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축물 7
좋은 건축을 추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건축사사무소, 그리고 안목 높은 건축주의 만남이 그 어느때보다도 반가운 요즘이다. 성수동을 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서울 건축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건축물 7곳을 모아봤다.
성수역과 뚝섬역 근방의 성수동 일대는 도심권과 강남권을 잇는 서울 제3의 업무지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하루게 다르게 오피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성수동 오피스 공실률은 0%. 그만큼 신축, 증축, 리모델링 등 건축 공사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밀집되고 있는 이 인기 높은 동네를 보다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날이 변화하고 있는 성수동을 보고 있으면 필자가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Tadao Ando)와 나눈 인터뷰 대화의 일부가 떠오른다. ‘도시의 유기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건축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재미있는 곳에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이 모입니다. 따라서 도시의 성장을 위해선 좋은 건축물을 통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하죠. 건축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시작이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에 좋은 건축물을 만들고자 하는 건축주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2024년 현재 성수동의 모습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좋은 건축을 추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건축사무소, 그리고 안목 높은 건축주의 만남이 그 어느때보다도 반가운 요즘이다. 성수동을 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서울 건축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건축물 7곳을 모아봤다.
필로미 빌딩
건축사 : 소수건축사사무소 |클라이언트: 개인 |용도:근린생활시설·다가구주택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피치스 도원이 자리한 골목으로 걷다 보면 나타나는 빨간 벽돌의 필로미 빌딩. 아치형 창과 이를 받치고 서 있는 삼각형 부지. 빨간 벽돌을 쉽게 볼 수 있는 성수동에서도 독보적인 디자인을 입은 건축물이다. 필로미 빌딩은 노모가 서울 상경 후 처음으로 자리 잡고 산 지 50년이 지나 두 딸에게 땅을 물려주며 시작된 프로젝트로, 지금은 성수동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고 가는 골목이지만 어머니가 처음 자리 잡았을 때 이곳은 공장 뒤 인적이 드문 어두운 기억의 공간이었다. 땅은 43평의 세 면이 도로로 둘러싸인 협소한 삼각형 대지이며 저층부와 중층부는 임대형 상가 용도로, 상층부에는 세 가족의 주거시설이 자리한 복합 건물이다. 또한 자연 채광을 고려한 배치와 큰 도로변에서의 건물의 정면성, 성수스러움 등 좁은 대지에 담아내야 하는 조건의 복합도가 높은 프로젝트이다.
필로티 기둥이 지상 7층의 거대한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필로미 빌딩. 필로티의 구조와 상부 건물이 이질적이지 않게 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에스오에이건축사사무소의 가장 큰 과제였다. 이들은 성수동 고가 구조물에서 디자인을 착안하는 것으로부터 해결점을 찾았다. 필로티를 두 개의 큰 아치 구조로 계획하고, 상부층은 그 구조에서 자라나 하나로 엮여 있는 입면을 계획 했다. 필로티의 바닥 역시 붉은 벽돌로 마감함으로써 건물이 땅에서 시작해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연결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치 형태의 필로티는 큰 도로에서 후면의 막혀있던 도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가로 경험의 공간이 된다.
성수동은 공장, 상업시설, 주거 등 오랜 시간 쌓여온 수많은 유형의 건축물들이 혼재되어 있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개성 넘치는 상업시설의 새로운 유입으로 이미 도시 풍경의 과부하 상태다. 이러한 환경 속에 새롭게 더해지는 필로미 빌딩 역시 상업시설과 주거가 복합되고, 주거의 유형도 임대형 원룸과 2가지 다른 유형의 건축주의 주거로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다양함이 만들어 낸 복잡함을 단순화하여 과잉된 도시 경관에 여백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의도. 건물이 하나의 단일한 풍경을 만들 수 있도록 아치 형태의 모티브를 프로그램을 고려하여 조율하였고, 재료는 기존 성수동에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을 선택했으며 다른 텍스처를 활용해 미세한 디테일의 대비를 만들어 단순함 속에 차이를 만들었다.
