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 리뷰

지난 8월 2일부터 11일까지 타이완 창의 산업의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가 열렸다. 산업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인 독창성과 상업성 모두 놓치지 않으며 기업과 창작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2025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 리뷰

디자인, 건축, 공예, 출판, 영화 및 드라마 등을 한데 포괄하는 타이완의 창의 산업은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대중 문화로 해외 진출에 성공한 한국이나 장기간 축적된 메가 IP를 다수 보유한 일본 등과 또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는 타이완의 문화적 토대와 연관이 있다. 수천년 전부터 이어져 온 선주민 문화*, 중국 대륙에서 이주한 한족의 문화,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일본 문화, 근대화와 함께 수입된 서양 문화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져 타이완의 문화를 형성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 역시 창의 산업의 체계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문화부와 문화콘텐츠진흥원, 공예연구발전센터 등의 주최로 개최하는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도 그 중 하나다. 2010년 출범한 이 행사는 지난 15년간 창의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타이완의 창작자와 관련 기업에 현장감 있는 인사이트를 선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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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 포스터.

올해는 10개국에서 온 630여 개의 브랜드가 900개 이상의 부스를 선보이며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를 선보였다. 그간 행사가 열리던 송산 문화창의공원뿐 아니라 난강전시관에서도 전시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동시대 창작자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획전, 산업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상업 전시, 비즈니스 매칭 프로그램 등을 선보이며 열흘 간 약 6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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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의 기획전이 열리는 송산 문화창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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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전시가 열린 난강 전시관. 높은 인기 탓에 행사 기간 내내 긴 대기줄이 전시장 밖으로 이어졌다.

*타이완에는 약 6000년 전부터 거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주민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인구의 대다수인 한족과는 달리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폴리네시아 등 태평양 인근의 민족과 문화적으로 유사성을 띈다. 현재 타이완 인구의 약 2~3%를 차지하며,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16개 부족 모두 각자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니고 있다.

로컬리티의 독창적 재해석, 기획전 ‘수풍경’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는 매년 파빌리온을 활용한 기획전으로 행사의 정체성을 날카롭게 벼려왔다. 타이완의 로컬리티에서 천착한 주제가 특징인데, 올해는 ‘수풍경(Water Scapes)’을 키워드로 지역의 풍광에 주목했다. 타이완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인 동시에 온천, 폭포, 호수 등 물과 관련된 자연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키워드이다. 기획전에 참여한 네 팀의 창작자들은 물의 흐름을 독창적으로 시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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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정신’ 전시장에 설치한 파도 모양의 구조물. 농업용 온실의 골조 시스템을 활용하고 반투명 메시 천으로 감싸 가볍고 유연한 구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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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를 걷는 풍경.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향을 특수 제작해 감각적인 전시 경험을 완성했다. 디자이너는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전시에 쓰인 모든 목재를 제재소에서 단기 임대했으며, 행사를 마친 뒤에는 반납했다.

여기에 로컬리티, 역사성과 같은 레이어를 덧댄 점도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전시장인 송산 문화창의공원도 한몫 했다. 일제강점기에 담배 공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보존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주최하는 이곳은 전시에 시간의 두께를 더하며 진정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시 기획자 쩡야신과 린중이의 ‘강의 정신(The Spirit of Water)’이 대표적이다. 전시장 중앙에 파도를 형상화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는데, 구조물 곳곳에 물과 관련된 타이완의 신화, 의례, 풍습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배치했다. 이를 통해 물이 타이완의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게 했다. 한편 공간 디자인 전문 회사 세렌디피티 스튜디오와 디자이너 쩡링리는 ‘안개를 걷는 풍경(The Realm of Mist)’을 선보였다. 이들은 전시장에 원목 기둥들을 설치하고 바닥에 낙엽을 깔아 숲 속을 거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나무 그림자를 형상화한 조명, 연무기로 분사한 안개 등을 더했는데 안개가 자주 끼는 타이완의 자연 환경을 실감나게 재현한 것이다. 이처럼 올해 기획전은 지역의 특수성과 시간의 두께를 남다른 시선으로 재해석해 타이완의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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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성펑의 ‘바다를 맞이하는 섬(The Island of Seascapes)’. 물과 섬을 주제로 한 영화, 사진, 설치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어업용 밧줄을 활용한 설치물을 천장에 매달아 비를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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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황웨이룬의 ‘타이완의 만수(Taiwan as Endless Streams)’. 타이완의 로컬 브랜드 69곳의 제품 167개를 엄선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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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타이완 공예연구발전센터에서 엄선한 공예 브랜드 70개를 소개하는 팝업 숍, 데일리 크래프트+.

