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카우기: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다

임규빈·조민조 카우기 공동 대표 겸 디자이너

카우기(Kowgi)는 패션 오브제를 중심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보여주는 디자이너 듀오이자 브랜드다. 독특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수작업으로 제작한 헤드피스와 다양한 액세서리를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던 이들은 이제 지드래곤, 제니, 아이유 등 K-POP 아티스트의 액세서리를 작업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중이다.

[Creator+] 카우기: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다

editor’s note

디자인이란 전체 분위기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아주 작은 요소 하나로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을 뜻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조명 하나가 전체 공간을 바꾸기도 하고, 단추 하나가 옷 한 벌의 완성도를 높여 주기도 하죠. 그러니까 결국 디자인이란 화룡점정이 될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인 것입니다. 최근 K-POP 아티스트들을 보며 이를 깨닫고 있습니다. 콘셉트에 맞는 전체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그를 만들어내는 하나, 하나의 작은 요소도 큰 힘을 가지고 있죠. 특히 아티스트가 착용한 액세서리는 비중은 작지만, 그들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한 번에 전달해 줍니다. 카우기(Kowgi)는 바로 그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디자인 듀오입니다. 패션과 회화·건축을 전공한 두 사람(조민조, 임규빈)은 머릿속에서 상상한 새로운 세상을 오로지 두 손으로 구현해 냅니다. 아름다우면서도 기괴하고, 세밀함 속에 화려함이 숨겨진 카우기의 작품들은 단순히 액세서리로 정의 내리기엔 아쉽습니다. 이 새로운 영역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카우기를 만나 작품을 만드는 과정부터 그들이 꿈꾸는 지향점까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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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기 – 조민조 디자이너(왼쪽)와 임규빈 디자이너(오른쪽)

PLUS 1.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디자이너

두 사람은 예술고등학교 동창생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친구에서 동료가 되었나요?

조민조. 당찬 포부와 비장한 각오를 안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가 코로나 때문에 영국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한국에 돌아왔었거든요. 그때, 패션 잡지 에디터였던 친한 선배가 제가 만든 헤드피스로 화보를 찍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촬영에 쓸 헤드피스를 제작해야 하는데 혼자는 벅차서 친한 친구인 규빈에게 함께 하자고 부탁했죠. 규빈이 실력만큼은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 화보 이후로 다양한 프로젝트 의뢰가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카우기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카우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귀에 딱 들어와서 의미가 궁금하더라고요. 무슨 뜻이 담겨 있나요?

조민조. 어감이 예쁘면서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이름을 고민하다가 나온 이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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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기의 작품은 패션과 예술의 경계에 있다.
다른 매체와 한 인터뷰를 보니까 자신들의 작업을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Art Piece)’이라고 규정하더라고요.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이란 어떤 걸 의미하나요?

임규빈. 어느 날,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건물과 오브제는 규모의 차이일 뿐이다. 오브제 안에서 사람이 걸어 다니고 생활한다면 그 자체가 건물이고 건축이다.”라고 하셨는데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그 말처럼 이제 패션과 예술을 구분 짓는 경계선은 없고, 우리 작품은 기존 카테고리로 규정하고 설명할 수 없어요. 그 덕분에 한계와 경계 없이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카우기는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까요?

임규빈. 저희도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세트 디자인처럼 여러 오브제를 결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생각했지만, 연차가 쌓이고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서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에 집중하고, 저희가 추구하는 걸 끝까지 보여주는 방향으로 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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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i-dle)의 <Nxde> 뮤직비디오 속 전소연이 착용한 액세서리는 카우기의 작품이다.
착용할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카우기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고민되었어요. 디자인과 예술 사이에 있고, 작업 방식은 공예와 비슷하니까요.

조민조. 저희는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카우기를 하나의 브랜드로서 보면, 기존 패션 브랜드의 수익 구조와는 달라서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애매하죠. 그럼에도 브랜드가 있고, 그 안에서 컬렉션과 작품을 선보이고,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활동하기 때문에 디자이너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임규빈. 디자이너이지만 예술가의 정신을 바탕으로 작업하고, 소수의 고객을 위해 수작업으로 특별 제작을 한다는 점에서 오트쿠튀르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패션(조민조)과 회화·건축(임규빈)을 전공했는데, 예술 작품과 같은 액세서리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패션은 연결되지만, 회화·건축은 전혀 다른 분야잖아요.