서울도시제조허브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클라이언트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용도 : 공장·업무시설
성수초등학교를 바로 옆 부지에 빨간 벽돌과 커튼월, 원형 계단이 믹스된 외관의 신축 건물이 자리한다. 미래지향적이면서도 매끄럽게 떨어지는 외부 원형 계단이 어딘가 바우하우스 건축물을 연상케한다. 이 건물은 서울경제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서울도시제조허브’로 서울시 도시형소공인 5대 특화업종을 중심으로 도시형 소공인 경쟁력 강화 지원 및 도시 제조업 육성을 통해 서울시 도시 제조업의 미래 혁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성수동에 제조 산업단지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재료를 통해 성수동의 경관을 연장하며 동시에 서울시 소공인을 지원하는 곳이다.
기존 도심형 공장이 효율적인 생산만 강조하는 것에 비해, 성수 사일로는 제작, 기획, 유통, 마케팅, 소비가 하나의 공간에서 통합적인 과정으로 진행되는 최근 창업 공간 트렌드를 반영해 생산 공간의 혁신을 꾀하고자 했다. 소비(기획, 디자인, 마케팅, 소비자)의 공간과 생산의 공간이 입체적으로 엮어진 공간을 완성함으로써 ‘상품 체인의 지리(geography of commodity chain)’를 압축해놓은 공간으로 탄생했다. 특히 성수동의 수제화 산업 구조는 소공인들이 직접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고, 본청에서 주문한 상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종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아파트 형태의 공장으로 설계해 소공인을 위한 공간 브랜딩을 제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성수동의 장소성을 극대화한 공간 브랜딩을 통해 소공인 제조업 공간의 혁신을 이루고자 했다.
성수동은 문화적인 차원에서 특정한 이미지와 가치가 인지된 공간, 즉 하나의 장소로서 변화하는 중이다. ‘생산’만 이루어지던 공장지대에서, 생산은 물론 디자인과 문화의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장소로 전이되면서 생동감을 더하고자 했다. 아파트 형태의 서울도시제조허브는 계단과 엘리베이터로 구성된 코어가 중심부 혹은 하역장과 맞닿은 부분에 위치한다. 제조 공장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 배송이 많은 상황을 고려해 수직 동선을 건물 전면부에 배치하였고, 곡물 저장고인 사일로 형태를 띤 외부 계단을 배치했다. 또한 쇼케이스로 활용될 원형 사일로 역시 돋보인다. 평평하고 넓은 영역으로 연결된 가로(街路)로 인해, 보행상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문화 시설들이 보행 네트워크에 접합할 수 있는 걷기 좋은 도시 성수동의 환경에 기인하는 것. 날로 촘촘해지는 성수동의 보행 네트워크상에서, 다시 오고 싶은 경험을 선사하는 ‘도시-건축’이 되고자 한 것이다.
코너50
건축사 : 더 시스템 랩|클라이언트 : 스타프라퍼티코리아 |용도 : 근린생활시설·업무시설
한편으론, 성수동은 인기가 과열되면서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모여든 동네이기도 하다. 그중 홍콩계 투자자 ‘스타프라퍼티코리아’는 성수동에서 ‘코너(Corner)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공유 오피스 ‘헬로 먼데이(Hello Monday)’ 브랜드를 전개했다. 총 3개의 건물 ‘코너19’, ‘코너 25 ‘ ‘코너 50’을 지어올렸는데 이는 초창기 ‘GOLDEN TRIANGLE PROJECT’라는 명칭으로 사업이 전개되었다. 특정 지역에 반응하는 건축과 프로그램을 배치하여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 지식산업센터 건립으로 인해 유입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성동구 성수동 안에서 상권 활성화와 지식산업센터 주변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거리를 중심으로 3개의 필지를 선정하고, 개별 건물이 각각 부지 문맥(SITE CONTEXT)에 맞게 반응하는 ‘ADAPTER’ 건축 개념을 도입한 건물을 구상했다.
