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서울에서 피어나는 다카시 무라카미의 꽃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SEOUL, KAWAII SUMMER VACATION)〉전

유명 패션 브랜드부터 세계적인 셀럽들까지 사랑하는 현대미술 작가인 다카시 무라카미가 지금 서울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APMA 캐비닛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가고시안이 주최를 맡고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투명하고 개방적인 건물 1층에서 무라카미의 시그니처 아이콘인 ‘활짝 웃는 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2년 만에 서울에서 피어나는 다카시 무라카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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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 ‘Superflat Shangri-La Square’, (2025)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Kei Okano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화려한 색감, 활짝 웃고 있는 캐릭터 같은 꽃, 마치 팝아트 같은 작품들. 이 모든 말이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슈프림(Supreme)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부터 물론 칸예(Ye), 드레이크(Drake), 뉴진스(NewJeans) 같은 세계적인 셀럽들까지 사랑하는 현대미술 작가인 다카시 무라카미가 지금 서울에서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의 APMA 캐비닛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가고시안이 주최를 맡고 있다.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투명하고 개방적인 건물 1층에서 무라카미의 시그니처 아이콘인 ‘활짝 웃는 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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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A 본사에서 열리고 있는 다카시 무라카미 전시장 전경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Jeon Byung Cheol Courtesy Gago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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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A 본사에서 열리고 있는 다카시 무라카미 전시장 전경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Jeon Byung Cheol Courtesy Gagosian

이번 전시는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무라카미 다카시 : 무라카미좀비〉 이후 국내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전시다. 특히 2013년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린 〈수퍼플랫 원더랜드〉 이후 무려 12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이기도 하다. 2024년에 뉴진스와의 협업을 진행하며 무라카미 다카시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와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리고 이번 2025 프리즈에서는 그의 작품 10점이 완판될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아트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관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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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Seoul, Kawaii Summer Vacation>, 2025, installation view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Jeon Byung Cheol Courtesy Gagosian

전시 제목은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SEOUL, KAWAII SUMMER VACATION)〉.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즐거운 기운이 가득한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그의 대표 아이콘 ‘활짝 웃는 꽃(Smiling Flower)’은 작품세계를 상징하는 가장 잘 알려진 이미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신작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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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Seoul, Kawaii Summer Vacation>, 2025, installation view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Jeon Byung Cheol Courtesy Gagosian

‘활짝 웃는 꽃’은 일본 전통 회화 양식인 ‘니혼가’에서 출발해, 1995년 그의 작품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애니메이션, 만화적 표현, ‘카와이(kawaii)’ 감성, 오타쿠 문화의 요소가 더해지면서 ‘슈퍼플랫(Superflat)’이라는 독창적인 미학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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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Seoul, Kawaii Summer Vacation>, 2025, installation view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Jeon Byung Cheol Courtesy Gagosian

무라카미의 작품 속 꽃은 밝고 즐거운 상징처럼 보이지만 소비문화와 대중 취향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누구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이미지지만, 그 안에는 현대 사회의 불안과 모순이 숨어 있어 묘한 울림을 준다. 단독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수십 송이가 별자리처럼 정교하게 배열되기도 한다. 그는 이 아이콘을 통해 전통과 현대,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시각 언어를 만들어왔다. 그래서 꽃은 그의 작품세계를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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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 (2025)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Summer Vacation Flowers under the Golden Sky’(2025)이라는 신작이다. 해골 문양이 양각된 배경 위로 무수히 많은 활짝 웃는 꽃들이 쏟아진 듯 흩뿌려져있다. 다양한 색감이 사용되어 화려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허무가 교차하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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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Tachiaoi-zu’ (2025)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the artist and Gagosian

무라카미의 이름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전혀 다른 미감을 보여주는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바로 ‘Tachiaoi-zu’(2025)가 그렇다. 일본 전통 회화의 거장 오가타 코린(Ogata Korin, 1658-1716)이 남긴 접시꽃 그림을 무라카미가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낸 작품이다. 오래된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번역하는 그의 태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조각 작품 ‘Hello Flowerian’(2024)은 꽃 얼굴을 한 작은 인물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하나는 무지갯빛 색채를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금박으로 마감된 모습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지만 일본 사회의 불확실성과 불안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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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ASHI MURAKAMI<Seoul, Kawaii Summer Vacation>, 2025, installation view
©2025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Photo Jeon Byung Cheol Courtesy Gagosian

이번 전시 〈서울, 귀여운 여름방학〉은 즐겁게 웃고 있는 꽃들이 직관적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표면적으로는 기분 좋고 유쾌한 전시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설명과 예술관을 깊게 들여다보면 사회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진행된다.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오랜만의 개인전인 만큼 방문해서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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