임규빈. 민조의 작업을 보면서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함께하자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죠. 서로 잘 아는 사이니까 공동 작업에 대한 부담도 적고, 저 역시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거든요. 저는 처음부터 패션 아이템이나 액세서리가 아니라, 오브제와 예술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한편, 패션계에서는 의류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를 론칭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카우기는 독특하게 액세서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죠.

조민조.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저에게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패션의 일부이기도 하고, 학교에 다닐 때부터 옷 외에 그와 맞는 액세서리를 함께 디자인해서 제출했거든요. 학교에서 재킷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재킷은 물론 그와 어울리는 헤드피스와 신발까지 만들어서 제출한 기억이 나요. 옷보다 헤드피스를 만드는 게 더 재미있었어요.

PLUS 2. 익숙함을 낯설게 만드는 디자이너의 능력

카우기의 작품은 100% 수작업으로 제작한다고 들었어요. 수작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임규빈. 우리가 원하는 형태를 직관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생각보다 시선을 끄는 포인트가 약하거나, 힘이 부족하면 작업 중에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보완하면서 완성도를 높을 수 있어요. 자유롭게 제약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이 수작업의 묘미인 것 같아요.

조민조. 그래서 만족할 때까지 작업할 수 있어요. 단점은 복제와 재생산이 어려워서 상업화가 어렵다는 거예요. 하지만 아티스트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물론 수익을 내야 하니까 상업적인 측면을 아예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세상에 이런 브랜드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구체적인 사물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예술적 상상을 오브제로 구현하는 거라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죠. 카우기처럼 디자이너의 생각을 3D로 구현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임규빈. 음…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희는 직관적으로 작업하는 팀이거든요. 그럼에도 한 가지를 꼽자면 경험을 다양하게 해보고, 그를 토대로 자기가 원하는 걸 구성하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또, 해보고 안 되면 다시 하자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고요.

조민조. 손의 감각이 예민해야 해요. 내 손으로 얼마나 섬세하고 화려하게 상상을 구현할 수 있는가. 그것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능력이자 작품의 완성도를 이끌어 줄 실력이라고 생각해요.

카우기의 대표적인 모티브로 날개를 꼽을 수 있어요. 컬렉션이나 협업 프로젝트에서 형태와 소재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날개를 선보였는데요. 수많은 모티브 중 날개를 핵심 소재로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민조. 10년, 20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어요. 날개는 여러 예술 작품에서 상징적인 모티브로 사용되어서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그만의 고전적인 의미도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임규빈. 사람들에게 익숙한 모티브이기 때문에 우리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변형해도 쉽게 인지되고 특별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리고 국내에 날개를 주요 아이템으로 작업하는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에 카우기의 시그니처로 꾸준히 보여준다면 더 빠르게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전략도 있었어요.

날개 외에도 하트, 별과 같이 꾸준히 등장하는 모티브가 있어요. 이 역시 사람들에게 매우 익숙한 형상인데, 이를 매번 다르게 디자인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조민조. 컬렉션 같은 경우, 시즌마다 콘셉트가 다르고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명확해서 어렵진 않아요.

임규빈. 콘셉트가 명확하면 저절로 이미지가 파생되어서 편하게 디자인할 수 있어요. K-POP 작업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모티브가 있을 경우, 오히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형태 위에 익숙한 모티브를 조합하면 콘셉트와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소재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해요. 초창기에는 깃털과 퍼(Fur)와 같이 액세서리에 주로 사용하지 않은 소재가 많이 보였는데, 점점 진주, 크리스탈, 와이어와 같이 화려한 소재로 변하더라고요.

조민조. 초기에는 우리만의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어서 일반적이지 않은 소재를 사용했어요. 화보 모델도 그만의 스토리가 있는 분을 섭외해서 작업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시각 요소나 이미지들을 우리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데 집중했어요. 그때부터 소재에도 변화가 생겼죠.