그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코너 50’. 차량 정비소 밀집구역과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들이 모여있는 골목에 자리하고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저층부와 가운데 중심부가 지역성을 띠는 재료인 빨간 벽돌을 이용해 친근감 있는 건축물을 조성했고, 디자인적 디테일이 가미된 전면 창호의 계획으로 쾌적한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을 심미적으로 고려한 디자인을 계획했다. 특히 외관에서 눈에 띄는 계단식 외부 발코니는 공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구현되었다. 실내 이용자에게 쾌적한 휴식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녹지가 있는 발코니를 계획한 것이다.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스틸 프레임 입면에 반복적으로 변화하는 발코니를 도입해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현재는 웹툰 플랫폼 기업 레진코믹스가 해당 건물에 입주해있다.
양쪽의 오피스 공간을 연결해 주는 공간은 스킵 플로어로 구성되어 있어 메인 코어 이용 없이 층간 이동이 가능하고 각 층에서는 라운지 등의 공용공간으로 사용된다. 이 공간은 바로 발코니와 연결되어 있어 지상층으로 내려가지 않고 외부공간을 사용할 수 있고 자연환기가 가능하여 근무환경개선에 도움을 준다. 또한 지상 12층과 옥탑에는 두 개의 옥상정원을 배치해 방문객에게 도시와 한강뷰 등 다양한 루프탑 전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코너 50’은 코너 대지의 이점을 최대한 극대화해 일반인의 유입을 촉진할 공개공지를 함께 계획했다. 접근성이 좋은 저층부에 입주사들과 관련된 상공간을 계획해 성수동 방문객의 동선을 끌어와 주변 근린생활시설 활성화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우란문화재단
건축사 : 더 시스템 랩 |클라이언트 : 우란문화재단 |용도 : 문화 및 집회 시설·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
1970년대 산업화의 흔적과 수공예 공방이 여전히 공존하는 곳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은 성수동의 중심 중에서도 중심에 위치해있어 오가며 한 번쯤 봤을 법한 건축물이다. 성수동에 들어선지 올해로 5년 차가 되는 다른 건축물에 비하면 오래된 건물이지만 해당 건물을 기점으로 성수동에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이 시작되었음은 분명하다.해당 건축물은 입면에서 전개되는 연속적인 발코니의 형태는 본 건물의 거대한 스케일을 시각적으로 분절하여 지역적 맥락에 흡수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고밀도 스티로폼 거푸집을 이용한 수직 리브 콘크리트를 활용 성수동 고유 건물들의 질감을 유지하였고, 본 건물의 상층부 발코니 공간은 근무자가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저층부는 주변 상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건물 1층에 형성한 골목길은 기존 동네의 가로와 연결해 성수동 고유의 도시적 관계를 지속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주변 작은 공방의 맥락에 적합한 작은 덩어리들의 집합체 개념으로 설계한 데에서 지역에 녹아든 건축물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성수동이라는 지역의 도시적 맥락은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이 가능하나, 이 지역이 보여주는 독특한 결이나 질감(Texture) 같은 시각적 맥락은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성수동 주변 건물과 비교하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므로 스케일 차이가 야기하는 주변과의 단절을 막기 위해 시각적·물리적인 연속성을 유지해야만 했다. 단절을 막는 건축적 접근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커다란 건물의 덩어리를 주변 건물 크기에 맞는 작은 덩어리의 집합체로 만드는 방법이다. 여러 방향을 향하며 입면에서 전개되는 발코니들은 전체 건물을 잘게 분절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와 시각적인 스케일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발코니는 근무자가 외기에 접할 수 있는 심리적 이완 장치의 기능도 담당한다. 저층부의 덩어리들 또한 분절되어 있어서 그 틈새로는 자연스럽게 성수동 기존 골목길의 맥락이 유지된다. 