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실패로 차별화한 아시아 디자인, <Outtakes>전

지난 9월 공개된 온라인 전시 <Outtakes>는 국경을 초월한 협업, 탈락한 시안을 공개하는 솔직함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위대한 실패로 차별화한 아시아 디자인,

아름다운 디자인이 차고 넘치는 시대다. 미의 과잉 현상은 이제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졌다. 심미성만으로는 더 이상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서사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 너머의 이야기. 설령 그것이 실패한 안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지난 9월에 공개한 온라인 전시 <Outtakes>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온라인 전시 <Outtakes>의 메인 화면.

이번 프로젝트는 베이그와 방콕의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 PBB&O, 팜그룹Farmgroup이 함께 기획했다. 평소 태국의 디자인과 문화적 다양성에 매력을 느낀 장재용 베이그 공동 대표는 태국에 거주하는 이현경 디자이너를 통해 두 스튜디오의 디렉터들을 소개받았다. 이들은 현재 아시아의 디자인이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번 온라인 전시를 고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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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전시 중 일부. A안과 B안의 이미지, 클라이언트의 피드백 등을 공개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입체적으로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디자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채택되지 못한 B안도 함께 공개했다는 것. 이 밖에도 클라이언트의 피드백 등 디자인 프로세스를 면밀하고 입체적으로 소개해 하나의 디자인이 완성되기까지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온라인 전시 플랫폼 곳곳에 묻어나는 인사이드 조크도 눈여겨볼 만하다. 핑크와 블루가 겹쳐진 배경의 컬러 조합은 밤샘 작업 끝에 맞이하는 새벽 하늘을 상징한다고. 맥 OS의 폴더 아이콘을 재현한 디자인 역시 위트와 공감을 더한다.

<Outtakes>전의 키 비주얼. 알파벳 B를 형상화한 캐릭터와 맥 OS의 폴더 아이콘을 재현한 디자인으로 위트와 공감을 더했다.

참고로 폴더에 커서를 놓을 때마다 등장하는 알파벳 ‘B’ 캐릭터는 태국 디자인 신 특유의 위트를 반영한 것으로, 디자이너의 고충을 지나치게 진중하게 표현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한편 베이그디자인과 PBB&O, 팜그룹은 이번 전시를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8일까지 열리는 방콕 디자인 위크에서 오프라인 전시 형태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장재용 공동 대표는 “한국과 태국을 넘어 더 많은 국가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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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B&O가 디자인한 2025 방콕 디자인 위크 포스터 A안과 B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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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용 베이그 공동 대표

“온라인 전시를 진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접근성의 힘’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국가의 관람객들이 전시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아시아의 디자인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다. 화면으로는 실제 크기와 질감, 인쇄물과 공간 연출에서 비롯되는 감각적인 경험을 전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년에 여는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오직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몰입감을 강화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Outtakes>전을 통해 전시 경험을 설계할 때는 온·오프라인이 서로 보완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9호(2025.1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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