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경작하는 새로운 시대의 농부, 킹스파머스
킹스파머스(KINGS FARMERS) 인터뷰
최근 SNS를 보던 중, 달걀을 마치 달처럼 담아낸 에디토리얼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홈페이지를 찾게 되었는데, 생경한 이미지들에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었다. 이 브랜드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최근 SNS를 보던 중 달걀을 마치 달처럼 담아낸 에디토리얼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자연스럽게 홈페이지를 찾게 되었는데, 생경한 이미지들에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었다. 보통의 식료품 브랜드에서는 흔치 않은 분위기의 에디토리얼부터 패션이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무드 필름과 시그니처 사운드까지, 단순히 식재료를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보기에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니고 있었다. 달걀이라는 식재료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이 브랜드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킹스파머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Interview
킹스파머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여민재
— 킹스파머스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킹스파머스는 1978년부터 달걀을 생산하던 경주시의 한 대형 양계마을에 헤리티지를 두고 있어요. 그 마을은 약 15만 평 규모의 부지에 115개 농가가 모여 수많은 달걀을 생산해 온 곳으로, 한때는 케이지 양계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었죠. 킹스파머스 역시 그 마을의 일원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2대 경영주인 아버지께서 ‘양적인 가치보다 농장 동물,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자연 환경의 본질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시작하며 방향성이 바뀌었습니다. 그 방향성을 따라 2015년에 ‘영농조합법인 킹스파머스’라는 CI를 내세우고 기존 케이지 양계장을 철거하기 시작했어요. 이후에는 케이지 프리에서 더 나아가 방목형 양계, 유기농법, 자연농법을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농법 연구와 대규모 단지 조성을 11년간 이어왔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의 가장 앞단에서부터 고정관념을 하나씩 바꾸며, 축적해 온 시간과 자산이 지금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킹스파머스라는 브랜드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카테고리에 고정된 관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기준을 실험하는 브랜드’인 것 같아요. 전통적인 농업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생산과 소비에 대한 방식을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브랜드 네임을 킹스파머스로 지은 이유와 그 뜻이 궁금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현시대에 필요한 농부의 역할을 다시 정의함과 동시에, 강력한 목적성을 가진 존재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농부라는 직업을 먹고 사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를 이해하고 다루며 인류의 발전을 이끌어온 존재라고 생각해요. 이제 생존 자체가 절대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삶의 양식에 대해서도 한 번 더 깊이 바라보는 통찰이 필요하다고 느꼈죠.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해 ‘현시대에 필요한 농부’라는 개념을 정의했고, 그 결과 브랜드 코어로 ‘CULTIVATE CULTURE’라는 메시지를 도출했어요. 자연스럽게 쌓이는 기존의 문화를,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일구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브랜드 창립 당시, 불모지와도 같았던 케이지 양계단지를 해체하고 전환하는 과정을 겪으며 저희는 자연과 소비자를 가장 귀하게 여기려는 의지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은 이후 저희에게 분명한 방향성과 의지를 부여하는 기준이 되었고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저희는 문화를 스스로 일구어 간다는 관점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을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귀하게 여길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꾸준히 쌓아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는 끈기와 분명한 목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로고 디자인에도 이런 철학적인 내용이 반영되었는지 궁금해요.
브랜드는 헤리티지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농장 동물, 사람, 자연이 함께 상생하는 가치에 대한 염원과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로고에 담았습니다. 킹스파머스의 로고는 ‘KINGS’와 ‘FARMERS’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구조인데요. ‘FARMERS’는 ‘KINGS’와 왕관 형태에 맞춰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각자의 영감과 분명한 목적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농부들을 상징하죠.

형태적으로는 알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알은 굴러갈 때 곡선을 그리며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그 궤적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았어요. 세 개의 알이 원을 그리며 굴러가는 동선을 형상화해 ‘G’의 형태와 왕관의 구조를 함께 구성했습니다. 이는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담고 있습니다.

—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을 살펴보니 달걀과 들기름이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킹스파머스’라는 브랜드는 그로서리, 즉 식료품을 다루는 브랜드로 봐도 괜찮을까요?
저희는 컬렉션 단위로 브랜드를 전개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현재 컬렉션은 ‘초 유기농 식재료’라는 주제인 거죠. 그래서 가장 먼저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달걀을 첫 제품으로 선택했고, 이후 자연건조를 거친 유기농 들기름을 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벌꿀, 발효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 자체를 하나의 컬렉션을 구축해 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어요. 초유기농 식재료의 경우 식재료마다 생산 단계에서의 크리에이티브와 취급 방식, 그리고 다이닝 씬에 대한 해석까지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 품목마다 저희만의 관점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초 유기농’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특정 카테고리에 스스로를 한정 짓지 않고 테이블웨어 등 전혀 다른 영역으로도 자연스럽게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 농장 동물, 생산자, 소비자, 그리고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게 브랜드의 출발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생산자와 소비자를 생각해서 직접 연결시키는 팜투테이블을 지향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팜투테이블, 즉 산지 직송 구조를 지향하고 있는데요. 현재 다양한 입점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보류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통이 개입되는 순간 물량 중심의 구조로 다시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결국 생산의 방향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향하는 철학을 유지하려면 산지 직송 구조를 고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품질에 있어서도 ‘유기농’, ‘동물복지’인증, ‘난각번호’ 같은 기존의 기능적 키워드에 머무르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이미 시장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키워드들보다 더 높은 기준의 생산 방식을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래서 ‘초 유기농’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단순한 마케팅 언어라기보다는 생산 방식에 대한 태도를 담은 개념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구조적으로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에게 한정 수량은 전략이라기보다 전제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 희소성을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연결된 하나의 언어로 풀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한적인 생산 구조와 그 안에서의 밀도 있는 품질을 조금 더 럭셔리한 감각으로 해석하고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 캠페인(에디토리얼)사진들이 식료품을 다루는 브랜드들과는 다른 감도의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달걀 시장은 이미 ‘신선함’, ‘무항생제’, ‘1등급’ 같은 기능적 언어로 충분히 포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전하고 싶은 브랜드의 메시지에 더 집중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게 되었어요. 그 결과 기존 식료품 브랜드들과는 다른 감도로 포지셔닝된 것 같은데요.