임규빈. 외부와 협업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소재를 찾기보다는 보편적인 소재를 우리만이 스타일로 해석해서 새롭게 보여주거나, 의외의 매력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있어요. 동시에 극강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한 번에 시선을 끄는 소재들, 예를 들면 반짝거리고 금속성 소재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죠.

색은 어떤가요? 최근 작업으로 올수록 무채색 계열을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조민조. 모노톤이 카우기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이전처럼 색 연구를 많이 하거나, 튀는 색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임규빈. 이전에는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해서 키치스러움을 표현한 적도 있는데 결국 저희 취향대로 클래식한 분위기로 돌아오더라고요. 그리고 색을 한정적으로 사용해야 익숙한 소재를 새롭게 보여주고자 하는 저희 노력이 잘 보여요. 그래서 지금은 실버, 블랙, 화이트, 골드와 같이 기본 색을 사용하되 질감을 다양하게 표현할 방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PLUS 3. K-POP을 사로잡은 카우기의 매력

브랜드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어요. 컬렉션의 콘셉트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조민조. 둘이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요. 평소에 ‘이런 컬렉션이면 재미있겠다.’, ‘이런 거 하면 좋겠다.’ 등 둘이 표현하고 싶은 콘셉트와 디자인에 대해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거든요.

컬렉션을 작업할 때,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가 있나요?

조민조. 저는 완성도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임규빈. 사람들의 시선을 끌 메인 아이템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해요.

컬렉션은 두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해서 끌어가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작업 과정에서 다른 프로젝트와 차별되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요.

임규빈. 다른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과 비슷할 것 같아요. 먼저 컬렉션 오픈 시기를 정한 뒤에 전체적인 작업 일정을 조율해요. 그리고 이번 컬렉션에서는 꼭 보여줬음 좋겠다는 아이템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구체적인 콘셉트를 정해요. 이젠 함께하는 직원도 있어서 그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콘셉트나 작품을 발전시키기도 하죠.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두기 때문에 준비하는 도중에 콘셉트, 아이템, 디자인이 바뀌기도 해요.

카우기를 대중적으로 알린 건 K-POP 아티스트와의 작업이었어요. 이는 컬렉션과 또 다르죠?

임규빈. 작업 과정부터 다르죠. 저희가 메인 오브제를 디자인할 때는 기획사의 디렉터가 알려준 전체 콘셉트와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서로 이견을 조율하면서 작업해요. 이와 다르게 전체 스타일링의 일부만 담당하는 경우에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이야기하며 의상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조율하며 세부 사항을 맞춰가죠.

조민조. K-POP 프로젝트는 한정된 기간 안에 높은 퀄리티로 완성하는 게 중요해요. 컬렉션은 일정을 미리 계산해서 작업하기 때문에 조금 여유롭다면, K-POP 프로젝트는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완성해야 하죠.

K-POP 프로젝트 시, 어떤 요소들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나요?

임규빈.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최대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죠. 때로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더 넣어서 작업해 주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고요.

조민조. 아티스트의 니즈를 최대한 파악하기 위해 평소 아티스트가 어떤 스타일의 의상을 입는지, 과거에 어떤 아이템을 착용했는지도 조사하고요. 아티스트의 성격과 아이덴티티도 중요한 단서가 돼요. 이렇게 사전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시안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시해요. 그중 하나가 선택되면, 스타일리스트와 논의하면서 세부사항을 발전시키며 작품을 완성하죠.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도 있나요?

조민조. K-POP 프로젝트에서는 우리 색이 너무 짙게 묻어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카우기의 작업이긴 하지만, 착용하는 대상과 그들의 원하는 방향이 명확하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를 이해하고 풀어내서 아티스트에게 맞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디자인하려고 해요.

