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름다운 폰트,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전

아모레퍼시픽이 자사의 전용 서체 '아리따'를 알리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전을 열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폰트,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전

아모레퍼시픽은 2000년대 초반 국내에 기업 전용 서체 열풍을 불러일으킨 선구자 중 하나다. 안상수 PaTI 날개, 디자이너 류양희, 계원예술대학교 이용제 교수 등 저명한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아리따’는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아시아의 현대 여성상을 단아하고 지적인 인상의 서체로 표현했다. 2006년 아리따 돋움을 시작으로 2012년 아리따 산스, 2014년 아리따 부리, 2017년 아리따 흑체 등을 무료로 배포해 대중에게 기업의 정체성을 알렸다. 이처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나의 서체를 개발해 확장시킨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전. ©노경(Rohspace)

최근에는 이 놀라운 여정을 되짚는 전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전(이하 〈아리따〉전)을 아모레성수와 아모레부산, 아모레퍼시픽 본사로 장소를 옮겨가며 총 세 차례 연 것이다. 발단은 2020년에 발간한 아카이브 북 〈아리따 글꼴 여정〉이었다. 이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수집한 많은 자료를 좀 더 입체적으로 대중에게 알리고자 전시를 열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서체 디자인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폰트가 어렵고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라 일상의 가치를 빛내는 도구임을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특히 체험 공간의 비중을 전시 공간에 준하는 수준으로 할애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이 손 글씨로 직접 서체를 따라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대표적. 이 밖에도 서체의 크기를 확대해 디테일한 부분도 알아차릴 수 있게 하고, 관련 서적과 선명한 색감의 한글 블록, 생성형 AI를 활용한 감각적인 영상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영상의 일부.
외국인도 한글의 구성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 한재준 작가의 한글 블록.

류양희, 구모아, 한재준 등 디자이너들이 아리따를 뮤즈 삼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점도 돋보였다. 이들은 모두 아리따 한글 서체 개발에 참여한 디자이너로 과거 자신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재해석한다는 점에서도 뜻깊었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공간의 특성에 따라 전시를 제각기 다르게 구성한 점에서 기획의 묘가 느껴졌다. 일례로 처음 전시를 연 아모레성수 2층은 규칙적으로 배열된 좁고 긴 유리창이 특징인데, 아모레퍼시픽의 디자이너들은 이 점을 십분 활용해 유리창에 작품을 설치하거나 붙이고, 창턱 부분을 의자로 쓰는 등 다채로운 연출을 선보였다.

아모레성수 전시.

아모레부산에서는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시의 핵심 요소만 추려냈다. 6m 높이의 층고가 특징인 본사에서는 행잉 인스털레이션 작품을 추가해 높은 층고로 인한 개방감을 강조했다. 또 사방이 투명한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큐브 형태의 전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활자의 방’이라는 콘셉트를 더해 전시 기획을 발전시켰다. 또한 텍스트 래핑을 유리 벽에 부착해 아리따 특유의 투명한 느낌을 강조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쏟아지는 시대다. 역으로 말하면 디자인의 가치가 시간에 떠밀려 쉽게 퇴색되고 휘발된다는 뜻도 된다. 〈아리따〉전이 의미 있는 건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폰트의 가치를 망각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되뇐다는 데에 있다.

아모레부산 3층 스토리 A에서 열린 전시.

전시를 진행한 성수동과 부산 해운대, 본사가 위치한 용산 모두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전시를 준비하면서 연령대와 국적에 관계없이 아리따를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하는 데 주력했다. 서체 뒤에 숨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서체를 재해석한 작품과 영상, 서적 등을 통해 아리따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의 노력을 전달하려 했다. 서체 개발에 참여했던 디자이너들이 작가로 참여한 것은 이번 전시의 중요한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사람들의 헌신이 담긴 서체를 알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뜻 깊었다.

강유선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전략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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