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 리뷰

매년 프랑스에서 열리는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에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 듀오, 왈자가 참여했다.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에 대한 자세한 체험 후기를 소개한다.

2025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 리뷰

부아부셰가 전 세계의 창작자들로 붐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초대 관장 알렉산더 폰 페게작이 35년 전 출범한 ‘부아부셰 디자인 건축 워크숍(이하 부아부셰 워크숍)’ 때문이다. 잉고 마우러, 하이메 아욘 등 스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강사로 참여해온 이 워크숍은 부아부셰성 일대에서 참가자들의 개성을 북돋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250326000000454 O
2025 부아부셰 워크숍 홍보용 키 비주얼. 총 23개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전체 워크숍은 7월 6일부터 9월 6일까지 진행했다. 올해는 ‘사적-공적 영역(Private-Public Spheres)’이라는 주제로 사적·공적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탐구했다.

월간 <디자인>과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은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 참가자 중 베스트 영 디자이너로 선정한 디자이너들에게 워크숍 참여를 지원한다. 올해는 한국적인 미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디자인 듀오, 왈자가 참가했다. 프랑스에서 일주일간 새로운 영감을 충전하고 돌아온 이들에게 후기를 청했다.

241128000000382 O
(왼쪽부터) 김윤지와 한어진. 한국적인 감성의 가구와 오브제를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왈자를 운영한다. 지난해 베스트 영 디자이너 3팀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241128000000384 O
왈자의 ‘만滿시리즈’.
241128000000383 O

KakaoTalk 20250911 191749713 28
워크숍을 진행하는 부아부셰 성. 사진 한어진(왈자)

넓게 펼쳐진 들판과 햇빛에 물든 작은 건물들, 아름다운 호수까지. 우리는 모네의 그림 속 풍경과도 같은 곳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 문화도 언어도 제각기 다른 참가자들은 디자인과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은 닮아 있었다. 첫 만남부터 서로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우리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열린 ‘Man Made– Machine Made’였다. 아르텍이 파트너로서 자사의 목재를 수업 재료로 제공했고, 핀란드 출신 가구 디자이너 요나스 루츠Jonas Lutz와 아르텍 수석 디자이너 사토시 요시다가 강사로 나섰다. 우리는 나무라는 소재의 잠재력을 탐구하는 과제 세 가지를 수행했다. 우선 아르텍의 스툴 60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L-레그를 본따 목재를 구부리고, 가공한 소재를 만져보며 디자인 아이콘의 탄생을 경험했다.

Bianca Streich CIRECA Domain de Boisbuchet 1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워크숍 프로그램 ‘Man Made – Machine Made’. 참가자들은 아르텍의 지원하에 목재의 특성을 깊이 탐구하고 각자의 개성이 담긴 가구를 손수 제작했다. 사진 Bianca Streich
20250925 024545
참가자들에게 워크숍 내용을 설명하는 아르텍의 사토시 요시다. 사진 Bianca Streich

뒤이어 진행한 개인 과제는 아르텍 특유의 벤딩 기술을 활용해 작은 오브제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왈자가 추구하는 개념인 ‘본질’, ‘비움과 채움’ 등에 집중한 오브제를 각자 디자인하며 참가자들에게 한국적인 미학을 소개했다. 마지막 과제는 작은 목재 가구를 제작하는 작업이었다. 이에 왈자만의 부아부셰 에디션을 만들기로 했다. 통나무 하나를 표면 가공 작업 없이 반으로 갈라 양 끝에 배치하고, 통나무 단면과 비슷한 형태로 가공한 아르텍의 목재를 연결해 스크린 월을 만들었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기도 하는 이 작품은 나무가 자라온 삶의 일부를 보여주며 자연의 생명력을 마음껏 뿜어냈다.

20250925 024629
워크숍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목재를 가공하며 소재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사진 Antoine Léger
20250925 052356
참가자들은 개인 과제로 각자 오브제를 완성한 뒤, 그에 대해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Bianca Streich

부아부셰 워크숍은 살면서 느낀 가장 의미 있는 여백의 시간이었다.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참가자들과 서로의 꿈에 귀 기울이고 열정을 주고받은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재료와 장비, 언제든 뛰어들 수 있는 호수, 와인을 곁들여 즐기는 식사 시간···. 일상에서의 짐을 내려두고 디자인에 처음 흥미를 느끼던 당시의 감각을 일깨울 수 있었다. 디자이너를 위한 유토피아나 다름없는 이곳에서의 경험은 마음속에 남아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될 것이다.

20250925 051845
왈자가 제작한 스크린 월. 나무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삶을 영위하는 생명체라는 점에 기반해 불교의 ‘생사일여生死一如’와 한국 고유의 비움과 채움의 개념을 담아냈다. 사진 Antonie Léger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8호(2025.10)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