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로호타입의 A to Z: 〈100 Beste Plakate〉부터 SDF 기획전 〈그래픽 유니버스 2025〉까지
김기창·홍슬기·김연우 로호타입 디자이너
로호타입은 김기창, 홍슬기, 김연우 세 디자이너가 함께 운영하는 타입 기반 그래픽 스튜디오다. 서체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래픽과 공간, 전시까지 그 범위를 확장하며 서울 디자인 신에서 독자적인 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로호타입에게 디자인은 결과물이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는 태도다. 글자를 정렬하는 일은 세상의 구조를 정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형태보다 맥락을, 기술보다 관점을 먼저 본다. 포스터에서는 인쇄의 물성을 탐구하고 서체를 설계할 때는 획의 간격보다 문자의 호흡을 본다. 전시와 웹에서는 보여주기보다 보여지는 방식을 설계하는 일에 집중한다. 모든 과정은 스타일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
프로젝트 A to Z
| Beste Plakate |
| 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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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Beste Plakate’는 독일어로 ‘가장 뛰어난 포스터 100선’을 뜻한다. 1966년부터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매년 열려온 그래픽 어워드이자 전시로, 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의 시각 언어가 모이는 장이다. 로호타입은 2018년부터 이 전시의 한국 전시를 기획하며 동시대 포스터 디자인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단순히 해외 전시를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공간적 특성과 관람 문화를 반영해 새로운 큐레이션 방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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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다른 콘셉트의 키 비주얼을 자체 제작하고, 전시장 구조에 맞게 포스터의 리듬을 설계했다. 처음에는 협회에서 원본의 절반만 전달받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여러 해를 거치며 신뢰를 쌓았고, 지금은 서울 전시만의 포맷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김기창 디자이너는 “〈100 Beste Plakate〉는 전시에서 한 발 나아가 시각 언어의 번역 작업”임을 짚고, 홍슬기 디자이너는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일”이라 설명한다.
| Font |
| F |
로호타입의 정체성은 서체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글자를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질서를 세우는 구조로 다룬다. 대표적인 라틴 타입으로는 ‘Snello’와 ‘Viso’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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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llo’는 대비와 곡선으로 긴장감을 만들며 포스터 타이틀이나 전시 비주얼 등 짧은 문장에서 활자의 힘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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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o’는 균형 잡힌 비례로 긴 문장과 본문에서 안정적인 리듬을 제공한다. 한글과 라틴 문자의 결을 함께 탐구하며 글자가 문화와 감각을 잇는 구조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로호타입의 목표라고.
| Graphic Universe 2025 |
| G |
로호타입은 올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SDF)에서 〈Graphic Universe 2025〉 전시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크리스 하마모토, 이정아 디자이너와 함께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42명의 디자이너가 각자 한 글자를 선택해 릴레이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전시다.
![[Creator+] 로호타입의 A to Z: 〈100 Beste Plakate〉부터 SDF 기획전 〈그래픽 유니버스 2025〉까지 9 20251112 07425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12_074258-832x1176.jpg)
하나의 글자가 디자이너의 시선에 따라 변주되고 확장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전시를 관람하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김연우 디자이너가 인터랙티브 웹사이트를 개설했고, 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로호타입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글자가 어떻게 확장되고 변형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글자가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관계의 매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실험하는 자리다.
| Human Scale |
| H |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Reference Library 프로젝트는 로호타입의 철학을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그들은 도서관의 핵심을 ‘책을 잘 찾게 하는 일’로 정의하고, 청구기호와 라벨, 리플렛, 표지판 등 시각 체계를 새롭게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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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의 두께를 1mm 단위로 조정해 서가의 리듬이 시선의 흐름과 맞닿도록 설계했고, 책이 이동하거나 새로 들어와도 구조가 흔들리지 않게 기호 체계를 만들었다. 이후에는 더 나은 관람 경험을 위해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해 서가와 집기를 새롭게 제작하고 있다. 공간의 구조가 정보의 구조와 일치하도록 만드는 일,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운영으로서의 디자인’을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 Poster |
| P |
로호타입에게 포스터는 전시를 알리는 매체이자 실험의 기록이다. 인쇄물의 구조와 질감, 종이의 물성, 정보의 밀도를 탐구하며 매번 새로운 조형 실험을 시도한다. 리소그래피, 실크스크린, 오프셋 등 다양한 인쇄 기술을 교차해 완결된 이미지보다 과정이 보이는 결과를 만든다. 어떤 포스터는 문자 중심으로, 또 어떤 포스터는 재질이나 리듬의 대비로 시선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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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Beste Plakate〉 (알파벳 B 참고)를 통해 쌓은 인쇄 감각은 이후 독립 포스터와 협업 작업에서도 확장됐다. 한글과 라틴 알파벳의 겹침, 투명 잉크의 중첩, 홀로그램 인쇄 같은 실험들이 그것이다. 로호타입은 포스터를 단순한 시각물로 보지 않는다. 언어와 구조가 만나는 실험의 장으로 바라본다.
| Rojotype |
| 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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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호타입이라는 이름은 스튜디오의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서다. ‘로호(rojo)’는 스페인어로 ‘빨강’을 뜻한다. 강렬하지만 따뜻하고, 선명하지만 한계 없이 확장되는 색처럼 그들은 늘 변화하는 태도를 지향한다. 이름 속 ‘type’은 글자이자 구조, 그리고 사고의 방식이다. 즉, 로호타입이라는 이름은 글자를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질서를 세우는 방식을 그대로 담고 있다. 김기창 디자이너는 “이름이 고정되지 않은 상태를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rojo’가 로조로, 다시 ‘rojotype’으로 읽히는 과정 자체가 디자인의 개념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반복될수록 새로운 해석이 생기고 발음과 형태가 달라지는 그 유연함이 곧 로호타입의 태도다. 글자와 사람, 언어와 감각이 하나의 리듬으로 연결되는 지점, 그곳에서 로호타입은 자신들의 이름을 증명한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Creator+] 로호타입의 A to Z: 〈100 Beste Plakate〉부터 SDF 기획전 〈그래픽 유니버스 2025〉까지 19 20251112 081836](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12_081836.jpg)
![[Creator+] 로호타입의 A to Z: 〈100 Beste Plakate〉부터 SDF 기획전 〈그래픽 유니버스 2025〉까지 20 20251112 08173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12_08173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