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역사 그 이상의 빵집, 이성당

툴프레스와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더한 이성당의 디자인 80년사

전북 군산에 위치한 이성당은 1945년에 문을 연 이래 줄곧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동안 가게 공간이나 로고, 패키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성당을 대표하는 메뉴인 단팥빵의 맛은 여전히 그 시절 그대로이지만.

80년 역사 그 이상의 빵집, 이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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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위치한 이성당 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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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 본점 내부 전경.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의 가게, 이성당의 시작

80년간 한자리에서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건 그 사실만으로도 고전이며 역사다. 전북 군산시 중앙로에 위치한 빵집, 이성당(李盛堂)의 이야기다.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의 가게’라는 뜻을 가진 이성당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 히로세 야스타로가 운영하던 이즈모야(出雲屋) 화과점을 광복이 되던 1945년에 창업주인 이석우가 불하 받았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 뒤로 3대가 이어진 이성당은 현재도 가족 경영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성당이라는 간판을 걸었던 순간을 시점으로 하면 올해로 꼭 80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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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이전의 이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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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의 이성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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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됐던 이성당 패키지.

현재 이성당에는 하루에 1만 개 가까이 팔리는 달콤한 단팥빵을 비롯해 약 200여 종의 빵이 생산되고 있다. 버터와 마가린, 땅콩버터, 카레 가루 등 이국적인 재료들이 수입되기 시작했던 1960년대에는 땅콩버터빵과 카레 고로케가 만들어졌고 그중 고로케는 지금도 그 시절 레시피 그대로 생산되고 있다. 1980년대에 신선도 유지를 지키기 위해 달걀과 감자를 뺀 소를 넣어 만든 야채빵도 이성당의 이름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2007년경에는 기존 레시피에 쌀가루를 도입한 쌀 고로케와 쌀 빵이 만들어졌으며, 꾸준히 신 메뉴 개발과 레시피 변화를 연구하고 있다.

80년간 이성당의 공간과 패키지 디자인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2006년에는 대대적으로 본점 본관 리모델링을 했고, 2016년에는 본관 옆에 카페 겸 과자점인 신관이 생겼다. 2014년에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분점을 오픈하면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의 설계를 바탕으로 오래된 적산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군산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을 만들었다. 신경옥의 손 글씨로 탄생한 한글 로고는 지금도 이성당 패키지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이성당을 상징하는 봉투 색은 2000년대 초반에 기존의 초록색에서 지금의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멀리서도 고객이 든 이성당의 봉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선명한 색을 썼다. 지금의 원형 로고도 그때 만들어졌다. 태어날 때부터 이성당과 함께였고 유년 시절에는 빵집이 곧 놀이터였던 조윤주 이사는 2017년부터 이성당에 합류해 오래된 빵집에 젊고 새로운 흐름을 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2020년에 시작된, 레터프레스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툴프레스와의 협업 또한 두말할 것 없이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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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신경옥과 협업한 롯데백화점잠실점 6층의 이성당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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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옥의 손글씨가 포인트를 더하는 이성당 패키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사용됐다.

툴프레스가 만들어낸 이성당의 새로운 패키지

툴프레스는 2020년 4월, 김포에 이성당 과자점 오픈을 준비하던 당시 이성당과 인연을 맺게 됐다. 화과자, 양과자, 양갱, 초콜릿 등 완제품 세트를 판매하는 가게 콘셉트에 어울리는 패키지가 필요했는데 툴프레스가 그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 그렇게 샌드웨이퍼, 랑그드샤, 붓세 등의 실온 제품은 물론 온라인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쌀 크루아상, 쌀 찐빵, 고로케, 모나카 아이스크림 등의 냉동 제품까지 이성당의 제품 패키지의 대부분은 모두 툴프레스의 드로잉을 기반으로 탄생됐다.

툴프레스는 패키지를 통해 이성당의 역사가 다음 세대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양갱 세트 패키지에 간판 메뉴인 단팥빵의 주재료인 팥, 그중에서도 팥의 꽃을 패턴화했다. 조윤주 이사 역시 ‘팥에도 작고 어여쁜 꽃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계기이자 이성당 빵의 가장 주요한 재료인 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줬다’는 의미에서 이 패키지를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한다. 옛 그림책의 한 페이지 같은 툴프레스의 패키지 덕분에 생과자나 만주 같은 고풍스러운 과자 메뉴들도 젊은 층에게 많은 인기를 끌게 됐다. 특히 이성당 본점 본관과 고군산 대교, 금강미래체험관, 금강하구의 철새, 일출과 일몰 등 군산의 명소와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진 한입생과자 패키지는 포장재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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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당 80주년 기념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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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명소들이 그려진 한입생과자 패키지.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스페셜 앙금빵 세트 패키지 역시 툴프레스가 디자인했다. 단팥, 통밤, 고구마, 흑임자, 말차 등 다양한 앙금을 품은 빵들이 담긴 세트 상자에는 지금까지 이성당의 역사를 함께한 단팥빵, 아이스케키, 밀크셰이크 등 대표 제품들과 팥꽃, 팥 깍지 등을 그리고 이성당의 대표 색상인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지난여름에는 80주년 기념 패턴으로 남원 최수봉 장인이 제작한 수제 부채를 만들어 특별한 굿즈로 선보이기도 했다. 툴프레스는 이성당의 패키지를 디자인할 때 오히려 ‘역사 깊은 빵집’이라는 틀에 너무 갇히지 않으려 한다. 지금도 여전히 남녀노소, 여러 세대가 찾아오고 변하지 않는 그 맛을 느끼는 빵집이라는 사실에 의미를 두어 다양한 연령대가 선호하고 공감할 만한 상징적인 그림과 언어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여느 빵집처럼 이성당에도 크리스마스는 중요한 연중행사다. 크리스마스 케이크 패키지와 봉투 역시 툴프레스가 합류한 이래 매해 변화를 주면서 디자인하는데, 그중 크리스마스 시즌의 빵이자 디저트인 파네토네와 슈톨렌의 패키지는 조윤주 이사에게 이성당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뒤바꾼 신선한 시도로 기억되고 있다. 툴프레스 역시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2020년의 슈톨렌 패키지를 꼽는다. 완성도 있는 틴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고군분투했던 프로젝트였다고. 80주년을 맞은 올해의 크리스마스 패키지는 어떨까? 툴프레스의 귀띔에 의하면 군산 밤바다에서 영감을 받았던 작년에 이어, 이번에는 군산 밤하늘의 별을 형상화한 패턴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80년, 아니 100년이 되어도 항상 새롭고 변화로울 이성당. 이 오랜 빵집은 지금도 늘 그렇게 무언가를 시도하는 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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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프레스가 디자인한 이성당의 슈톨렌 틴케이스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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