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

지난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올해 신설한 기획 전시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이었다.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은 월간 <디자인>이 격년으로 출간하는 단행본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를 전시로 확장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SDF는 국내 유일의 디자인 전문 행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디자인 전문 회사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한국 디자인 생태계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에이전시를 망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특별전을 채운 국내 유명 디자인 스튜디오 20팀은 자사의 포트폴리오와 디자인 철학, 지향점 등을 소개했다. 이를 각기 다른 개성으로 표현한 전시 디자인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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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엑스는 엑설프 타입 파운더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15년간 작업한 브랜드마크를 집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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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의 성과를 콜라주 형식의 그래픽으로 표현한 페이퍼프레스.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은 플러스엑스는 자사의 포트폴리오를 독특한 방식으로 집약했다. 알파벳 26자와 숫자 1, 5에 각각 대응하는 브랜드마크를 한데 모아 소개했는데 28개의 소형 거치대를 배치한 뒤 앞면에는 브랜드마크를, 뒷면에는 브랜드의 무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들을 부착했다. 사실 이번 전시는 플러스엑스의 영문명을 뒤집어 네이밍한 ‘엑설프 타입 파운더리Xs.Ulp Type Foundry’의 일환이었다. 브랜드 경험의 최소 단위인 브랜드마크를 서체로 재해석하는 프로젝트로, 자체 웹사이트(xs.ulp.plus-ex.com)를 통해 현장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더 많은 양의 브랜드마크 서체를 선보였다.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페이퍼프레스는 지난 10년의 여정을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현란한 그래픽의 향연이 눈을 즐겁게 했다. 스튜디오 빠른손은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넘나드는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하이퍼매개(hypermediacy)’라는 개념으로 전달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신작들로만 부스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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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설립 이래 작업해온 각종 서체를 총망라해 선보인 양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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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빠른손은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넘나드는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표현해 관람객이 즐겨 찾는 부스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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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6곳의 연합 전시. 각자의 대표 프로젝트를 엄선해 소개했다.

물성을 다루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들은 디자인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개성을 표현했다. 비밥디자인스튜디오, 김지윤스튜디오, 구오듀오, 유즈플워크샵, 최중호스튜디오, BKID는 ‘제품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자사의 대표 프로젝트들을 소개했다. 반면 실물을 직접 보여줄 수 없는 공간·전시 디자인 스튜디오들은 전시 연출에 각별히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라보토리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스튜디오 중 하나였다. 이들은 브랜드의 감성을 면밀히 살펴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뷰파인더에 비유했다. 벽면에 부착된 필름 속 공간 사진들을 뷰파인더로 세심하게 들여다보도록 유도해, 라보토리가 디자인에 임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또한 부스 한편에 놓인 테이블에 공간 스케치와 도면을 배치해 디자인 프로세스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절제된 격자 구조에 포트폴리오를 비치한 논스페이스, 몸과 언어의 감각을 유쾌하게 풀어낸 아워레이보 등의 전시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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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컬러와 구조물을 적극 활용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니즈디자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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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보토리는 창사 이래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뷰파인더로 자세히 들여다보도록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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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페이스는 격자 구조를 활용해 포트폴리오 사진을 비치해 소개했다.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은 단지 보는 전시가 아니었다. 단행본에 뿌리를 둔 만큼 참여 디자이너들의 서사를 전달하는 데에도 집중했다. 첫날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들의 노하우를 전한 ‘쉐어엑스 인사이트 아웃 2’와 이틀에 걸쳐 진행한 ‘디자인 페차쿠차’가 대표적이다. 이 중 11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진행한 ‘디자인 페차쿠차’는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에 참여 디자인 회사 중 13팀이 무대로 나와 각자의 포트폴리오와 지향점을 간결하게 소개하는 행사였다. 평소 대중이 만나기 힘든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관람객의 질문 세례가 이어지기도 했다. 올해 첫 시도한 디자인 스페셜리스트 특별전은 전시와 토크 프로그램 모두 호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월간 <디자인>은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정례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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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엑스 인사이트 아웃 2’에서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지윤 김지윤스튜디오 대표. 사진 이명수(아프로_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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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컬러 활용이 돋보이는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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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제품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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