주변 맥락과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또 다른 방법은 콘크리트 표면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노출 콘크리트 처리와 다르게 고밀도 스티로폼 몰드를 이용해 수직의 홈을 만들어냄으로써, 멀리서 볼 때는 덩어리 감이 느껴지나 가까이서 볼 때 수직적 결이 부각되어 스케일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우란문화재단은 공연 시설을 비롯해 아티스트 레지던시 스튜디오, 전시장, F&B, 다양한 임대 및 공유 오피스는 물론 우란문화재단의 사무실까지 들어간 복합적인 성격의 건물이다. 이것은 마치 성수동의 맥락이 공장이나 사무실은 물론, 문화시설, 그리고 리테일 상점이 혼재된 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유기적 복합체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팩토리얼 성수
건축사 : 더 시스템 랩 |클라이언트 : 이지자산운용 |용도 : 업무시설·판매시설·근린생활시설
우란문화재단을 면하는 바로 옆자리에 올해 새롭게 준공을 마친 팩토리얼 성수. 지금까지 성수동에서 만났던 다른 건축물들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건축물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성수동에 3세대 오피스를 표방한 테크 레디 빌딩을 구현한 것인데, 삼성전자를 포함해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로봇·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집약한 오피스빌딩 ‘팩토리얼 성수’를 완성했다. 자그마치 약 6370평, 지하 4층 ~ 지상 10층 규모다. 준공 이전에 사전 임대율 100%를 달성한 만큼 사람들의 관심 또한 뜨겁다. 브랜드명은 수학 함수인 팩토리얼(!)로, 가능성(0)이 팩토리얼(!)을 만나면 새로운 것(0!=1)이 창조된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개인 컴퓨터와 시스템 가구가 도입된 1세대,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업무 공간과 어메니티 시설이 도입된 2세대를 지나 새로운 3세대 오피스를 정의한 것이다. 쉽게 말해 디지털 기술과 다양한 콘텐츠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환경을 뜻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선보인 스마트 빌딩은 부동산 자사운용을 단순한 금융투자업이 아닌 ‘공간 비즈니스’로 정의하는 생각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이지스자산운용 또한 자신들은 ‘부동산’이 아닌 ‘혁신 제품’을 개발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럼 팩토리얼 성수의 건축은 누가 맡았을까? 이번에도 역시나 더 시스템 랩이다. 더 시스템 랩은 현재 성수동 건축 시장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모두 맡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성수동 일대의 대부분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이는 더 시스템 랩의 멈추지 않는 도전과 과감한 시도, 감각적인 디자인이 뒷받침되었다. 무엇보다 주변의 오피스와 리테일의 규모와 성격에 맞춰 저층부와 고층부를 명확히 분절했다. 그다음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성수의 재료와 격자 창 등의 요소를 적용하였고, 기존 성수동 건물들이 커튼 월의 단순한 매스로 무표정을 갖는 반면, 콘크리트 띠의 분절을 통해 성수동의 다양한 표정을 만들었다. 주변 건물의 육중한 매스감과 연결되는 두꺼운 콘크리트 띠는 자연스럽게 발코니를 형성하고, 뷰가 좋은 코너 뷰는 얇게 뽑아 내부에서의 개방감을 확보했다. 공개 공지와 직접 만나는 전면은 유리를 사용해 시각적인 소통을 유도하고 골목으로는 시그니처한 디자인의 벽체를 통해 골목 내부로의 유입을 유도하였고, 또한 전면에는 지상 2층으로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를 배치해 보행자의 유입을 또 한 번 극대화했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고 처음으로 선보이는 ‘테크 레디 빌딩(Tech Ready Building)’으로 지난 2022년 11월 착공해 약 1년 3개월 만에 완성했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현대차 그룹은 전용층으로 배송되는 F&B, 택배 로봇, 무인 주차 로봇, 전기차 충전 로봇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을 팩토리얼 성수에 구현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전자기기, 조명 등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싱즈(smartThings) 기술을 제공하며 디지털 공간 운영 솔루션 기업인 핀포인트는 빌딩의 디지털 운영시스템(OS) 구축을 맡았다. 기존 국내 유일의 로봇친화빌딩 네이버1784 다음으로 처음으로 선보이는 로봇과 공존하는 건축물인 만큼 앞으로 실제 입주자들의 후기가 기다려지는 곳이다.
