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 제호에서 폰트로, 월간 〈디자인〉의 50주년을 설계하다
양장점 양희재·장수영 디자이너
한국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를 말할 때 양장점을 빼놓을 수 없다. 한글과 라틴 알파벳을 각자의 언어로 다루며 폰트 디자인을 이어온 이들은 최근 월간 〈디자인〉 제호 디자인에서 출발해 창간 50주년 기념 폰트 ‘디자인맥 산스’까지 확장하며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10년 차를 맞은 폰트 디자인 듀오 양희재와 장수영을 만나 양장점의 지금을 묻는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한국 디자인 생태계에서 폰트 디자인을 전업으로 다루는 스튜디오는 많지 않다. 그 가운데 양장점은 한글과 라틴 알파벳이라는 서로 다른 문자 체계를 존중하며 하나의 스튜디오로 운영되어 온 팀이다. 맞춤 양복점을 연상시키는 ‘양장점’이라는 이름은 디자이너 양희재와 장수영의 성인 ‘양’과 ‘장’을 조합해 지었다. 2016년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유수의 기업과 기관의 레터링과 폰트 프로젝트를 맡으며 실력 있는 스튜디오로 업계에 정평이 났다. 롯데캐슬, 웨이브, 무신사, 토스, 요기요 등 주요 기업 전용 서체 역시 양장점의 손을 거쳤다. 최근에는 양장점이 디자인한 월간 〈디자인〉 제호를 바탕으로 ‘디자인맥 산스’ 폰트로 확장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하나의 제호를 넘어 매체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기능하는 폰트를 설계하고 이를 오픈 소스로 배포한 결정은 양장점이 폰트를 바라보는 관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잘 설계된 폰트가 실제 작업 환경에서 널리 이롭게 쓰이는 것. 이번 인터뷰에서는 양희재와 장수영이 각자의 언어를 다루며 함께 작업해 온 시간을 되짚고, 지난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공개한 ‘2016–2025 아카이브’를 통해 양장점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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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월간 〈디자인〉 50주년과 ‘디자인맥 산스’
월간 〈디자인〉 50주년을 기념한 서체 ‘디자인맥 산스’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양희재(이하 양) 출발점은 제호 디자인이었어요. 월간 〈디자인〉 리뉴얼을 하면서 디자인한 제호가 실제로 지면과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제호가 전용 서체로 확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월간 〈디자인〉최명환 편집장님께 제안했고, 다행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주셨어요. 사실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제호로 끝나지 않고 서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개인적으로는 염두에 두고 있기도 했고요. 제 작업 방식은 제호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으면 해당 글자만 그리는 게 아니라 주변의 다른 글자들도 함께 계획하면서 디자인하게 돼요. 그래서 제안할 당시에는 이미 거의 알파벳 전체가 완성에 가까운 상태였고, 그 점이 설득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실제 진행 과정에서도 큰 수정 없이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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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폰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설정한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양 월간 〈디자인〉이라는 매체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 일관되게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산세리프 구조 안에서 출발하되 너무 장식적이기보다 구조적인 특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알파벳을 지향했죠. 예를 들어 ‘g’처럼 캐릭터가 비교적 강한 글자와 단순한 구조의 ‘n’, 그리고 ‘d’, ‘e’처럼 일반형에 가까운 글자를 함께 배치해 전체적으로 균형을 맞췄어요. 전체 알파벳을 설계할 때도 원형의 비중을 나눴습니다. 몇몇 글자에는 분명한 성격을 주되 대부분은 익숙한 형태를 유지해서 긴 문장을 읽었을 때 과하게 튀지 않도록 조율했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구조적인 차이가 판독되는 정도, 그 지점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습니다.
“폰트는 결국 쓰이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전용 서체로 기획됐던 작업이 오픈 소스로 공개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양 처음 월간 〈디자인〉 내부에서 사용하는 전용 폰트를 상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50주년이라는 계기를 맞아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방향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저 역시 그 선택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업으로 일확천금을 얻는다기보다 많은 사람이 이 글자를 사용하고 각자의 맥락에서 논의해 보는 게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산돌의 무료 폰트 섹션을 통해 배포하게 됐습니다. 이 글자가 더 다양한 환경에서 쓰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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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맥 산스’에는 스타일리스틱 세트 3종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 기능은 어떤 의도로 추가된 건가요.
양 오픈 소스로 공개되는 서체라면 월간 〈디자인〉의 정체성뿐 아니라 다른 맥락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나의 글자 안에 여러 형태를 담을 수 있는 스타일리스틱 세트를 추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a라도 형태가 다른 버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죠. 라틴 알파벳은 한글에 비해 글자 수가 적다 보니 이런 오픈타입 기능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이 기능을 통해 디자이너가 폰트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인상을 만들 수 있고 글자 구조의 차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다만 이 기능은 워드 같은 일반 문서 프로그램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어도비 프로그램이나 피그마처럼 디자인 툴에서 활용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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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 폰트가 어떤 방식으로 쓰이기를 기대하시나요.