창의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한 상업 전시

기획전이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만의 차별점을 보여줬다면, 상업 전시는 창의 산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창의 산업이 독창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가지 동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산업의 본질을 파악한 기획이었다. 전시는 한국의 코엑스와 유사한 난강전시관에서 열렸는데, 캐릭터 브랜드, 소규모 공예 및 디자인 브랜드 부스들을 배치해 관람객들의 구매를 유도했다. 총 10개국의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그 중 한국 브랜드들도 적지 않았다. 지드래곤과 IPX의 협업으로 탄생한 캐릭터 브랜드 ‘조앤프렌즈’를 비롯해 일러스트레이터, 뷰티 브랜드, 디자인 브랜드 등이 참여해 한국의 크리에이티브를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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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프렌즈의 캐릭터들. (왼쪽부터) 앤, 조아, 아기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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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스타 팝 파크의 입구.

타이완의 캐릭터 브랜드들과 오리지널 IP를 소개하는 기획 전시들도 열렸다. 캐릭터 브랜드 라이센싱 협회는 타이완의 오리지널 캐릭터 IP를 홍보하기 위해 ‘IP 스타 팝 파크Star Pop Park’를 운영했다. 문화부의 콘텐츠 지원 프로그램 ‘T-콘텐츠’를 통해 선발한 34개의 캐릭터 IP를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로, 여행, 모험, 음식, 힐링 등 다섯 개의 주제를 기반으로 테마 존을 구성했다. 다른 전시들과 구별되도록 선명한 퍼플·핑크 컬러를 전반적으로 적용했으며, 포토 존, 영상 콘텐츠, 인터랙티브 체험 등을 부스 별로 다채롭게 선보여 개별 캐릭터들의 세계관에 몰입하도록 유도했다. 또한 캐릭터, 출판 등 타이완의 대표 IP 12개를 소개하는 ‘Ipop-Up: 타이완의 잠재력이 살아나는 곳(Where Taiwan’s IP Potential Comes to Life)’, 창의적인 브랜드와 IP 라이선싱 사례들을 한데 모은 ‘Hi! Aqua Zone’ 등 타이완의 창작자들을 다방면으로 조명하는 콘텐츠들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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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온 컬러의 아크릴을 적극 활용해 생동감과 유동성을 표현한 Hi! Aqua Zone.

창의 산업을 지원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기업과 소규모 브랜드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브랜드와 바이어를 위한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업들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 기여했으며, 비즈니스 포럼으로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일례로 산리오의 아키코 이리에 상품기획부 부장, 워너 브러더스의 칼린 탠 애니메이션 디렉터는 캐릭터 IP의 브랜딩 전략을 설명하며 자사의 사례를 예시로 들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카 텔레비전Hakka Television의 뤄이리 프로그램부 부장과 영상 콘텐츠 제작사 한차오 크리에이티브Hanchao Creative의 탕성롱 회장은 영상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주제로 토론하며 업계의 현 주소를 진단했다. 올해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엑스포는 자국의 창의 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관계자를 두루 포괄하며 수치상으로나 질적으로나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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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간 중 열린 토크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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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산하의 기관인 타이완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에이전시가 기획한 ‘Ipop-Up: 타이완의 잠재력이 살아나는 곳’. 캐릭터, 출판 등 타이완의 대표 IP 12개를 소개하며 오늘날 대중문화 산업에서 IP의 가치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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