젠틀몬스터 사옥
건축사 : 더 시스템 랩 |클라이언트 : 아이아이컴바인드 |용도 : 업무시설
성수동뿐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실험적이면서 혁신적인 건축 설계물로 완성될 럭셔리 패션 아이웨어 기업 젠틀몬스터(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 과감한 형태의 콘크리트 매스와 적나라하게 드러난 콘크리트 격자 골조 그리고 커튼월 파사드로 완성한 이 건축물은 ‘브루탈리즘의 부활’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브루탈리즘이란 20세기 후반 나타난 건축 경향으로, 르 코르뷔지에의 후기 건축에 영향을 받아 프랑스어 ‘béton brut'(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 유래했다. 말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재료 그대로의 사용과 노출 콘크리트의 광범위한 사용, 비형식주의, 건물에 감추어왔던 기능적인 설비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 사조를 뜻한다. 조감도를 보면 알 수 있듯 브루탈리즘의 전형적인 특징을 모두 겸비한 모습.
젠틀몬스터의 사옥을 설계한 팀은 앞서 여러 차례 언급된 더 시스템 랩. 저층부 곡선 형태의 쉐잎으로 퓨처리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중층부의 조직적 골조와 X자 형태 브레스가 만들어 낸 커튼월 파사드가 시선을 압도한다. 저층부, 중층부, 상층부에 걸쳐 굉장히 이질적인 형태와 파사드의 매스들이 적층 된 것이 특징으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는 젠틀몬스터가 이질적인 것들을 조합하는 데에 능한 것처럼 그들의 예술적 지향점을 바람직하게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식 발표에 의하면 바로 다음 달 완공 예정이라 하니 성수동 일대를 방문해 완성에 가까운 외관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크래프톤 사옥
건축사 :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사사무소 |클라이언트 : 크래프톤 |용도 : 업무시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신사옥이 2028년 완공된다는 소식. 크래프톤의 신사옥까지 들어서게 되면서 ‘성수동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성수동 내 오피스 지형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3년 3월 갑작스레 이마트 성수점의 폐점 소식이 들려와 많은 이들의 아쉬움을 야기했는데 그러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크래프톤이 이마트 성수점을 비롯한 다수 건물 및 부지를 사들인 것. 크래프톤은 2021년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손잡고 신사옥 건설을 위한 이마트 성수점 토지 및 건물을 1조 2200억 원에 사들였고, 2027년까지 복합 건물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성수동에 새롭게 올라가는 수많은 건축물 사이에서 오랜만에 해외 건축가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을 설계한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건축사사무소가 설계를 맡았다.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하나의 고정된 건축 이미지를 만들기 보다 회사와 인근 지역의 삶과 에너지를 활용해 본사의 강력한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역동적인 파사드와 주변 도시의 삶을 기반으로 하는 다용도 아트리움과 문화 멀티플렉스를 통해 구현할 예정. 건물 인프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계층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드웨어’는 동선과 서비스가 포함된 8개의 수직 원통형 코어로 구성된 5개의 대형 오픈 플랜 층으로 구성하였고, ‘소프트웨어’의 경우 하드웨어 슬래브 사이로 메자닌 레벨로 구축된 유연한 바닥 시스템을 구성해 각 구조 층 사이에는 두 개의 메자닌 레벨이 생기는 형식이다. 이 경량 구조는 업무 공간의 유연한 구성과 재구성을 지원하여 미래의 업무 및 협업 방식에 맞게 성장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한 건축적 의도가 담겼다. 항간에는 크래프톤 사옥 지하에 이마트 성수점이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마트의 컴백을 기다리는 성수동 주민들은 기대해 볼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