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가 과거로부터 그려가는 미래, 〈Recorded Future〉전

나이키랩 서울(NikeLab Seoul)의 서울 아트 위크 특별 전시 리뷰

나이키랩 서울(NikeLab Seoul)이 서울 아트 위크에 맞춰 9월 5일부터 7일까지 선보인 전시 〈기록된 미래(Recorded Future)〉는 과거를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미래를 탐구하는 기록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나이키가 과거로부터 그려가는 미래, 〈Recorded Future〉전

도시는 끊임없이 흔적을 남기며 변화한다. 건물부터 간판, 사람들의 옷차림까지 모든 것이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 기록은 다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다음 세대를 위한 단서로 남는다. 나이키랩 서울(NikeLab Seoul)이 서울 아트 위크에 맞춰 9월 5일부터 7일까지 선보인 전시 〈기록된 미래(Recorded Future)〉는 과거를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고, 미래를 탐구하는 기록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나이키와 조던 브랜드의 네 가지 제품을 출발점으로 예술가, 디자이너, 아키비스트(Archivist)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며 미래를 그려낸 협업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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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된 미래(Recorded Future)》 전시는 꼴라보하우스 한남에서 진행됐다. 사진 나이키

전시의 시작은 이번 주제 ‘기록된 미래’에 맞춰 세 아키비스트, ‘김밥 레코즈(Gimbap Records)’, ‘도탑다(dotopda)’, ‘카고 컬트(Cargo Cult)’가 준비한 아카이빙 컬렉션으로 열렸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도탑다’가 선보이는 빈티지 매거진 아카이브로 그 속에서 나이키의 다양한 레거시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옆과 공간의 중심에는 ‘카고 컬트’가 마련한 나이키의 빈티지 슈즈와 의상을 전시했다. 나이키의 빈티지 제품들은 지금 다시 상품으로 출시해도 손색없는 미래적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 전시의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마지막 문턱에는 LP 애호가라면 익숙한 이름인 ‘김밥 레코즈‘가 한국 음악 중심의 LP 컬렉션을 더하며 아카이빙 공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공간은 과거의 흔적을 오늘의 시선으로 풀어내며 전시의 시작을 알린다.

김밥 레코즈의 LP 컬렉션 옆으로는 새로운 전시 공간이 나타난다. 이 공간의 이름은 “95” Exhibition. 런던, 도쿄, LA, 뉴캐슬 네 도시의 사진가들이 협업해 만든 이 프로젝트는 나이키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Air Max 95’가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기록했다. 일상의 의식, 지역의 풍경, 개인적 관계를 담은 사진들은 한 권의 아트북으로 엮였고 ‘Something Special Studios(SSS)’와 함께 전시 공간으로 옮겨졌다. 아트북과 함께 스니커즈가 현대 도시 속에서 어떻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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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Jordan 17 × Infinite Archives’ 전시 전경 사진 나이키

​아트북 전시를 보고 지상으로 올라오면 시카고의 갤러리스트이자 브랜드 디렉터인 ‘이시메메 “이지” 오타보(Isimeme “Easy” Otarbor)’가 기획한 ‘Air Jordan 17 × Infinite Archives’ 전시가 이어진다. 그는 2015년 Infinite Archives를 세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는 그가 준비한 그룹전 〈Two Thousand and Two〉의 일부 작품을 다시 소개했다.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조던 브랜드와 예술이 만나는 장면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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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Max 95 × WORKSOUT〉 전시 전경. 사진 나이키

2층에서는 나이키의 과거부터 현재를 대표하는 ‘Air Max 95’와 현재부터 미래를 상징하는 ‘AvaRover’를 주제로 한, 두 개의 전시를 만날 수 있었다. 그중 〈Air Max 95 × WORKSOUT〉은 나이키와 공식 협업 파트너 웍스아웃이 함께 완성한 프로젝트다. 이번 제품은 오리지널 에어맥스 로고에서 변주된 웍스아웃의 로고가 새겨졌다. 또 웍스아웃의 시작을 함께한 학창 시절의 교복 색상과 매장 인테리어에서 착안한 컬러가 제품에 반영됐다. 덕분에 에어맥스의 30년 역사 속에서도 특별한 컬러를 띈다. 이 협업 제품을 전시 공간에서 두 아티스트가 새로운 매체로 해석했다. 포토그래퍼 ‘심재(SIMJAE)’ 가 서울의 서브컬처 풍경을 배경으로 협업 제품을 포착해 도시 속에 녹아든 에어 맥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팀 노드(TEAM NODE)’는 웍스아웃의 여정을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하고, 대형 LED 스크린을 통해 몰입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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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 Rover’ 전시 전경 사진 나이키

2층의 또 다른 전시는 현재부터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 ‘아바 로버(Ava Rover)’ 가 중심이 되었다. 도심 속 움직임에서 출발한 이 모델은 나이키 러닝화의 핵심 기술인 ‘React X 폼’과 스트릿 감각의 실루엣이 결합해 기능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갖춘 제품이다. 전시 공간은 이 제품을 중심으로 수많은 CCTV와 영상 스크린이 미래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뮤직비디오 감독 겸 게임 제작자 ‘멜트미러(MELTMIRROR)’, 무브먼트 디렉터 ‘김온(KIMON)’, 뮤지션 ‘황휘(HWI)’가 참여해 각각의 시선으로 아바 로버의 움직임과 리듬을 영상과 미디어 인스톨레이션으로 풀어냈다. 이들의 작업은 스니커즈를 매개로 도시와 사람, 그리고 움직임을 해석하며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전시의 일부에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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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asus Premium’ 전시 전경 사진 나이키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는 러너들의 상징적인 모델 ‘Pegasus Premium’을 보여준다. 투명 에어 줌 유닛과 ‘Zoom X’, ‘React X’ 폼이 적용된 이 제품은 장거리 러닝에서도 탁월한 반응성과 착화감을 제공하고 나이키 러닝화 기술의 진화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품을 하나의 경험으로 풀어냈다. 구조를 해체한 비디오와 에어와 쿠셔닝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앰비언트 사운드와 영상으로 시각화해 기능을 감각적 언어로 전환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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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씩 코믹스(OMSiC Comics)’ 가 준비한 네 컷 만화 조각. 4개의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총 4개의 조각을 받을 수 있다. 사진 나이키

마지막으로, 전시 곳곳에서는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가 펼쳐진다. 건물의 1층 중앙 안마당에서는 전시의 주제 ‘Recorded Future’의 개념과 닿아있는 예술가들 곽철안, 박민수, 강재원의 작품이 전시했다. ‘옴씩 코믹스(OMSiC Comics)’는 네 컷 만화 조각을 관객이 직접 모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하고, 루프탑에 마련된 ‘Dingbat Font Workshop’에서는 서울의 26개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든 알파벳이 하나의 딩벳 폰트로 이어진다. 이 글자들은 다시 전시의 주제를 시각화해 2025년 서울을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남겼다.

올해로 3년째 계속되는 나이키랩 서울의 전시. 역대급 규모로 펼쳐진 올해 전시는 나이키가 과거의 기록에서 길어 올린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기록을 나열하지 않고 새로움을 함께 제안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며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제품과 아카이브, 그리고 아티스트들의 시선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풍경은 나이키랩만의 색으로 자리 잡았다. 내년 아트 워크 주간에는 어떤 주제로 또 다른 미래를 제시할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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