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눈여겨볼 국내 미술 전시는?
미술관부터 갤러리까지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열렸다. 달리는 말의 기세를 닮아, 올해는 유난히 풍성하고 화려한 전시들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2026년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전시를 모았다.

2026년을 향한 미술 전시 일정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작가 개인전과 기획전부터 글로벌 아티스트의 아시아 최초 전시, 한국 미술의 흐름을 짚는 대규모 회고전까지. 주목해야 할 전시를 선별해 소개한다.
데미언 허스트,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간 2026년 3월 20일 – 6월 28일

국립현대미술관은 글로벌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손꼽히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대표작부터 최신 미공개 작에 이르기까지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 세계 전반을 입체적으로 아우른다. 전시에서는 죽음과 영생, 과학과 의학에 대한 인간의 믿음, 그리고 예술의 가치와 시장 논리 등 그가 평생 탐구해 온 핵심 주제들을 심도 있게 다룰 예정이다. 특히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에 담은 ‘자연사’ 연작과 다이아몬드가 박힌 해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 등 화제작과 더불어 ‘벚꽃’ 연작 이후의 신작이 포함되어 현대사회의 가치 체계에 대한 폭넓은 담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안구선사(眼球禪師)〉, 박찬경 개인전
장소 국제갤러리 K1
기간 2026년 3월 중순

국제갤러리는 분단과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을 매개로 한국의 근대성을 탐구해 온 박찬경 작가의 개인전을 9년 만에 선보인다. 오는 3월 중순 개막하는 <안구선사(眼球禪師)>전은 그간 글과 사진, 영상 작업에 주력해 온 작가가 처음으로 20여 점의 신작 회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국의 민화와 사찰 벽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인용하며, 관습적인 ‘전통문화’의 틀에 갇힌 전통을 새롭게 일깨우고자 한다. ‘고란사’, ‘안구선사’ 등 국내 사찰과 선불교의 에피소드에서 착안한 작품들은 절집 그림에 깃든 간절한 기원과 초월적 결기를 기이한 표현으로 담아낸다. 특히 탱화와 만화의 형식을 빌려 작가의 개성을 숨기고 반복과 전승을 통해 공동체의 독창성을 드러내는 작업 방식은 민화 특유의 우주적 직관과 살아있는 물질에 대한 상상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한국 기하추상의 거장, 김윤신 회고전
장소 호암미술관
기간 2026년 3월 17일 – 6월 28일

호암미술관은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이자 기하학적 추상의 선구자인 김윤신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오는 3월 17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1960년대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아르헨티나 이주 이후 현재까지 이어온 작가의 60년 화업을 총망라한다. 전시는 나무와 돌 등 자연 재료의 본성을 살리며 시공간의 역동성을 표현해 온 조각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특유의 색감이 돋보이는 회화와 드로잉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평생을 ‘합일(合一)’과 ‘나눔’이라는 철학적 화두에 매진하며 한국 조각사의 지평을 넓힌 김윤신의 조형 언어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는 거장의 예술적 열정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명력 넘치는 예술적 영감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빛의 화가 방혜자,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회고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기간 2026년 4월 – 9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빛의 화가’ 방혜자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이번 전시는 초기 추상미술의 선구적 역할을 했던 작가의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은 물론, 그동안 국내에 공개되지 않았던 프랑스 소재의 희귀작들이 대거 소개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시는 평생에 걸쳐 ‘빛’을 영감의 원천이자 탐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작가의 철학적 세계관과 다채로운 회화적 실험 과정을 전방위적으로 조명한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양과 서양의 미감을 융합하여 탄생시킨 방혜자 특유의 숭고한 빛의 미학을 심도 있게 살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언어가 예술이 되는 순간, <글쓰는 예술>전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기간 2026년 4월 23일 – 7월 12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시와 소설, 극본 등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가 시각예술과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창작의 과정을 조명하는 <글쓰는 예술>전을 개최한다. 오는 4월 23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를 매개로 글을 읽는 행위를 새롭게 감각하고, 문학적 서사가 예술적 대화로 확장되는 지점을 탐구한다. 전시는 내밀한 생각의 조각들을 엮어내는 글쓰기 자체를 미술의 핵심 재료로 삼는 작가들의 오랜 노력과 창작의 시간을 심도 있게 마주한다. 특히 텍스트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시각적 형상과 감각의 지도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묘미다.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문장 사이에 숨겨진 예술적 사유를 따라가며, 언어와 미술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공감각적 전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는 예술에서 경험하는 환경으로, 여성 선구자들의 공감각적 실험
장소 리움미술관 아동교육문화센터
기간 2026년 5월 5일 – 11월 29일

