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궁전을 보닛 위에 새기다, 롤스로이스 팬텀 아라베스크
중동의 오랜 건축 유산을 담은 한 대의 예술품
롤스로이스가 중동 건축 유산을 담은 단 한 대의 비스포크 모델 ‘팬텀 아라베스크’를 공개했다. 팬텀 익스텐디드를 기반으로 두바이 프라이빗 오피스에서 탄생한 이 차는 전통 미학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통해 브랜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사막 위 궁전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럭셔리 모빌리티의 정수를 증명한 팬텀 아라베스크를 소개한다.

롤스로이스모터카가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비스포크 디자인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월 12일, 중동의 전통 건축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단 한 대만 특별 제작된 비스포크 모델 ‘팬텀 아라베스크(Phantom Arabesque)’를 공개한 것. 팬텀 익스텐디드를 기반으로 롤스로이스의 초청 전용 비스포크 공간인 프라이빗 오피스 두바이를 통해 탄생한 이 모델은, 브랜드의 숭고한 정체성을 증명해온 중추이자 새로운 비스포크 전략의 기준점이다. 모래사막 위에 굳건히 선 궁전의 미학을 첨단 기술로 보닛 위에 구현해 낸 럭셔리 모빌리티의 정수를 소개한다.

문화적 뿌리로 다시 쓴 디자인
롤스로이스 프라이빗 오피스 두바이의 비스포크 수석 디자이너 미셸 러스비(Michelle Lusby)는 팬텀 아라베스크의 디자인 테마인 ‘마슈라비야’를 두고 “장식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프라이버시 보호, 빛과 공기의 흐름이라는 실용적인 가치를 함께 담고 있는 중동 디자인 언어의 정수”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모델은 특정 지역의 전통 건축 요소를 1차원적으로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롤스로이스 특유의 권위 있고 우아한 화법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으로 완벽하게 재번역해 냈다.


외관은 사막의 짙은 밤과 쏟아지는 달빛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투톤 마감으로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선사한다. 차체 하부를 묵직하게 지탱하는 다이아몬드 블랙과 상부의 실버 색상이 맞닿는 우아한 경계선 위로는, 장인이 직접 붓을 쥐고 그려낸 마슈라비야 패턴의 실버 코치라인이 유려하게 뻗어 나간다.


여기에 전면부의 다크 크롬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과 어둠 속에서 신비롭게 빛나는 환희의 여신상, 22인치 부분 광택 알로이 휠이 정교하게 어우러지며, 마치 웅장한 아라비아 궁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독보적인 아우라를 완성한다.
인고의 시간이 빚은 빛의 캔버스
팬텀 아라베스크가 지닌 미학적 성취의 정점은 단연 널찍한 보닛 위에 펼쳐져 있다.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보닛 전체에 레이저 각인 기법을 적용했다. 자동차의 금속 패널을 한 폭의 거대한 예술 캔버스로 격상시킨 셈이다. 단순히 새로운 옵션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롤스로이스 익스테리어 서피스 센터(Exterior Surface Centre)가 브랜드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실험과 테스트에 매달린 끝에 얻어낸 특허 기술의 결실이다.

이 독창적인 공정은 표면을 정교하게 긁어내어 안쪽의 대비되는 색상을 드러내는 이탈리아의 전통 장식 기법 ‘스그라피토(Sgraffito)’에서 영감을 받았다. 짙은 바탕색 위로 투명한 클리어 코트를 여러 겹 쌓아 올린 뒤, 가장 상단에 밝은 도료를 얹어 밑바탕을 준비한다. 그 후, 첨단 레이저가 145~190마이크론이라는 경이로운 깊이로 표면을 미세하게 깎아내며 마슈라비야 문양을 아로새긴다.

마지막으로 장인의 헌신적인 수작업 샌딩을 거쳐 완성되는 패턴은 차체 위에 덧칠해진 단편적인 장식이 아니라 도장 그 자체와 완벽하게 하나로 통합된다. 덕분에 빛이 닿는 각도와 시선이 머무는 위치에 따라 문양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환상적인 질감을 선사한다. 토비아스 지헤네더(Tobias Sicheneder) 익스테리어 서피스 센터 총괄 매니저의 말처럼, 수년간의 끈질긴 집념이 빚어낸 이 생동감 넘치는 표면은 향후 비스포크 고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창조적 가능성을 열어주는 역사적인 첫걸음이 되었다.
기하학으로 빚은 안식처
도어를 열고 들어선 실내는 외관의 압도적인 아우라와 대조되는 차분한 경이로움으로 가득하다. 대시보드 전면을 장식한 ‘갤러리(Gallery)’는 이 차량의 문화적 정체성이 가장 우아하게 응축된 예술적 중심지다. 이곳은 블랙 우드와 블랙 볼리바르 목재를 정교하게 엮어 중동 전통의 마슈라비야 패턴을 섬세하게 구현했다. 나무로 빚어낸 이 치밀한 기하학은 중앙의 아날로그 시계와 조화를 이루며 시대를 초월한 묵직한 미감을 선사한다.


반면, 화려한 조형미를 품은 갤러리를 감싸는 실내 전반의 톤은 철저히 절제되어 있다. 셀비 그레이(Selby Grey)와 블랙 가죽의 세련된 조합은 시각적 온도를 낮추며, 최고급 라운지 특유의 고요하고 안락한 휴식처를 완성한다. 앞뒤 좌석 헤드레스트에는 마슈라비야 모티프를 정교하게 수놓았으며, 블랙 스티치를 더한 스타라이트 도어는 사막의 고요한 밤하늘을 차 안으로 들인 듯 은은한 빛을 머금는다. 여기에 보닛의 각인 패턴을 형상화한 일루미네이티드 트레드플레이트도 더했다. 문을 열고 차에 오르는 찰나의 순간까지 미적 경험으로 연결하기 위한 장치다.
이렇듯 안팎을 관통하는 집요한 미학은 단순히 공법의 과시에 머물지 않는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사막의 건축적 지혜를 롤스로이스의 장인 정신과 결합해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치환해 낸 데 그 진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의뢰인을 위해 5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꺼이 헌신한 집념은 자동차가 시대의 문화를 기록하는 마스터피스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