양 라틴 알파벳 디자인의 경우 글자 모임에서 몇 글자만 바뀌어도 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런 변화를 직접 써보고 경험하면서 ‘아 글자 디자인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이라는 분야 자체가 워낙 넓고 취향도 다양하잖아요. 호불호를 떠나 글자가 하나의 화두로 오르고 논의되는 것 자체가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의의라고 봅니다.
PLUS 2. 두 개의 문자 체계, 하나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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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라틴 알파벳이라는 서로 다른 문자 체계를 다루면서도 함께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장수영(이하 장)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당시 저는 한글 폰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폰트 작업을 하다 보면 라틴 알파벳 디자인에 대한 전문성이 아쉬웠습니다. 반대로 희재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라틴 알파벳 디자이너로서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시점이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양 학교 선후배 사이였지만 그때는 그렇게 가까운 관계는 아니었어요. 해외에서 라틴 알파벳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한국 폰트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죠. 형에게 자문을 구하다 처음에는 하나의 글자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고, 그게 자연스럽게 스튜디오로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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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활동을 시작할 당시 양장점이 그리던 스튜디오의 모습은 어땠나요?
장 저는 산돌에서 일하면서 폰트 디자인이라는 영역이 다른 디자인 분야와는 조금 다르다는 걸 체감했어요. 제작하고 납품하는 구조를 벗어나 내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성을 느꼈죠. 작업을 넘어 유통까지 폰트 전반에 대한 운용을 주체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폰트를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고, 그 기반을 잘 다지면 폰트를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가능할 거라고 기대했죠.
양 거창한 야망을 가지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다만 우리가 만든 글자를 우리가 책임지고 세상에 내놓는 방식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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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1년 정도 함께 생활하며 작업했다고 들었습니다. 이후 양희재님은 서촌에서, 장수영님은 최근 오픈한 용산 작업실에서 작업 환경을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장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에게 맞는 협업 방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작업이 진행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알게 됐고, 각자의 작업 속도와 생활을 존중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죠. 가령 한글 폰트 작업은 일 년에 최대 2개 남짓 작업이 가능한데 라틴의 경우 작업 시간이 덜 소요되니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
양 아무래도 물리적인 작업 시간의 차이가 꽤 영향을 미쳤죠. 저는 작업을 비교적 빨리 마치니 자연스럽게 다른 방향의 작업도 모색하게 됐어요. 그 일환으로 ‘케이타운타입’이라는 개별 프로젝트도 병행하게 됐고요. 저마다 쌓아온 경험의 총체가 만나 하나의 폰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시너지가 나기도 하더라고요.
PLUS 3. 양장점이 말하는 ‘잘 설계된 폰트’란?
한편, 양장점이 생각하는 ‘잘 설계된 폰트’의 기준도 궁금해요.
장 글자 자체만 놓고 보면 품질의 일관성이 중요해요. 획의 두께나 비례, 공간 분배 같은 기본적인 완성도가 확보돼야 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글자가 쓰이는 맥락이에요. 가령 조형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특정 브랜드나 환경 안에서는 아주 정확하게 기능하는 글자가 있을 수 있어요. 결국 폰트는 사용될 때 비로소 평가받는다고 생각해요.
양 저도 비슷해요. 형태는 다르지만, 출처와 의도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글자들이 있어요. 잘 계획된 구조를 가진 글자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흔들림이 없어요. 우리는 비교적 그 구조와 품질에 집중하는 쪽에 가까운 스튜디오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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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적 완성도와 실제 사용성 사이에서 판단이 엇갈릴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장 상업 프로젝트에서는 결국 사용 환경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어요. 기업 전용 서체의 경우 디자이너뿐 아니라 다양한 직군이 워드나 한글 같은 프로그램에서 사용하게 되거든요. 보통은 클라이언트의 미감과 저의 완성도에 대한 기준이 충돌할 때 조정하곤 합니다.
실제 작업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한 단계는 언제인가요?
장 가장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한 단계는 시안 제작 단계예요. 특히 둘이 동시에 시안을 시작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구조와 방향을 어떻게 다르게 가져갈지부터 정리해야 해서 논의가 많아집니다.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왜 이 구조가 필요한지까지 함께 설명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폰트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시안을 먼저 보여드리고 결정받는 과정이 허탈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전문적인 맥락은 생략된 채 인상 위주의 평가로 흘러가면 왜 선택됐는지가 의문으로 남거든요.
“잘 설계된 폰트는 실제 사용 환경에서 흔들림이 없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초반 미팅에서 시간을 조금 더 써요. 글자가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 한글과 라틴 알파벳이 어떤 방식으로 설계되는지 같은 기초적인 내용을 먼저 공유하려고 합니다. 일종의 짧은 강의처럼요. 그렇게 해야 1차 시안은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가고 이후 수정 단계에서도 불필요한 소모가 줄어들어요. 물론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죠. 어떤 곳은 미팅 시간이 15분 단위로 쪼개져 있어서 그런 설명을 할 여유조차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최대한 시안 안에 설명을 녹이거나 필요한 부분만 압축해서 전달하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가능한 초반에 기준을 공유하고 같은 도안 위에서 작업을 시작하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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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폰트 강연도 많이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로 학생들에게 어떤 부분을 강조하나요?
