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목해야 할 국내 목재 건축 공간은?

목재의 아름다움부터 지속 가능성까지, <2025 목재공간대전>

한국임업진흥원이 주최한 〈2025 목재공간대전〉은 ‘자연에 더 가까이’를 슬로건으로, 목재의 실용적 가치와 건축적 확장 가능성을 탐구했다.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인간과 공간, 자연의 공존을 제시한 이번 대전에서는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의 ‘N 작가주택’이 대상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수상작들이 목재의 구조적·감성적 가능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지속 가능한 건축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금 주목해야 할 국내 목재 건축 공간은?

목재를 이용한 인테리어 산업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목재 이용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된 한국임업진흥원의 <목재공간대전>이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올해부터 기존의 <목재인테리어 공모전>에서 <목재공간대전>으로 명칭을 바꾸며, 공간 전반에서 목재의 실용적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는 무대로 거듭났다. 목재·디자인·건축을 아우르며 인간과 자연, 공간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이번 대전은 ‘자연에 더 가까이’를 슬로건으로, 도시 공간 속 목재의 지속 가능한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 목재공간대전>은 ‘나무’라는 오래된 재료가 어떻게 동시대 건축의 언어로 다시 쓰일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었다. 목재는 더 이상 전통적 감성의 상징이나 장식적 요소에 머물지 않는다. 이번 공모에 참여한 건축가들은 재료의 질감과 빛, 구조와 시간의 변화를 통해 인간과 공간, 자연이 공존하는 새로운 건축적 관계를 제시했다. 나무의 물성을 단순히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매개로 건축의 서사를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돋보였다.

대상작 ‘N 작가주택’(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은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면서 목재를 구조재이자 마감재, 가구로까지 확장해 콘크리트와 철을 잇는 유기적 매개로 구현했다. 아울러 최우수상은 (주)이성범 건축사사무소의 ‘유지커피웍스’, 더 시너지스트의 ‘신어지당’, 우수상은 김재경건축연구소의 ‘치유의집’, 주식회사 지랩의 ‘조차’, 건축사무소 리옹의 ‘지관서가’, 특별상은 리슨커뮤니케이션의 ‘선돌정’이 차지했다. 각기 다른 맥락에서 완성된 이 일곱 공간은 목재의 기능성과 감성을 드러내며 오늘의 건축이 지향해야 할 지속 가능한 미학을 제시한다. 전통과 현대, 기술과 감성, 구조와 서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무라는 재료가 사람의 삶에 어떤 따뜻한 층위를 더하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연희동 N 작가 주택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설계 정이삭(동양대학교) + 홍진표(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시공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
사진 노경, 최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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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목재공간대전> 대상 수상작은 에이코랩건축사사무소와 정이삭이 설계한 ‘N작가주택’이다. 서울 연희동 한 골목에 자리한 리모델링 주택으로 기존 건축물의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목재가 가진 물성과 감각을 세심하게 확장해 낸 점이 돋보인다. 주택의 구조재이자 마감재, 가구로까지 이어지는 목재의 결은 콘크리트와 철 사이에서 부드러운 연결 조직처럼 작동하며, 공간 전체에 따뜻한 리듬을 부여한다. 목재의 질감과 빛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거주와 작업이 공존하는 작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주거 환경을 완성했다. 특히 수분 조절과 단열 등 재료의 물리적 성질을 설계에 적극 반영해 쾌적한 실내 환경을 구현했다. 리모델링의 본질을 재료의 재해석으로 풀어낸 점,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더욱 깊어질 목재의 색감과 질감까지 고려한 설계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단순히 나무로 만든 집이 아니라,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주거 건축의 새로운 모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유지커피웍스

주소 제주 제주시 오남로 297
설계 (주)이성범 건축사사무소
시공 (주)TPA
사진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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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라이동의 자연 속에 자리한 ‘유지커피웍스’는 목재의 구조미와 한계를 정면으로 드러내며 완성된 카페다. 이성범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이 공간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지역의 기후와 풍경, 재료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하나의 구조물처럼 느껴진다. 중목 구조를 기반으로 세워진 건물은 기둥과 보, 트러스가 그대로 노출되어 목재의 힘과 결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건물의 형태는 주변의 낮은 지형과 흐르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길게 펼쳐졌는데 실내에서는 넓은 개구부를 통해 제주 특유의 초목과 하늘이 자연스럽게 시선에 들어온다. 창가를 따라 이어지는 좌석은 차경(借景)의 개념을 살려, 커피를 마시는 행위가 풍경을 감상하는 경험으로 확장되도록 설계했다. 내부는 구조재와 마감재의 경계를 최소화해, 재료의 본질적인 질감이 그대로 공간의 표정이 된다. 무겁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목재 구조는 제주 특유의 바람과 습도에 대응하는 합리적 해법으로 작용한다. 실용성과 미학이 공존하는 유지커피웍스는 나무가 단순한 재료를 넘어 건축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어지당

주소 서울 성붕국 성북동 184-5 202
디자인 더 시너지스트
시공 더 시너지스트
사진 홍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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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신어지당’은 전통 재료의 현대적 사용법을 탐구한 사무 공간이다. 시너지를 내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인 더 시너지스트가 설계했다. 신어지당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합판과 각목 같은 평범한 목재를 새롭게 다루며 재료의 본질에 집중했다. 흔히 배경으로만 존재하던 목재를 구조와 가구, 마감의 중심으로 끌어올려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체로 엮은 점이 특징이다. 공간은 거창한 장식 대신 구조와 비례의 질서로 완성된다. 노출된 프레임과 가구, 벽체가 서로 맞물리며 구조적 안정감과 시각적 통일성을 동시에 이룬다. 가구는 건축의 일부로, 벽은 수납의 역할로, 바닥은 동선의 리듬으로 기능하며, 이들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내부는 목재의 질감을 살린 먹빛 톤으로 마감되어 시간대에 따라 다른 깊이를 드러내고, 빛의 세기에 따라 공간의 표정이 섬세하게 달라진다. 단정하고 절제된 구성 속에서도 목재의 온기와 공예적 리듬이 살아 있어 실용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점도 인상적이다.


