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가 된 파리의 건축가,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페데리카: EXTRA + ORDINARY>전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가 한국을 찾아온다. 아시아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으로, 전시명은 <페데리카: EXTRA + ORDINARY JOURNEY>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파리의 건축가, 페데리카의 특별한 여정

파리 올림픽, 르로이 멀린, 뉴욕 타임스 등 글로벌 매체들과 다양한 협업을 보여온 이탈리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Federica Del Proposto)’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5월 10일부터 10월 27일까지 서울 잠실에 있는 MUSEUM 209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아시아 최초의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제목은 <페데리카: EXTRA + ORDINARY JOURNEY>.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과 똑같은 사람들을 보다 더 특별하게 보이도록 그린 자신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의 특징을 반영했다.


파리의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다

그녀의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만나기 전에 한 가지 짚어야 할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바로 그녀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과정이다.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는 로마의 한 의료계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미술과 그림에 관심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그녀는 ‘건축’에 흥미를 느꼈다. 처음에는 단순 흥미였지만 어느새 자연스럽게 건축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로마 트레 대학교에서 건축 석사 학위를 이수하고,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건축가로 취직해 살아갔다. 파리에서 건축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중 그녀는 한 점의 자화상을 그렸는데, 이를 계기로 흑백 일러스트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는데 이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앞서 그녀는 대학 재학 시절 자신의 블로그에 자전적 만화를 올리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만화가로서 정식 데뷔를 제안받았을 정도의 실력이었으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게 저는 건축가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도면 외에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죠.
그러던 도중 어느 날 “이노 아사노” 의 만화를 보았는데 당시 제가 살던 비좁은 아파트, 회색 빛의 낯선 도시,
파리에서의 나의 삶 등이 모두 뒤엉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의 작품은 일러스트레이션, 건축, 만화 세 가지의 시각 요소가 한데 섞여 있다. 이는 곧 그녀만의 독자적인 작품 스타일이 되었다. 팝아트, 테크니컬 아웃라인 드로잉, 스토리텔링 스킬이 결합된 그녀의 작품은 선명하고 강렬한 선과 밝은 색상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20년대 아르데코 스타일과 프랑스 랭 클레르 만화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페데리코의 초기 작품과 그 특징들

한편 이번 전시는 다섯 가지의 섹션과 두 개의 보너스 섹션 그리고 히든 섹션까지 총 8개의 섹션 구성을 지닌다. 첫 번째 섹션과 두 번째 섹션은 각각 <익숙함에 새로움 더하기: 여정의 시작>, <달리기의 끝없는 여정, 뛰어놀던 아이에서 서둘러 출근하는 어른이 되기까지: 평범함에서 특별함 찾기>라는 제목으로 페데리카의 초기 작품과 그 특징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무엇보다 두 섹션에서는 작가의 초기 작품 스타일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녀의 초기 작품에서 건축물은 배경이, 인물은 주인공이 되었던 것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주인공과 배경이라는 역할이 분명했던 초기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건축물과 인물이 함께 이야기를 전하는 주체가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의 구성과 내용의 변화뿐만 아니라 작품의 시각적인 스타일도 달라졌는데 초기 그녀의 작품을 보면 ‘일정한 굵기의 선’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건축가라는 직업 배경으로부터 기인한 특징이다. 검은색의 일정한 굵기로 깔끔하게 처리된 선이 지배적이던 그녀의 초기 작품은 점차 색이 있는 선과 면이 더해져 새로운 작품 스타일로 변해갔다. 즉, 페데리코 스스로가 건축가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페데리카의 새로운 여정

세 번째 섹션 <잠시 멈추었을 때 비로소 발견하는 선물 같은 순간들 : 여정에서 마주한 뜻밖의 길>과 네 번째 섹션 <여정이 풍요롭게 채워지는 순간들 : 함께 있어 힘이 되는 소중한 존재들 그리고 여가>에서는 부상으로 잠시 활동을 멈췄던 시기 제작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비롯해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데 도움이 된 자전적 만화의 영향이 반영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대학 시절 개인 블로그에 취미로 만화를 연재한 경험은 향후 그녀가 건축가를 거쳐 일러스트레이터가 될 수 있었던 뚜렷한 커리어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취향에서 취미와 여가로, 또 직업이 되기까지 페데리카의 여정과 그 안에서 마주한 작가의 고민들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도시를 여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마지막 다섯 번째 섹션에서는 작가의 고향인 로마부터 밀라노, 파리, 뉴욕, 서울, 방콕 등 세계의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면서 담아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섹션 제목도 <여행의 길목에서 특별한 만남 : 낯선 곳에서 익숙함 찾기>로 작가는 새롭고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드는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컬러 팔레트, 그라데이션 활용, 기하학적 패턴이 돋보이는 도시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에서는 각 도시의 고유한 문화와 일상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편 이외에도 이번 전시에는 보너스 섹션과 히든 섹션이 마련되어 있다. 두 개의 보너스 섹션은 팬데믹 기간 중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일상을 이어나간 사람들의 모습과 초기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흑백 드로잉을 소개한다. 히든 섹션은 페데리카의 최신작이자 아시아 최초 개인전을 기념해 이번 전시에서만 특별히 공개하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건축가의 지난 10년간의 흥미로운 여정이 궁금하다면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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