장 형태에만 집중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합니다. 폰트 디자인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모양부터 고민하게 되지만, 형태는 결과에 가깝고 그 이전에 구조적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비례와 규칙으로 글자를 만들고 있는지, 이 폰트가 어떤 환경에서 쓰일지를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쉽게 흔들리거든요. 시작은 형태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에는 내가 어떤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작업이 단단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양 저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을 제시하기보다 이런 방식으로 일해 온 사람도 있다는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려는 편이에요. 지금의 작업이나 포지션도 처음부터 계획한 결과라기보다 그때그때 더 흥미롭다고 느낀 선택들이 이어진 결과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모두에게 정답인 것을 찾는 것보다 개인에게 맞는 방향을 찾으려는 시도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좋아하는 걸 계속하다 보면 그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요.
PLUS 4. 양장점이 써 내려갈 이야기
지난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2016–2025 아카이브’를 정리하며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요.
장 생각보다 정말 많은 작업을 해왔다는 걸 실감했어요. 특히 이번에는 상업 작업을 중심으로 보여주자는 데 의미가 있었어요. 기업 전용 서체만 놓고 보면 1년에 많이 작업해 봤자 두세 개 정도예요. 그게 10년 가까이 쌓이니 그래도 하나의 스튜디오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분량이 됐더라고요.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 자체가 인상 깊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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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년을 맞은 양장점의 청사진도 궁금합니다.
양 제가 폰트라는 매체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점은 가벼움이에요. 불특정 다수의 컴퓨터에 설치돼 있고 어디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 채 떠다닐 수 있다는 점이요. 동시에 폰트는 완전히 익명의 파일은 아니에요. 폰트 파일 안에는 제작자 이름이나 제작 연도, 짧은 메시지 같은 정보가 함께 들어가 있거든요. 무료로 배포된 폰트를 열어보다 보면 누가 만들었는지와 함께 아주 개인적인 흔적을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걸 보는 순간 얼굴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 디자이너와 잠깐 연결되는 느낌이 들죠. 저는 그런 경험이 인상 깊더라고요. 제 작업도 그렇게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크게 기억되거나 이름이 각인되는 방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작업 환경 안에서 조용히 쓰이다가 언젠가 파일 정보 속에서 발견되는 정도로요. 그게 제가 폰트라는 매체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장 기업 전용 서체 영역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나 브랜딩 에이전시와 협업하며 폰트가 필요한 지점을 정확하게 메워주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어요. 동시에 우리가 직접 만든 서체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고요.
PLUS LIST
양장점에게 영감이 되는 물건 3
– 투명한 유리잔
베아트리스 워드의 「최선의 타이포그래피는 투명한 유리잔과 같다」라는 문구는 타이포그래피를 다루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투명한 유리잔은 그 자체로도 꽤 매력적인 대상이다. 원통형이라는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너비와 높이, 무게와 비례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서로 다른 인상을 준다.
– 오래된 건축가의 딱딱한 의자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하는 직업이지만, 내 작업 공간에는 유난히 딱딱한 의자들만 있다. 그것들은 단지 앉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눈으로 보기 위해 공간에 놓여 있는 물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의자들은 대부분 특정 시대의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것들이다. 엉덩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눈이 즐겁다니 어쩔 수 없다.
– 누군가의 책장
누군가의 책장을 본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한다. 나와 같은 공간을 쓰는 디자이너는 문단을 왼쪽 정렬(오른쪽 흘리기)하듯 책장의 책들로 아래쪽 정렬, 위쪽 흘리기를 한 듯 정리한다. 장수영 디자이너의 책장은 책의 디자이너별로 철두철미하게 정렬되어 있고, 내 책장은 색깔별로 정리되어 있다.
TIPPING POINT
양장점의 성장은 한 번의 성과가 아니라 선택의 누적으로 이루어졌다. 한글과 라틴 알파벳을 무리하게 통합하지 않고 각자의 언어로 다루는 선택,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성립하는 협업 구조, 서체를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실제 사용을 전제로 한 시스템으로 설계해 온 방식이 그것이다. 월간 〈디자인〉 제호와 이를 확장한 ‘디자인맥 산스’는 이러한 판단이 가장 응축된 형태로 드러난 사례다. 폰트를 소유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쓰임 속에서 의미가 확장되도록 배포한 결정은 이 스튜디오가 지나온 방향을 보여준다. 빠르게 눈에 띄기보다 오래 사용될 수 있는 구조를 택해 온 선택. 그 축적이 오늘의 양장점을 만들었다.
![[Creator+]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 제호에서 폰트로, 월간 〈디자인〉의 50주년을 설계하다 28 20260107 08392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07_083924.jpg)
![[Creator+] 폰트 디자인 스튜디오 양장점: 제호에서 폰트로, 월간 〈디자인〉의 50주년을 설계하다 29 20260107 08394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07_08394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