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ID가 디자인한 서울시 공공 의자, 폼&폼

CMF부터 컬러까지, 공공 의자 디자인 스토리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BKID가 서울시 공공 공간 곳곳에 놓일 의자 '폼&폼'을 제작했다. 공공 의자가 탄생하기까지 디자인 프로세스를 소개한다.

BKID가 디자인한 서울시 공공 의자, 폼&폼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BKID가 서울시의 ‘펀 디자인 프로젝트’ 일환으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공공 의자 ‘폼 앤 폼(Form&Foam)’을 개발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는 의자의 본질적인 역할인 ‘앉는다’라는 행위에 디자인 콘셉트 초점을 맞췄다. 각기 다른 용도, 환경,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자세를 고려해 세 가지 형태(Form)의 의자를 EPP라는 재료(Foam)으로 디자인했다. 하나의 재료 안에서 각기 다른 의자를 디자인하는 과업을 수행한 세 명의 디자이너(송봉규, 박성제, 허준혁)와 이야기를 나눴다. 디자인 프로세스와 CMF 선정 기준, 그리고 서울시 공공장소 설치 기간 이후 의자의 행보에 대한 이들의 답을 만나보자.


Interview

송봉규 BKID 대표
박성제 BKID 디자이너
허준혁 BKID 디자이너

공공 의자 프로젝트의 시작

Lean High 콘셉트 이미지

BKID가 디자인한 공공 의자 ‘폼&폼(Form&Foam)’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가 서울시였습니다. 그간의 프로젝트 클라이언트가 기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접근 방식이 사뭇 달랐을 듯싶은데요.

평소 진행하는 기업과의 디자인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통해 가져야 하는 목표와 이를 위해 요청되는 스펙과 재료 등을 클라이언트가 저희에게 먼저 전해주고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서울시와의 프로젝트는 ‘시민의 공간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주제에 대해 BKID가 먼저 고민하고, 디자인을 선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무엇보다 서울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공 의자를 디자인하고자 했는데요. 이를 위해 시민들이 가볍게 사용하고, 이동도 편리하며, 앉았을 때 푹신함을 느낄 수 있도록 100% 재활용 가능한 EPP(발포 폴리프로필렌, 이하 EPP)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재료가 지닌 특성에 대한 사전 조사와 데이터 자료와 함께 의자가 직접 놓일 서울 내 공간과 공공 영역을 BKID만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주도적으로 콘셉트를 만들어 갈 수 있었던 부분이 다른 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CMF부터 컬러까지, 폼&폼 디자인스토리

발포율에 따라 강성과 유연성이 달라지는 소재 ‘EPP’를 사용해 의자를 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사용한 EPP라는 소재도 흥미롭던데요? 발포 비율에 따라서 제품의 물성과 질감이 달라진다고요. BKID가 디자인에 적용한 비율도 궁금합니다.

저희는 다양한 형태를 시도하는데 제약이 적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공 의자를 디자인하고자 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오브제와는 달리 야외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갑작스러운 비바람에도, 여러 사람의 사용에도, 또 옮기고 앉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 등 여러 가지 외부 스트레에 강해야 하죠. 이를 고민하던 중 EPP 소재를 발견했는데요. EPP는 소재가 지닌 발포율이라는 특성에 따라 강성과 유연성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어서 하나의 소재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예컨대 EPP 비즈들을 15배로 발포하면 자동차 내장재처럼 단단하고, 45배로 발포하면 포장재나 보온재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질감을 갖게 되는데요. 여러 배율의 샘플을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는 테스트 과정을 거쳐 ’18배’라는 배율을 찾았습니다. 물론 더 견고하게 만들려면 배율을 낮출 수도 있지만, 설치와 수거를 반복하기 쉽도록 무게도 고려해야 했고, 편안한 착석감을 위해 적당한 부드러움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배율의 샘플을 직접 테스트하며, 앉았을 때의 편안함과 재료가 전달하는 디자인 완성도를 고려해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Lean High 목업 이미지
Lean Low 목업 이미지

‘Form&Foam’ 의자 디자인도 눈길을 끕니다. 디자인을 위해 참고한 레퍼런스도 있을까요?