2023 하우스 데어 쿤스트 뮌헨 재구성, 하우스 데어 쿤스트 뮌헨 설치 전경, 사진 아고스티노 오시오

리움미술관은 전 세계 1세대 여성 설치미술가들의 선구적 작업을 조명하는 그룹전 〈환경, 예술이 되다 –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실험 1956−1976〉를 개최한다. 전시는 1956년부터 1976년 사이, 미술사에서 누락되었던 여성 작가들의 초기 설치 작업과 실험정신을 재조명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예술의 실천에 주목하는 이번 전시는 빛과 소리, 일상적 소재를 활용해 관객이 작품 내부에서 직접 상호작용하는 ‘몰입형 환경’을 구축한다. 알렉산드라 카수바, 주디 시카고 등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경험’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특히 뮌헨, 로마, 홍콩을 거친 국제 순회전에 리움만의 미술사적 해석과 추가 작업을 더해 전시의 깊이와 의의를 한층 강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유영국 탄생 110주년 기념 회고전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기간 2026년 5월 14일 – 10월 18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이 열린다. 오는 5월 14일 개막하는 전시는 ‘산’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통해 한국적 자연의 미학을 기하학적 추상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전시에서는 강렬한 원색과 과감한 면 분할이 돋보이는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 평생에 걸쳐 탐구해 온 ‘자연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특히 미공개작을 포함해 작가의 예술적 신념이 집약된 주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구축된 유영국만의 조형 언어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집과 기억의 예술가 서도호, 사상 최대 규모 개인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기간 2026년 8월 – 2027년 2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이자 세계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서도호 작가의 사상 최대 규모 개인전을 개최한다. 오는 8월 막을 올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부터 현재 진행 중인 최신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 세계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회고전 성격으로 꾸며진다. 작가는 그간 이주와 거주, 개인과 공동체라는 근본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공간과 기억,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식을 심화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치열한 사유 과정이 담긴 다량의 드로잉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며, 미래지향적 통찰을 보여주는 ‘브릿지 프로젝트’ 등 주요 설치 작품들이 서울관 공간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다문화적 정체성의 다양한 층위를 관통하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 각자의 서사 속에서 작가의 주제가 새롭게 확장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나스 우드, 아시아 첫 기획전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간 2026년 9월 1일 – 2027년 2월 28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국 작가 중 한 명인 조나스 우드(Jonas Wood)의 아시아 첫 대규모 기획전을 개최한다. 오는 9월 1일 개막하는 전시는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가 집약된 회화와 드로잉 등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그의 화업 전반을 폭넓게 조명한다. 조나스 우드는 일상의 풍경과 실내 정경, 그리고 분재와 야구 카드 등 사적인 소재를 강렬한 색채와 복잡한 패턴, 독특한 평면적 구성으로 재해석하며 현대 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일상에서 발견한 조형적 영감이 어떻게 거대한 캔버스 위에서 현대적인 미감으로 변모하는지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조우, 구정아 개인전
장소 리움미술관
기간 2026년 9월 5일 – 12월 27일

리움미술관은 일상적인 사물과 공간에 영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오는 9월 5일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202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는 등 국제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작가의 예술적 깊이를 탐구하는 자리다. 전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감지할 수 있는 맞닿은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여,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새롭게 확장한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설치와 드로잉, 그리고 공간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연결하는 신작들을 통해 평범한 공간이 어떻게 예술적 명상의 장소로 변모하는지 보여준다. 관람객은 물리적 실재를 넘어선 감각의 확장을 경험하며, 거창한 담론 대신 사소하고 사적인 기억들이 예술로 승화되는 경이로운 순간을 마주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이성자 개인전
장소 갤러리현대
기간 2026년 11월 중


갤러리현대는 김환기, 유영국과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적 여성 화가 이성자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오는 11월 막을 올리는 이번 전시는 동양의 철학적 세계관인 ‘음양오행’을 뿌리에 두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의 60년 화업을 조명한다. 1951년 프랑스로 이주한 이래 서양화의 형식 속에 동양적 정신을 녹여냈던 작가는 동서양의 예술적 배경을 혼합한 추상화를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통해 여성과 대지, 그리고 우주로 확장되는 이성자 특유의 서정적이고 기하학적인 조형 언어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특히 프랑스와 한국을 잇는 예술적 가교 역할을 했던 거장의 발취를 되짚으며, 현대 미술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독보적인 위상과 예술적 성취를 재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도시의 감각을 층층이 쌓다, 이희준 개인전
장소 국제갤러리 K1, K2
기간 2026년 12월 중

국제갤러리는 2026년의 마지막 전시로 현대 도시의 풍경을 독자적인 조형 언어로 재구성하는 이희준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급격히 가속화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회화가 지닐 수 있는 지속가능성과 새로운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휴대폰 카메라로 직접 수집한 도시의 이미지를 잉크젯프린터로 출력한 뒤, 그 위에 다시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독특한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캔버스 위에 배치된 A4 단위의 흑백 청사진들은 선과 원의 형태를 따라 재조합되며, 추상과 구상,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무는 다층적인 시공간적 경험을 선사한다. 관람객들은 도시와 건축 공간에서 추출된 이질적인 감각들이 회화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시각화되는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국경을 넘는 예술 예정, <파리의 이방인>전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기간 2026년 12월 – 2027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은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대미를 장식할 전시로 <파리의 이방인>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26년 미술관의 주요 키워드인 ‘국제 교류’와 ‘경계의 확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전시는 20세기 초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한 한국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특히 낯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서 마주해야 했던 고뇌가 어떻게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되었는지, 그리고 양국의 문화 예술이 서로를 어떻게 풍요롭게 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과거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 동시대 미술의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한국 미술이 지니는 정체성과 위상을 재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