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를 맞은 ‘베를린 아트 위크 2025’가 14만 명 이상의 방문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지난 9월 10일 수요일부터 14일 일요일까지 닷새 동안 100여 개의 파트너 기관과 30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베를린 전역을 현대미술의 장으로 만들었다.

베를린 컬처프로젝트 전시·이벤트 책임자 지모네 라임바흐(Simone Leimbach)는 “베를린 아트 위크는 베를린에서 가장 큰 현대미술 축제다. 100개가 넘는 파트너와 함께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20여 개 기관의 전시 오프닝, 50여 개 갤러리 나이트, 다양한 공연·토크·투어를 통해 베를린 예술계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독일과 해외에서 14만 명 이상이 찾아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이번 주를 함께 만든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 무대

축제의 중심지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에 마련된 베를린 아트 위크 가르텐에서는 관객들이 카이크 티지(Caique Tizzi)의 음식 개입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민주주의·예술의 자유·과학을 주제로 한 강연을 들으며, 밤에는 비디오아트 앳 미드나잇(Videoart at Midnight)과 협력한 야외 영화 상영과 베를린 DJ 트라우마(DJ Trauma)의 음악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또한 ‘오늘날 문화 공간과 박물관의 미래 형성’ 심포지엄에서는 세계적인 큐레이터와 박물관 디렉터들이 청년 참여, 혁신적인 박물관 모델, 문화 기관의 역할을 놓고 활발히 논의했다. 행사의 호스트였던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은 이번 축제를 통해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코소보 출신 아티스트 페트리트 할릴라즈(Petrit Halilaj)의 첫 오페라 작품 〈 Shirigana〉와 다양한 창작 단계의 조각, 설치, 비디오 작업을 소개하며 가을 프로그램을 열었다.

또한 매년 신 국립 미술관(Neue Nationalgalerie)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매년 ‘Perform!’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객들이 참여했다. 그중 1969년 발표된 전설적인 퍼포먼스로 퍼포먼스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가 된 조안 조나스(Joan Jonas)의 대표작 〈미러 피스(Mirror Piece)〉는 유독 인기를 끌었다.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가 설계한 건물의 테라스는 이 작품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구름과 건축, 퍼포머와 관람객의 몸이 서로 스며들며 매혹적인 대화를 나누는 순간,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신진부터 거장까지, 예술의 다성(多聲)

예술은 잘 알려진 유명 작가뿐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시끄럽게 혹은 조용히, 때로는 날카롭고 잔인하게 말을 건넸다. 이처럼 다양한 입장을 가진 예술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개인 소장품 관람처럼 소수만 누릴 수 있었던 경험을 더 많은 관객에게 확장한 것이 올해 베를린 아트 위크의 중요한 성과였다. 특히 ‘특집의 밤’과 같은 새로운 형식은 베를린의 독립적 오프 씬을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유목민 배우들과 색다른 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의 작품을 광범위한 관객에게 한층 더 가깝게 소개하며,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풍요로움을 드러냈다. 이 도시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이니셔티브를 가시화하고 보존하는 것이 목표였다. 베를린 아트 위크 예술감독 모나 슈테레(Mona Stehle)는 “기본 민주주의 질서가 위협받는 시기에 우리는 베를린 아트 위크를 넘어 앞으로 몇 년 동안 공공 공간에 예술적 다원주의를 도입하는 캠페인 ‘Vorsicht, Demokratie!(민주주의를 주의하라!)’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집의 밤, 도시를 무대로 한 실험

금요일 저녁에는 ‘특집의 밤(Featured Night)’이 열려 도시 전역에서 특별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오프닝, 공연, 대담, 가이드 투어가 이어졌고, 펑크하우스(Funkhaus), 플루트그라벤(Flutgraben), 하우스 데어 비저(Haus der Visionäre) 등지에서 파티가 계속됐다. ‘특집’ 섹션의 25개 특별 프로젝트와 이니셔티브는 모두 색다른 장소에서 진행됐다.

Cem A의 ‘비판 클럽’은 트라우마와 예술로의 텍스트(Text zur Kunst)가 협력해 성 엘리자베스 교회(St. Elisabeth Church)로 관객을 초대했다. 레미제 인 랑겔키에즈(Remise in Wrangelkiez)는 베를린과 해외 아티스트 40여 명이 참여한 ‘맥시멀(Maximal)’ 전시를 열었다. 파사주 암 헤르만플라츠(Passage am Hermannplatz) 지하에서는 게라드 롤링(Gerrard Rolling)의 공연이 진행됐다. 국경 없는 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가 기획한 ‘휴먼 인 트랜짓(Human in Transit)’은 난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했고, Refuge Worldwide, A Trans, 뮤지엄 하우스 데 페이퍼(Museum Haus des Papiers)가 공동 투어와 대담을 진행했다.

사립 컬렉션의 오픈 하우스

오픈 하우스(Open House) 프로그램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베를린의 대표적 개인 컬렉션인 보로스 컬렉션(Boros Collection) 등 일부는 사전 예약 없이 문을 열었고, 아킴 프레이어(Achim Freyer)의 나네 마이어(Nane Meyer), 이보 베셀(Ivo Wessel)의 도나타 벤더스(Donata Wenders), 플루엔툼(Fluentum)의 조던 스트레이퍼(Jordan Strafer)가 참여한 ‘아티스트와의 만남’은 아티스트와 컬렉터의 관계를 깊이 있게 조명했다.

토요일 저녁 열린 ‘컬렉션을 발견하다!’에서는 컬렉터 카타리나 가르버스-본 뵘(Katharina Garbers-von Boehm), 브리기테 트로타(Brigitte Trotter), 게오르그 로이터(Georg Reuter), 알렉산드라 하켈스버거(Alexandra Hackelsberger)가 평소 공개하지 않던 개인 공간을 열어 관람객에게 특별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아트페어, 갤러리 나이트, 그리고 어워즈

해마다 아트 위크 기간에 열리는 포지션스 베를린 아트 페어(Positions Berlin Art Fair)는 구 템펠호프 공항 격납고에서 열려 75개의 현지·국내·국제 갤러리가 참여했다. 관객들은 이곳에서 현대미술의 최신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갤러리 나이트(Gallery Night)에서는 48개의 베를린 갤러리가 도시 전역의 갤러리 공간에서 새로운 오프닝을 선보였다.

한편, 올해의 주요 수상도 눈길을 끌었다. 크보스트 쿤스트베라인 오스트(KWOST Kunstverein Ost)의 클라우스 미칼레츠 상 2025는 데이비드 아피카제(David Apikadze)가 수상했다. 괴테 인스티투트(Goethe-Institut)와 하우 헤벨 암 우퍼(HAU Hebbel am Ufer)는 베를린 아트 위크와 협력해 205개의 국제 출품작 중 20개를 선정한 온라인 단편 영화 시리즈 〈 AIsolation 〉을 선보였다. 또한 1만 유로의 상금이 걸린 베를리니쉬 갤러리의 올해의 ‘VBKI 프라이즈’는 로버트 그루넨버그(Robert Grunenberg)에게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