이번 프로젝트의 커다란 콘셉트는 의자의 이름처럼 ‘Form’과 ‘Foam’이었습니다. 레퍼런스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자세를 하나의 형태(Form)로서 그 자체를 제품 형태에 반영하고 했습니다. 특히 야외에 존재하는 다양한 의자들에 앉아 있는 모습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중요한 레퍼런스가 되었습니다. 한편 “앉다”라는 단어는 그 행동 자체를 정의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휴식’이라는 개념도 지니고 있는데요. 따라서 휴식을 취하는 다양한 자세들을 관찰하고, 이를 하나의 제품 형태로 나타내고자 한 부분도 있습니다. 의자는 ‘Sit’, ‘Lean High’, ‘Lean Low’ 세 가지 높이로 구성했습니다. 서울 내 공공 공간에서 집중해서 앉거나, 휴식을 취하며 기대앉거나 혹은 바닥에 편하게 좌식으로 앉는 방식들에 따라 높이도 다르고, 착좌감 또한 다르게 디자인했습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최적화된 높이와 각도를 연구했다고요. 편안함은 주관적인 부분이라 명확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요?

디자인의 완성도와 편안함이라는 주관성을 객관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요. ‘Form’이라는 중의적인 의미 안에서 형태를 담고자 한 이유도 의자에 앉는 자세 자체가 의자의 형태로 디자인되도록 목표했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기간 내 진행한 필드 리서치에서 다양한 사용자의 자세를 관찰하고 수집했고, BKID에서 앞서 진행한 의자 프로젝트들의 데이터까지 종합해 직접 프로토타입을 제작했습니다. 프로토타입에 여러 구성원이 직접 앉아보고 피드백을 전하면 이를 적용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며 주관성을 객관화 시키고자 했습니다.

BKID가 디자인한 공공 의자는 ‘스카이코랄’, ‘그린’, ‘그레이’ 세 가지 색상을 섞었다.

BKID가 디자인한 의자는 세 가지 높이뿐만 아니라 컬러 또한 세 가지로 구성되었는데요. 흥미로운 건 서울시 지형의 환경적 특성에 따라 컬러 비율을 다르게 믹싱했다는 점이에요. 비율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일련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2024년 서울의 색으로 선정된 ‘스카이코랄(Skycoral)’과 ‘그린(Green)’, ‘그레이(Grey)’ 세 가지 컬러를 통해 저희가 생각하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고자 했습니다. 컬러 선정에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한강이 흐르는 주변으로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고, 울창한 숲도 있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고층 빌딩이 주변을 메우고 모던한 콘크리트가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디자인이 돋보이는 컬러를 사용할지 아니면 트렌디하고 힙하게 만들어야 할지 등 여러 관점의 접근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결국 공공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의자인 만큼 서울이라는 도시와 균형 있게 어우러져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청계천에 놓인 공공 의자 ‘Lean Low’ 모습

비율의 경우 공간 특성을 보다 더 세밀하게 바라보면서 조율한 결과입니다. 현재 청계천에 놓인 ‘Lean Low’ 의자는 스카이 코랄과 그레이의 비율이 5:5로 청계천이라는 물이 흐르는 공간에서 빛에 따라 반사되는 컬러가 공간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고려했습니다. 이 외의 컬러 비율은 9:1과 그레이 단색 비율이 있는데요. 9:1 비율은 보는 거리에 따라, 멀리서 처음 앉을 공간을 찾을 때는 하나의 컬러로 인식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직접 의자에 앉았을 때 적은 비율을 지닌 컬러를 통해 입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해 오염 방지 차원에서도 그레이를 활용했습니다. 앞으로 공공 의자가 설치될 공간 중에는 공원, 문화시설 등도 포함되는데요. 서울시와 조율해 3가지 컬러 비율의 제품을 다양한 공간에 구성할 계획입니다. 공공 의자인 만큼 개인의 휴식은 물론 설치된 지역의 미관이 돋보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의자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청계천에서 공공 의자를 사용하는 모습

한편 BKID가 청계천 야외 도서관에 설치한 공공 의자는 오는 11월까지 만날 수 있는데요. 설치 기간 이후에는 공공 의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의자 소재로 EPP를 선택한 이유도 특정 기간 사용되는 의자가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요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기간이 지나서는 다시 사용하기 전까지 쉽게 보관할 수 있어야 했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가벼우면서도 적재가 가능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현재 청계천에 설치한 ‘Lean Low’는 뒤집어서 ㅅ자로 적재가 가능합니다. 다른 타입의 제품도 해당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제작했고요.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파손이나 재사용 계획이 없는 경우, EPP는 공정 과정에서 화학적 발포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파쇄 시 100% 재활용이 가능하고, 놓이는 공간에 적합한 새로운 컬러로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이야말로 단일 재료로 만들어진 의자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죠. 또한 새로운 제품과 가구로 재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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