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양장점의 A to Z: 기업 전용 서체부터 월간 〈디자인〉 50주년 기념 폰트까지

양장점 양희재·장수영 디자이너

양장점의 작업은 폰트가 쓰이는 지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OTT 플랫폼 웨이브의 전용 서체, 글로벌 기업을 위한 제목용 서체, 디지털 환경을 전제로 한 폰트까지 양장점의 작업을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Creator+] 양장점의 A to Z: 기업 전용 서체부터 월간 〈디자인〉 50주년 기념 폰트까지

양장점의 작업은 언제나 폰트가 놓일 환경을 먼저 상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업 전용 서체부터 개인 파운드리, 디지털 플랫폼과 입체 오브제까지. 이번 2편에서는 양장점의 주요 프로젝트를 키워드별로 따라가며 폰트가 매체와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확장됐는지를 살펴본다.

프로젝트 A to Z

Calen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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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재는 지난 연말, 사진가와 협업해 2026 캘린더를 제작했다. 사진과 폰트를 병렬로 배치한 포스터형 달력으로, 날짜라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 구조 위에 이미지와 글자를 나란히 놓는 방식이 특징이다. 읽기와 보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설계했다. 이 캘린더를 선보이는 자리는 마침 장수영이 새로 마련한 용산 작업실에서 열렸다. 시기가 우연히 맞아떨어져 작업실에서는 오픈 파티를 겸한 포스터 판매도 진행됐다. 행사 당일에는 캘린더뿐 아니라 관련 폰트 시안과 출력물도 함께 공개됐다. 방문객들은 완성된 인쇄물을 구매하는 동시에 폰트가 설계되고 선택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다. 양장점에게 캘린더는 단순한 연말 상품이 아니다. 폰트가 날짜라는 정보와 만날 때 어떤 리듬과 질서를 만들어내는지를 시험하는 매체이자, 화면을 벗어난 환경에서 글자의 물성을 다시 확인하는 실험에 가깝다.

Digital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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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는 언제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활발히 쓰이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폰트’라는 표현은 어떤 맥락에서 생겨난 말일까. 양희재는 이 질문들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폰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제작됐고, 달라진 것은 제작 방식이라기보다 글자가 쓰이는 환경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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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점 양희재 디자이너

과거에는 인쇄물을 최종 결과로 상정해 폰트를 설계했다면, 지금은 화면에서 읽히는 조건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 모바일과 웹, 앱과 플랫폼처럼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글자가 어떻게 보이고 작동하는지가 설계의 주요 기준이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양장점은 특정 매체에 맞춘 형태보다, 해상도와 화면 조건이 달라져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에 주목해 왔다. 이들에게 디지털 폰트란 컴퓨터로 만든 글자라기보다, 디지털 환경에서 쓰이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폰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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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재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개인 파운드리 프로젝트, 케이타운타입(Ktowntype)

케이타운타입(Ktowntype)은 양희재가 운영하는 개인 파운드리 프로젝트다. 양장점이라는 스튜디오의 작업과는 별도로, 보다 사적인 관심과 실험을 담기 위해 시작됐다. 라틴 알파벳의 조형적 가능성과 구조에 대한 탐구가 작업의 중심에 놓인다. 글자의 언어적 기능보다는 형태와 구조 자체를 다루는 태도 역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에는 라틴 폰트 ‘Sonora’를 기반으로 한 3D 프린팅 작업까지 확장됐다. 평면의 폰트를 입체 오브제로 구현한 이 프로젝트는, 폰트를 읽는 대상에서 만지는 대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파일로 존재하던 폰트가 물성을 갖는 순간, 글자의 구조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인식된다. 케이타운타입은 양장점의 작업을 보완하는 동시에, 폰트라는 매체의 적용 범위를 실험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OTT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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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웨이브의 전용 서체 ‘웨이브 파도(Wavve PADO)’ 폰트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 도구로 활용된 사례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 속에서 웨이브는 폰트를 통해 브랜드 인상을 강화하고자 했다. 일상적으로 반복 노출되는 글자를 통해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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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웨이브’를 위한 전용 서체. 이름은 ‘웨이브 파도(Wavve PADO)’.

양장점은 파도를 모티브로 한 영문 로고타이프의 인상을 한글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데 주력했다. 네모꼴에 꽉 찬 구조와 두꺼운 획은 레트로한 인상을 떠올리게 하면서 곡선의 흐름을 통해 파도의 운동감을 더했다. 특히 획의 주변부를 세밀하게 조정해 흐르는 듯한 리듬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알파벳은 구조상 동일한 방식의 곡선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하단 베이스라인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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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썸네일, 자막, 프로모션 이미지 등 여러 디지털 영역에서 활용 중인 전용 서체 모습

현재 웨이브의 유튜브 썸네일과 자막, 프로모션 이미지 등 다양한 디지털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파도체는 플랫폼 시대에 전용 서체가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SON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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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라(Sonora)’는 폰트를 읽히는 문자가 아니라 형태로 존재하는 구조물로 다뤄본 프로젝트다. 양희재의 개인 프로젝트인 케이타운타입에서 출발해 유영범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3D까지 확장되며 평면에 머물던 폰트를 공간 안으로 옮겼다. 이 작업의 핵심은 장식적인 입체화가 아니다. 획의 두께 대비와 곡선의 긴장, 자소가 맞물리는 구조 등 폰트를 구성하는 기본 골격을 유지한 채 표면과 부피를 부여하는 데 집중했다. 평면에서는 인상으로 인지되던 요소들이 3D 환경에서는 무게감과 균형으로 드러난다. 글자의 구조가 보이는 차원을 넘어 만져질 수 있는 형태로 인식되는 순간이다. 소노라는 폰트가 디지털 파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환기하며 구조가 폰트 설계의 핵심 기준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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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글로벌파트너스의 기업 전용 서체 ‘TGB 산스’

탄탄글로벌파트너스의 기업 전용 서체 ‘TGB 산스’는 양장점의 강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프로젝트다. 해외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기업이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국문과 영문을 아우르는 제목용 서체가 필요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는 분명했다. 동양의 품격과 서양의 클래식함을 동시에 담아낼 것. 양장점은 다수의 기업 전용 서체가 선택하는 산세리프 계열 대신 글리픽 양식을 택했다. 돌에 새긴 글자에서 출발한 글리픽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균형을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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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글로벌파트너스의 기업 전용 서체 ‘TGB 산스’. 양장점은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동양의 품격과 서양의 클래식함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산세리프 계열 대신 글리픽 양식을 선택했다.

글리픽은 서구 문화권에서는 자연스럽지만, 한글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양장점은 자소 조합의 밀도와 사용 맥락에 따라 캐릭터의 강도를 조절하며 세밀하게 설계했다. 그 결과 돌을 쪼개는 정의 간결함과 붓의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서체가 완성됐다. 문서의 소제목부터 브랜드 시각물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 역시 이 프로젝트를 특별하게 만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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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점 웹사이트. 그간 디자인해 온 주요 기업의 전용 서체 프로젝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양장점 웹사이트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아카이브 전시를 계기로 재정비됐다. 전시 소식을 알리기 위한 임시 페이지에서 출발했지만, 이 시기를 맞아 스튜디오의 작업을 정리해 보여주는 공간으로 구조를 다듬었다. 그동안 디자인해 온 주요 기업 전용 서체 프로젝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추후 로고 타입, 레터링, 전시 등 기업 전용 서체 이외의 다양한 작업도 업데이트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후의 변화도 살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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