적인 시설에 투자하자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운영되려면 어느 정도의 수익 구조는 필요하지 않나요?
물론 공간이 유지되려면 일정 수준의 수익성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건 즉각적인 매출보다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와 팬 경험이에요. 그래서 1층 머천다이징도 단순히 기념품을 파는 개념이 아니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고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로고를 크게 박은 티셔츠가 아니라, 게임의 상징을 은은하게 녹여 세련되게 디자인하려고 하죠. 이렇게 하면 팬들은 물론 비게이머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와 공간 모두 지속 가능성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펍지 성수가 장기적으로 사랑받으려면, 재방문을 유도하는 장치가 필수일 텐데요.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어떤 전략을 적용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온라인에서 게임 서비스를 기획하는 방식의 문법을 오프라인에도 그대로 적용했어요. 작년부터 팝업 스토어를 세 차례 운영하며 설문조사와 피드백을 꾸준히 받았고, 재방문율이 60% 이상일 정도로 반응이 좋았는데요. 저희는 이러한 지난 과정을 일종의 ‘베타 테스트’로 보고, 초기 시범 운영 단계인 알파, 범위를 넓힌 베타, 유저가 정식 출시 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얼리 액세스 단계를 거쳐 지금의 상설 공간을 ‘라이브 서비스’처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도 게임처럼 단계별로 론칭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구조를 만들었죠. 이렇게 해야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지 않고, 방문객이 ‘다시 와야겠다’라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펍지 스튜디오가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

성수동에 자리를 잡은 것도 흥미롭습니다. 처음부터 이곳을 염두에 두셨던 걸까요?
처음부터 성수를 1순위 후보지로 두고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공간 성격과 잘 맞는 입지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수로 좁혀졌죠. 이 지역은 패션, F&B,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밀집해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호기심이 빠른 곳이라 실험적인 공간을 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 전국 각지에서 팬들이 찾아오기에도 부담이 적고요.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크게 늘어나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유저와 팬들에게도 좋은 거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 팬이든 아니든’ 발걸음을 끌어들이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펍지 모회사인 크래프톤이 성수동에 새로운 사옥을 준비 중인 사실도 한편으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아무래도 그런 점이 전혀 영향을 안 미쳤다고 하긴 어렵겠죠. 본사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협업이나 운영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니까요. 다만 사옥 이전이 성수 입지를 결정한 ‘주된 이유’라기보다, 여러 조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정도였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 지역의 특성과 방문객 흐름이었고, 여기에 본사와의 물리적 거리가 주는 시너지가 더해진 셈인 거죠.

한편 지금 펍지 성수의 자리가 과거 한일피복의 공장이 있던 곳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1960년대부터 운영된 한일피복 가죽 공장이 있던 자리에요. 군수 납품까지 하던 오래된 공장 건물이었는데요. 거친 질감과 구조가 ‘배틀그라운드’ 속 첫 번째 맵인 에란겔(Erangel)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어요.



에란겔은 버려진 마을과 폐허를 배경으로 전투가 펼쳐지는 섬인데, 처음 이 공간을 봤을 때 마치 그 안의 한 건물을 현실에서 마주한 듯한 인상을 받았죠. 외관과 분위기 자체가 게임 속 버려진 건물 같아, 오히려 허물어진 상태 그대로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물론 안전 문제로 일부 구조는 보강했지만, 기본적인 분위기는 그대로 살렸습니다.
배틀그라운드를 삼킨 공간 디자인

펍지 성수의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펍지 성수는 A동과 B동, 두 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동에는 전시·체험·이벤트가 열리는 ‘서바이버 홀(Survivor Hall)’, 워크숍 공간인 ‘부트캠프’, 실제 배틀그라운드 경기 장비와 환경을 구현한 e스포츠 체험 공간 ‘플레이 아레나(Play Arena)’, 그리고 게임 속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은 의류·소품을 판매하는 ‘루트 스토어(Loot Store)’가 자리합니다.


B동에는 배틀그라운드 IP를 활용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이는 ‘카페’, DJ 부스·도서·아트워크가 어우러진 ‘라운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방문객이 게임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동 사이 마당에는 스케이트 파크와 휴게 공간이 있어, 방문객이 게임 세계관을 넘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무엇보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할 수 있는 ‘플레이 아레나’가 가장 눈길을 끄는데요. 실제 PC방과 과 차별점이 있다면요?
성수동은 특성상 PC방 사업성이 낮아, 일반적인 PC방 모델로는 지속 운영이 어려워요. 그래서 ‘플레이 아레나’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배틀그라운드 팬과 e스포츠 팬을 위한 ‘목적지형’ 체험 공간으로 설계했어요. 내부 대기 구역은 게임 초반 등장하는 ‘C-130 수송선’ 내부를 모티프로 디자인해, 초기 얼리 액세스 버전의 추억을 소환했고, 벽면 거울로 공간감을 확장해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좌석은 총 72석 규모로, 4인 스쿼드 배치를 기본 구성으로 하는데요. 이스포츠 경기 운영을 고려해 16개의 팀과 8개의 옵저버 구조로 최소화해 구성했습니다. 또, 플레이어를 위한 책상 규격은 프로 대회 규격(120cm)보다는 다소 작은 90cm이지만, 인플루언서 매치나 이벤트 경기를 진행하기에는 충분하고요.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의자 등 장비들도 모두 프로들이 사용하는 수준에 맞췄습니다.
펍지 성수가 추구하는 방향은?


A동 1층에 자리한 ‘루트 스토어’와 B동 2층에 자리한 ‘라운지’ 공간은 단순히 ‘게임’만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인상적인데요. 펍지 성수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요.
펍지 성수는 ‘게이밍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해요. 단순히 게임 로고를 크게 새긴 티셔츠나 굿즈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하죠. 로고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거나, 게임 IP에서 영감을 받아 세련되게 재해석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팬들은 물론,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큐레이션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배틀그라운드’라는 IP가 가진 오리지널리티가 옅어질 수도 있잖아요. 이런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세요?
물론 IP 고유의 매력을 지키는 건 저희에게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범위를 지나치게 좁히면, 새로운 팬층을 끌어들이기 어렵죠. 그래서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공통 관심사’를 중심에 두고 큐레이션 합니다. 예를 들어 책, 음악, 애니메이션, 아트 토이 등은 직접 제작하지 않더라도 게이머와 키덜트, 영 제너레이션까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거든요.


또한 ‘루트 스토어’와 ‘라운지’는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상품 반응과 방문객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데요. 저는 이게 바로 상설 공간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고, SNS 채널을 직접 운영하며 고객 반응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품 구성을 조정하고, IP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확장하는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서비스를 운영한 지 어느새 8주년이에요. 펍지 성수(PUBG SEONGSU)가 이 시기에 오픈한 것도 마냥 우연은 아닐 듯하고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남길 바라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사실 8주년이란 시점이 주는 상징성이 분명히 있죠. 트래픽과 서비스 안정화, 매출 회복 등 여러 면에서 자신감이 생긴 시기이기도 했고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그동안 받은 사랑을 유저와 팬들에게 돌려드리고, 게임을 둘러싼 문화를 더 넓게 보여드릴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어요.
펍지 성수는 그 첫 실험이자 테스트베드(Testbed)죠. 단순한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배틀그라운드가 가진 세계관과 게이밍 라이프스타일을 실험·확장하는 무대에요. 그런 점에서 팬과 게이머뿐 아니라, 게임을 잘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이곳에서 쌓인 경험과 역량이 해외나 다른 지역, 도시로도 확장될 수 있도록 계속 완성도를 높여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