임규빈. 실제로 사람이 입어야 하는 작품이기에 아티스트의 분위기, 체형, 스타일까지 고려해서 디자인해야 해요. 또 너무 불편하지 않게 구조도 신경 써서 작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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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MAMA JAPAN에서 지드래곤이 착용한 왕관 역시 카우기의 작품이다.
G-Dragon, 태연, 제니, 에스파, i-dle 등 정말 많은 K-POP 아티스트와 작업했어요. 그들이 카우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규빈. 지금까지 함께 작업했던 관계자들에게 퀄리티가 높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어요. 덧붙여서 복잡하고 과한 디자인도 완성도 있게 제작한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어요. 저희 작품이 콘셉트가 강하고 화려해서 미감을 더 중요하게 여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저희는 주어진 콘셉트 안에서 최대한 아름다우면서도 정갈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게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카우기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건 무엇인가요?

임규빈. 높은 퀄리티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이요.

조민조. 완성도요. 시즌마다 콘셉트는 달라져도 완성도는 초지일관으로 지켜야 할 철학이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져야 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해요.

PLUS 4.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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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기의 특성상 모든 작품은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브랜드 초창기부터 ‘새로움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라고 자주 말했는데, 그 포부는 여전히 유효한가요?

임규빈. 네. 장기적으로도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죠.

조민조.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가 트렌드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트렌드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인드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임규빈. 저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확실히 감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죠. 우리의 경험과 직원들의 시각이 만나면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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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위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카우기는 오트쿠튀르 브랜드에 가깝다.
두 사람이 정의 내린 카우기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카우기는 어떤 브랜드이자 디자인 팀인가요?

임규빈. 오트쿠튀르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걸 보여주는 디자인 팀이요. 브랜드로서 상업적인 측면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와 별개로 우리만의 색을 확실히 보여주는 디자인 듀오라고 생각해요.

조민조. 저희에게 카우기란 브랜드보다 자아실현에 더 가까워요. 진심으로 재미있고, 마음이 닿아서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작품 하나, 하나가 우리의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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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플러스와 인터뷰 중인 카우기의 임규빈, 조민조 공동 대표 겸 디자이너
두 사람이 꿈꾸는 카우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조민조. 자아실현을 최우선으로 두는 만큼 최대한 오래 하고 싶어요. 여성이다 보니 미래를 생각할 때, 결혼, 출산, 육아와 같은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할 과정들을 고민하게 돼요. 그 순간들이 저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르니까요. 그런데도 오랫동안 카우기로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둘이서 오래 함께하는 방법에 대해서 규빈이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임규빈. 대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열정 하나로 시작한 브랜드가 여기까지 올 줄은 저희조차 몰랐어요. K-POP 프로젝트를 통해서 관심도 많이 얻었고요. 이제는 카우기의 다음 챕터를 향해 나아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사람들이 우리의 새로운 방향성을 알 수 있었으면 하고, 그에 맞는 성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PLUS LIST

카우기에게 영향을 준 디자이너 & 아티스트 3

저에게 영감을 준 아티스트 중에서도 카우기의 상상을 실제로 실현해주는 분이라 작업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아요. 카우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같이 작업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만 하던 장면을 멋지게 한 장의 사진으로 구현해주시죠. 작업할 때마다 더 멋진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조민조

  • 살바도르 달리

회화를 전공할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예요. 그가 만들어낸 캔버스 속 이미지들도 자극을 줬지만, 건축과 패션 등 모든 분야에서 방대한 아카이브를 가졌다는 사실에 더 큰 영감을 받았어요. 앞으로도 계속 스페인에 있던 달리뮤지엄에서 받은 압도적인 감각을 기억하며 경계 없는 예술을 탐구하고 싶어요.

임규빈

  • 스키아파렐리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가 보여준 100년 가까이 이어진 헤리티지. 그것이 저희가 가장 원하는 방향이 아닐까 싶어요. 꾸준히 한 길을 오래 걸었다는 건 많은 것을 내포하니까요.

카우기

TIPPING POINT

카우기의 작품이 주목받은 이유는 K-POP의 힘에 있지 않다. 의미와 작업 과정을 궁금하게 만드는 디자인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완성도에 집착하는 작업 정신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요소들은 카우기의 생명력을 빛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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