치유의집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강변로 60
설계 김재경(김재경건축연구소), 임일중(홍은건축사사무소)
시공 스튜가하우스
사진 노경, Roh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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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사정동에 자리한 ‘치유의집’은 전통 한옥의 구조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완성된 한의원 겸 문화 공간이다. 130년 역사의 대추밭백한의원과 더안미술관의 새 보금자리로, 김재경건축연구소가 설계했다. 중정을 중심으로 마주 보는 세 채의 한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의원이 자리한 ‘회복의 집’, 교류의 ‘관조의집’, 전시 공간 ‘명상의집’으로 구성되어 기능에 따라 다른 구조적 리듬과 재료의 밀도를 지닌다. 특히 한옥의 구조 원리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된 공간으로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목재의 짜임과 연결 부위는 장식이 아니라 공간을 지탱하는 구조의 일부로 작용하며, 전통의 기술과 현대적인 설계 감각이 자연스럽게 만난다. 내부는 따뜻한 나무의 질감과 은은한 조명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외벽의 목재 루버는 빛과 바람을 조절해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실내로 끌어들인다. ‘치유의집’은 전통과 현대,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한옥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조차

주소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3095-2
설계 (주)지랩
시공 (주)지랩
사진 문성주, mo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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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천읍에 자리한 스테이 ‘조차’는 나무의 물성과 자연의 리듬을 가장 순수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식회사 지랩(Z_Lab)은 제주의 기후와 지형에 맞춘 단정한 형태 속에, 머무는 이가 온전히 자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건축적 장치를 최소화했다. 특히 짙은 색감의 탄화목으로 마감한 외벽이 인상적이다. 햇빛과 그림자를 부드럽게 받아들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깊어지는 나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공간은 세 동으로 나뉜 낮은 건물들이 자연스럽게 흩어져 배치된 형태다. 각각의 건물은 주변 지형의 흐름을 따라 놓여 있으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열려 있어 바람과 빛, 풍경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스며든다. 객실과 거실, 욕실이 이어지는 구성은 단순하지만, 틈과 마당을 사이에 두고 시선이 유연하게 흐르도록 설계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실내는 벽과 천장, 바닥을 하나의 목재로 이어 단정하게 구성했다. 장식을 최소화해 나무의 질감과 온기가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지관서가

주소 안동시 동부동 488
설계 건축사사무소 리옹
가구 스탠다드에이
사진 스탠다드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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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안동에 자리한 ‘지관서가’는 책을 중심으로 한 사색과 쉼의 공간이다. 건축사무소 리옹(LION Architects)은 기존 건축물의 구조를 보존하면서, 내부를 목재와 안동포(傳統布)로 채워 넣어 고요한 정취를 완성했다. 인위적인 장식을 배제하고, 재료의 질감과 빛의 투과만으로 공간의 깊이를 형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서가의 배치는 단순하지만 섬세하다. 책장은 단순한 수납의 역할을 넘어 구조의 일부로 기능하며, 벽과 천장, 기둥의 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빛은 안동포를 통과하며 부드럽게 확산하고, 그 그림자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실내에 미묘한 패턴을 남긴다. 공간의 중심에는 독립된 열람석 대신 느슨하게 연결된 좌석과 평상이 놓여 있다. 이는 독서와 휴식, 교류가 공존하는 ‘열린 서가’로서의 의도를 담은 것이다. 특히 ‘지관서가’는 SK그룹 지역 계열사의 사회 공헌 프로젝트로 조성된 여덟 번째 공간이다. 기업과 지역이 함께 만든 이곳은 단순한 독서 공간을 넘어, 전통 건축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열린 문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선돌정

주소 영월군 남면 문개실길 37-150
건축설계 더한옥 헤리티지 조정일
건축시공 더한옥 헤리티지
인테리어 설계, 디자인 리슨커뮤니케이션
인테리어 시공 디자인 안채
사진 z studio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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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목재공간대전> 특별상을 받은 ‘선돌정’은 강원도 태백에 자리한 숙박형 한옥 공간이다. 리슨커뮤니케이션(Listen Communication)이 설계한 이 건축은 전통 한옥의 지붕선과 곡선을 따르면서도 내부 구조를 현대적 편의에 맞게 단순화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외관의 기둥과 서까래, 실내의 마감재는 모두 지역산 목재를 사용해, 자연의 질감과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담아냈다. 빛은 마루와 창살을 통과하며 실내에 부드럽게 스며들고, 외부 풍경은 차경(借景)의 개념으로 공간 안에 끌어들인다. 머무는 이들은 단순히 숙박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만들어내는 온도와 향, 질감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을 경험한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목재 서사’로 구성되어, 감각과 휴식이 맞닿는 건축적 체험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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