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취향, 디자인 라이프를 말하다>전 리뷰

현재 DDP에서는 서울의 디자인 신을 광범위하게 조망하는 '서울디자인위크'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행사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DDP디자인페어'의 주제 전시 <서울의 취향, 디자인 라이프를 말하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취향, 디자인 라이프를 말하다>전 리뷰

지난 10월 15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서울디자인위크는 ‘디자인, 디자이너, 디자인 라이프’를 주제로 디자인이 개인의 삶, 산업, 도시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가능성을 조명했다. DDP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매개로 곳곳에서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렸다. 특별 전시 <시팅서울>과 <어펜딕스>는 밀도 높은 디자인 콘텐츠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디자인 마켓과 각종 팝업 전시는 서울디자인위크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한 서울디자인스폿으로 선정된 150곳은 행사의 기운을 DDP 밖으로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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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디자인위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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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DDP디자인페어 포스터.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단연 DDP디자인페어였다.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이 행사는 서울디자인위크의 구심점으로 기능했다. 특히 올해는 29CM와 협업해 눈길을 끌었다. 주최 측인 서울디자인재단과 29CM가 내건 키워드는 ‘취향’. 70여 개의 브랜드를 모으고 라이프스타일 유형별로 그룹화해 자신의 취향을 찾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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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디자인위크의 메인 행사인 DDP디자인페어.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DDP 아트홀 입구에 조성한 주제전 <서울의 취향, 디자인 라이프를 말하다>는 이 키워드를 가장 상징적인 동시에 직관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유명 디자이너 10팀이 자신의 취향이 담긴 물건을 공개했는데 일상성이 깃든 이 사물들은 취향이 어떻게 디자이너의 영감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주었다. 14년째 서울레코드페어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진정한 덕업일치를 보여주고 있는 스튜디오 fnt의 이재민 대표는 소장 중인 바이닐 컬렉션을 선보였고 성수동에서 영화관 무비랜드를 운영하는 모춘·소호는 영화 관련 서적과 굿즈 등을 전시했다. 자타 공인 어린왕자 마니아인 WGNB 백종환 소장은 지금까지 고이 모아둔 어린왕자 관련 애장품을 대중에 처음 공개했고, 양태오 디자이너 역시 평소 자신의 관심사인 한국 고미술품과 현대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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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취향, 디자인 라이프를 말하다>전. 전시 기획과 디자인을 맡은 바이석비석은 지나친 장식이 주제전의 메시지를 방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전시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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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환 WGNB 소장은 어린왕자와 관련된 물품들을 수집하는 이른바 ‘어린왕자 마니아’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개인 수집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했다.

이 밖에 1970~1980년대 일본의 스몰 가젯들을 전시한 SWNA 이석우 대표와 해외를 다니며 모은 독특한 도자기들을 전시한 CFC 전채리 대표의 소장품도 눈길을 끌었다. 이 전시 기획과 디자인은 DDP디자인페어의 디자인 디렉터이자 참여 디자이너이기도 한 석준웅 바이석비석 대표가 담당했다. 그는 행사의 정체성을 유기적이고 일관되게 표현했다. 주제전 전반에 활용한 삼각형이 대표적이다. 관람 동선을 에워싼 벽체와 전시용 집기를 모두 삼각형으로 디자인했는데, 이는 올해 서울디자인위크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재해석한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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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인 폴씨(조홍래)는 25대 이상의 기타 컬렉션을 보유한 기타 마니아다. 그는 깁슨 ES335, 야마하의 기타인 DG-20과 사일런트와 함께 직접 디자인해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기타형 스피커 ‘아이기타 스피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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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라 보마켓 대표의 소장품. 보마켓의 로컬 모빌리티 모형, 하라 겐야의 저서 <내일의 디자인>, 미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DITA의 안경 ‘Poet’ 등을 전시했다.

전시 디자인을 최대한 간결하게 구성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석준웅 바이석비석 대표는 “전시가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명확히 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전했는데, 레드 카펫과 벽체, 집기만으로 관람 동선을 설계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화려한 그래픽이나 패턴 대신 적절한 컬러 활용으로 DDP디자인페어와 독립된 톤앤매너를 조성했다. 이 외에도 집기가 벽체의 역할까지 겸하게 하는 등 효율적인 구성을 위한 고민도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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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준웅 바이석비석 대표

“전시를 준비하며 ‘정제되지 않은 디자이너’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디자이너들은 프로젝트나 미디어를 통해 보여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전시를 찾는 사람들은 포장되지 않은 취향을 알고 싶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강조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메시지와 부합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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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스튜디오 fnt 대표는 자신이 소장한 바이닐 레코드 중 일부를 공개했다. 블루노트, 이스트윈드 등의 음반을 무작위로 골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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