의도적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기보다 저희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기준을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형성된 결과에 가깝습니다. 또한 판매자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미 시장의 기능적 키워드들을 뛰어넘는 품질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동일한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느꼈어요. 품질을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는 말을 줄이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 계란 패키지도 흔히 볼 수 없는 형태로,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여요. 흔히들 계란판이라고 부르는 성형된 종이로 만들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우선 시작은 달걀이라는 식재료를 어떻게 ‘케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저희는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고 산지 직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택배 환경에서의 파손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했습니다.

시중에서 사용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스티로폼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파손율은 낮지만, 폐기물과 환경적인 부담이 컸습니다. 또 하나는 성형된 종이 계란판과 에어셀을 사용하는 방식이었는데, 달걀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다 보니 완전한 고정이 어렵고 파손율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다가, 저희는 택배 과정에서 달걀이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이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결국 핵심은 고정력이었던 거죠. 하지만 공산품이 아닌, 형태와 크기가 다른 달걀을 각각 안정적으로 고정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는데요. 환경을 생각해 패키징은 종이 기반으로 설계하겠다는 전제를 두고, 달걀을 개별적으로 잡아줄 수 있는 지기 구조를 개발하다 보니 지금의 날개 구조가 탄생했습니다. 향후에는 소재를 재생지로 전환해 보다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브랜드 필름과 함께 사운드 트랙이 업로드된 SIGHTS & SOUNDS 카테고리가 있더라고요. 필름과 사운드 트랙은 어떤 방향으로 기획된 건가요?
킹스파머스를 정의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한 가지의 키워드는 ‘근본으로 돌아가는 감각’입니다. 자연으로 회귀하는 경험이나, 본질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이 웰니스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감각은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청각적인 경험을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다고 보았고, 그 과정에서 사운드 작업을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필름이나 사운드는 하나의 고정된 스타일보다는, 각 프로젝트가 가진 분위기와 메시지에 따라 다양한 장르와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 #1, #2, #3 영상은 은유적으로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각 영상은 어떤 메세지를 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해당 세 가지 영상은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전, 브랜드 코어 메시지를 담은 영상들이에요. #1에서는 할아버지와 아이가 함께 낚시를 하고 있지만, 그 장면의 중심은 ‘낚시’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에 있습니다. #2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탈것을 타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일반적으로 탈것이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는 것과 달리, 이 인물에게는 직접 만들고 경험하며 감각하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3에서는 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모델이 식재료를 신중하게 고르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와는 달리, 삶의 본질적인 요소인 먹거리와 건강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인물을 통해 고정된 인상 너머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크게 보면 세 영상은 모두 일반적인 관점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에요. 이를 통해 고정된 관념이나 산업적 기준에서 벗어나 무엇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가치인지 질문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킹스파머스의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프로젝트라는 카테고리가 있던데 앞으로 어떤 요소들로 채워질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PROJECTS’ 카테고리는 브랜드의 비즈니스적인 전개와 실제 생산 및 확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 ‘SIGHTS & SOUNDS’가 브랜드의 감각과 방향성을 전달하는 콘텐츠라면, ‘PROJECTS’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이면의 고민, 그리고 실제로 진행 중인 다양한 시도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역할로 설정해 뒀습니다.


예를 들어 달걀이나 들기름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준과 철학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자연 건조 방식과 같은 생산 방식에 대한 연구 과정, 그리고 이를 개선해 나가는 프로젝트들이 소개될 예정인데요. 이 카테고리를 통해 제품의 결과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담긴 브랜드의 생각과 방향성을 보다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 오프라인 공간도 기대가 되는데요. 혹시 오프라인 매장으로도 확장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단순한 판매 매장보다는, 킹스파머스의 생산 환경과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직영 농장 공간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어요. 우선은 멤버십 고객을 중심으로 먼저 방문하고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양계 마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체험·가공·숙박·관광이 결합된 ‘농촌융복합산업’ 형태의 단지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업 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그 안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방식을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이에요. 입점 채널을 확장하는 방식보다는, 브랜드의 철학과 과정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직영 쇼룸 형태의 도심 오프라인 공간 역시 함께 계획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궁금해요.
생존이나 효율만을 중심으로 생각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양계 마을에서 달걀이라는 익숙한 식재료를 바라보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킹스파머스를 경험하는 과정 역시 우리가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산업화된 기준 너머의 가치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커뮤니티로 자리 잡고 싶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