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확장한 판타지, 요시타카 아마노
게임 ‘파이널 판타지’, 애니메이션 〈뱀파이어 헌터 D〉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일러스트레이터 요시타카 아마노가 비스타 워커힐 서울 호텔에서 국내 첫 개인전 〈꿈의 메아리〉를 선보였다. 호텔이 지난 4월부터 전개해온 ‘조이 위드 아트(Joy with Art)’ 캠페인의 일환으로, 호텔이 ‘아트캉스(아트+바캉스)’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시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여는 첫 전시라고 들었다. 어떻게 전시를 구성했는지 궁금하다.
한국과 일본은 가까운 나라임에도 전시할 기회가 없었다. 이렇게 작품을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쁘다. 전시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일러스트보다 아트 작품 위주로 꾸몄다. 대표적인 것이 ‘캔디걸’ 시리즈다. 현대 아이돌을 주제로 한 초상화로, 현대의 우키요에*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제작했다. 작품은 대부분 알루미늄판에 그렸는데, 이는 자동차에 대한 나의 개인적 관심에서 비롯됐다. 여전히 산업의 중심은 자동차라고 생각해 자동차에 쓰는 알루미늄 소재와 동일한 코팅 방식을 작품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예술에서는 아직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영역이기에 꼭 해보고 싶었다.
*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일본 에도 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 풍경 등을 담은 풍속화.
한국 브랜드 ‘피치스’와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두카티 파니갈레 V4 바이크에 내 그림을 래핑했다. 알루미늄 작업이 자동차 산업에서 착안한 만큼 이를 다시 바이크와 연결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작품은 실제로 페라리, 포르쉐 등의 코팅을 담당하는 공장에서 마감 공정을 거쳤다. 한국 브랜드와 공식적으로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계속 이어가고 싶다.
특유의 작풍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작품은 보통 어떤 과정을 통해 그리나?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매체와 협업했지만, 내 본질은 결국 제로에서 그림을 시작하는 아티스트다. 나는 신화나 전설처럼 실제로는 볼 수 없는 것을 시각화하는 판타지 작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늘 다른 문화를 탐구한다. 일본 문화는 일본인에게는 일상이지만 서양인에게는 판타지일 수 있다. 이탈리아, 그리스, 중국, 그리고 이번 한국 방문으로 직접 경험한 풍경과 체험이 머릿속에 이미지로 남아 영감이 된다.
애니메이션, 소설 삽화, 게임, 파인아트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다. 창작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다. 애니메이션 작업이 익숙해질 즈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어졌고, 그렇게 욕망을 좇다보니 결과적으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게 되었다.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린다. 특히 자기 전에는 크레파스, 물감, 색연필 등 다양한 도구로 작업하는데, 일이라기보다 즐거움으로 그리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