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디자인 언박싱] 빅히트 뮤직 브랜드 디자이너 최세열의 〈minisode 3: TOMORROW〉 앨범 디자인 ②
아티스트의 성장에 디자인으로 함께한다는 것
케이팝 디자인 언박싱! 스트리밍 시대에 하나의 물성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케이팝 앨범을 주목하며, 디자이너와 함께 언박싱 하듯 앨범 디자인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더불어 변화무쌍한 케이팝 씬에서 앨범 디자인의 현재를 기록한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minisode 3: TOMORROW〉 앨범을 디자인한 최세열 디자이너이다.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 약속의 증표로 구현한 앨범 디자인의 디테일
작업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
타이틀 곡 ‘Deja Vu’의 가사에 지난 시리즈의 서사가 녹아 있던 것처럼, 앨범 디자인에 숨겨진 이전 시리즈의 디자인 요소가 있을까요?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앞서 말씀드린 책등을 연결했을 때 완성되는 문장이 있을 것 같아요. 앨범 디자인뿐만 아니라 로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시리즈를 관통하는 그래픽 요소를 숨겨 놓았어요. 지난 ‘혼돈의 장’ 시리즈와 ‘minisode 2’의 로고 가운데 박혀 있는 ‘하트’처럼 이번 ‘이름의 장’ 시리즈와 ‘minisode 3’에서는 ‘빛’을 모티프로 로고의 스토리를 연계했습니다.
각 로고의 가운데 X 기호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이름의 장’ 시리즈의 첫 번째 앨범인 〈이름의 장: TEMPTATION〉에서는 X 가운데에 아주 작은 빛의 반짝임을 표현했고, 그 빛이 틈 사이로 좀 더 강하게 비어져 나오는 듯한 모습을 다음 앨범인 〈이름의 장: FREEFALL〉의 X에 표현했어요. 〈minisode 3: TOMORROW〉에서는 빛 자체를 표현해 좀 더 자유롭게 타오르는 불빛을 로고로 형상화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를 찾아보는 것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브랜드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의 제작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은데, 초기 기획 시점에서 구현하고자 한 것이 마지막 실제 제작 단계에서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간소화되곤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번 앨범 역시 콘셉트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 시뮬레이션을 거친 후 선택과 집중을 하는 시간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리본 북마크도 처음에는 좀 더 스카프 같은 재질감과 두께감을 가져가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현재 버전으로 제작했어요. 포장에 있어서도 기획 단계에는 패키지 겉면을 감싸는 형태를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현재 방식으로 최종 진행하게 되었고요. 이 과정에서 함께 작업하는 팀원뿐만 아니라 포장 업체 사장님도 저희 의도를 이해하시고 함께 고민해 주셔서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즐거웠던 부분이나 새롭게 도전한 것이 있다면요?
리버서블 패키지의 형태를 구현하는 것이 도전이었어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내외부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이번 앨범의 성과 중 하나였던 것 같고요. 라이트 버전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앨범 중 처음으로 포토북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제작된 앨범이에요. 변화하는 앨범의 소비 형태에 따라 앨범의 피지컬적인 형태에 대한 고민도 많았는데, 일반적인 포토북 형태가 최선의 방법일까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라이트 버전은 한 번 감상하고 끝나는 앨범이 아닌 실제 엽서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했고, 5종의 앨범에 포함된 엽서 사이즈를 통일해 원하는 디자인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케이팝 산업에 있는 디자이너분들의 피지컬 앨범에 대한 고민을 종종 듣게 되는데요. 그러한 고민이 색다른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하면서 팬분들께 앨범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많이 고민해요. 매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형태적, 기능적으로 어떤 경험이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크고요. 지금 세대에게 앨범이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이지 않을까 싶어요. 매년 수많은 앨범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의 앨범이 무대 위 아티스트처럼 빛나는 존재로 느껴질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디자이너님이 좋아하는 노래가 궁금해요.
앨범 마지막 트랙인 ‘Deja Vu (Anemoia Remix)’를 가장 좋아합니다. 원곡인 타이틀 곡도 좋지만 곡의 분위기가 밴드 사운드와 결합되면서 시너지를 내는 것 같아요. 특히 리릭 비디오를 기획·제작하면서 더 많이 듣게 되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좋고, 아무래도 더 마음이 가요.
〈minisode 3: TOMORROW〉이 ‘꿈의 장’, ‘혼돈의 장’, ‘이름의 장’으로 이어진 시리즈들을 총망라한 서사가 담긴 앨범이잖아요. 마지막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한 팀으로 서사를 써 오시는 입장에서 이번 앨범이 디자이너님께는 어떤 의미였나요?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룹은 없다고 생각해요. 묵묵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면서 팀의 레거시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이를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팬분들이 있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도 자부심을 갖게 됩니다.
비록 데뷔 때부터 참여하진 못했지만 2020년 〈혼돈의 장: FREEZE〉부터 이번 앨범까지 총 6개의 앨범을 함께 만들었는데, 이렇게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아이덴티티를 확장해 나가는 것은 어디에서도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아티스트의 성장과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