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말하는 쌀과 짚으로 엮어온 한국의 가을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 특별전 <쌀의 직조>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 5층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서는 9월 26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을 특별전 〈쌀의 직조(The Texture of Rice)〉가 열린다.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지탱해온 근원적 작물 ‘벼’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쌀의 의미와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더 헤리티지 5층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서 지난 9월 26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가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쌀의 직조(The Texture of Rice))〉으로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지탱해온 가장 근원적인 작물인 ‘벼’를 주제로 다룬다.

벼의 이삭인 쌀은 밥과 떡, 술로 일상의 식탁을 채워왔고, 줄기와 잎은 짚이 되어 생활도구와 건축자재로 활용되며 오랜 시간 우리의 의식주를 함께했다. 이번 전시는 쌀과 짚이 지닌 다양한 쓰임과 문화적 의미를 되새기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공예 작품을 통해 한국적 삶의 뿌리와 그 지속 가능성을 조명한다.
짚이 엮어낸 생활과 예술
전시는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자원인 짚의 쓰임새에서 출발한다. 짚신, 멍석, 초가지붕 등 과거의 일상에서 필수적이었던 짚은 가볍고 질기며 단열성이 뛰어나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재료다. 이번 전시는 짚을 활용한 공예 작품들을 통해 짚이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던 흔적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짚이 단순한 소재를 넘어 생활과 문화를 지탱해온 기반임을 말한다.
짚공예는 생활의 필요에서 비롯된 동시에 생활 속에서 꽃피운 예술이다. 벼뿐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연 재료를 손수 엮어 일상의 도구를 만들어내던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충남 예산의 협동조합 느린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산업화 속에서 사라져가던 짚공예를 마을 주민과 지자체의 힘으로 되살려내며, 주민들이 만든 공예품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단절 위기에 놓였던 기술의 전승을 이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협동조합 느린손이 제작한 짚공예품도 만날 수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김준환 짚풀 명장은 볏짚, 수수, 부들 등 주변에서 얻은 재료를 정제해 장인의 손끝에서 새로운 무늬와 형태로 빚어냈는데, 자연이 지닌 빛깔과 질감을 드러내며 짚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황정화 작가는 토종 볏짚을 직접 수확해 손질하며 생활 속 민속품을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가지붕의 짜임을 응용해 책 선반으로 만든 ‘용마름 책 쉼터’를 선보이며, 전통 공예의 쓰임을 현대적 생활양식에 맞게 확장한다. 섬유 공예가 김태연 작가는 과거 직조가들이 자연에서 재료를 얻어 실을 잣던 방식을 현대적으로 변용했다. 쉽게 버려지는 비닐봉지를 소재로 삼아 실과 직물을 만들고,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비닐 쌀 포대를 한 올 한 올 해체해 다시 짜낸 ‘Re-Weave, Re-Think’와 술병 망태를 재해석해 눈길을 끈다.

이준아 작가의 브랜드 파블룹(Fabloop)은 봉제 없이 고리를 이어 면을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니트 구조를 통해 직물의 의미를 확장했다. 섬세한 텍스처와 지속 가능한 아이템으로 ‘실과 매듭으로 직물을 만든다’는 철학을 구현한 모습이다. 316LAB은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실험을 통해 가방과 액세서리, 리빙 제품까지 폭넓은 작업 세계를 구축한다. 익숙한 재료에서 의외성과 아름다움을 끌어내며 전통 짜임의 가치를 동시대 디자인 언어로 확장한다.

한편, 짚과 직조의 전통은 공예를 넘어 도자와 옹기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칠량옹기는 강진군 칠량면에서 3대째 옹기를 제작해온 집안으로, 전통 가마와 수작업을 통해 뛰어난 기능성과 조형미를 지닌 옹기를 만들어온다. 김정옥 작가는 전통 분청사기의 박지문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와 색감을 담은 도자 작품을 선보인다.장인과 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가 어우러진 이번 전시는 짚과 엮임의 의미가 오늘날에도 새로운 형태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쌀이 품은 풍요와 나눔
전시는 쌀이 지닌 문화적 의미를 먹거리와 의례의 차원에서 조명한다. “밥 먹었니?”라는 인사말에서 드러나듯, 쌀은 단순한 곡식을 넘어 공동체의 안녕과 풍요를 상징한다. 제사와 혼례, 돌잔치 같은 인생의례마다 쌀밥과 떡, 술은 빠지지 않는 필수 요소였으며, 이는 쌀이 곧 공동체적 삶과 직결된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와 식료품점 ‘발효:곳간’이 협업해 토종 벼 귀도(貴稻)로 만든 쌀 제품 ‘귀’, 다양한 전통주, 그리고 디저트 살롱의 계절 한정 메뉴를 선보인다. 전시는 이를 통해 쌀이 전통을 넘어 현대의 식문화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제시한다.


또한 하우스오브신세계는 이번 전시를 통해 ‘Gift, 나눔’이라는 주제도 제안한다. 쌀과 짚을 모티브로 한 공예품, 전통주와 떡을 함께 나누는 선물 아이템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한 해의 풍요를 공유하는 행위 자체를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선물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정서를 잇는 매개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가 제안하는 다양한 기프트 아이템은 한국 고유의 나눔 문화를 오늘의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며, ‘공유의 기쁨’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