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린 바이브!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Seoul, Green Vibe' 한강과 정원의 조우
정원가꾸기를 즐겨했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이런 말을 남겼다.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간다. 글쓰기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나의 안식처로 노동을 가장한 휴식. 상상의 실타래가 한없이 풀리는 명상. 영혼이 자란다. 즐거움이 자란다”. 우리나라 1세대 여성 조경가 정영선은 정원 가꾸는 일을 ‘땅에 쓰는 시’라 비유하기도 했다. 사람과 땅이 하나가 되는 공간, 정원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로 새겨져있다. 개인 정원을 갖기 어려운 요즘, 누구든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자연 속을 거닐 수 있도록 서울 도심에서 가장 큰 정원이 바로 어제 문을 열었다.
뚝섬한강공원 6만 평이 시민을 위해 흙과 식물, 꽃이 흐드러진 정원으로 탈바꿈한 것. 지난 8년 간 매년 개최해온 <서울정원박람회>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국제행사로 확대하기 위해 <서울국제정원박람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한강을 배경으로는 처음 진행되는 이번 박람회는 조경 전문 작가와 시민, 기업이 함께 조성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단기적인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닌 5월부터 10월까지,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변화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덕분에 뚝섬한강공원을 찾는 시민은 아름다운 정원을 더 긴 시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22일까지는 정원투어와 문화행사가 진행되며 그 이후로는 상설전시로 운영될 예정이다. 역대 최대 면적, 최대 참여, 최장 기간이라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서울, 그린 바이브
‘서울, 그린 바이브(Seoul, Green Vibe, 서울에서의 정원의 삶)을 주제로 서울을 대표하는 한강 수변을 정원으로 재탄생시킨 이번 박람회는 시민들에게 강과 정원이 어우러진 여가공간을 제공했다는 데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의 부제는 ‘컬러풀 한강(Colorful Hangang, 색색가지 한강)’으로 정원으로 다채로워지는 한강 경관을 강조하고 대도시 서울에서 정원이 가지는 힘과 역할에 주목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도심 경관에 비해 20% 이상 우울감이 해소된다고.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해 ‘정원도시 서울’과 올해 ‘매력가든·동행가든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하고 정원이 시민 일상이 되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정원박람회에서 선보이는 정원은 총 76개. 약 1만 460 제곱미터 면적에 달한다. 초청정원 1개, 작가정원 10개, 학생동행정원 10개, 시민동행정원 15개, 기업동행정원 17개, 기관참여정원 4개, 글로벌 정원 및 시민참여조성정원 19개 등이 뚝섬한강수변공원 곳곳을 채웠다.
초청정원과 작가정원
초청정원은 2023년도 서울시 조경상 공모 지침에 따라 대상 수상자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작가정원은 정원 조성이 가능한 국내·외 전문가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하였고, 특히 블라인드 심사를 통해 선정된 만큼 국내 뿐 아니라 중국, 태국, 방글라데시 등 해외 작가의 작품까지 두루 즐길 수 있다는 데에서 시민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작가정원에 선정된 작품 10개는 존치정원으로 조성해 영구적으로 유지 및 관리된다.
초청정원 | 작품명 : 앉는 정원
서울시립대 김영민 교수·바이런 김영찬 소장
사람은 앉아서 쉰다. 기대어 앉기, 마주하며 앉기, 떠들며 앉기 등 수많은 앉는 방식이 있다. 그중에서 다섯 가지 방식으로 앉는 정원의 방을 완성했다. 꽃과 풀은 지친 땅을 쉬게 하고, 사람은 꽃과 풀, 물과 바람을 보며 앉아 쉬어 간다.
작가정원 A : 정원이 가진 회복
‘기후위기의 시대’에 회복력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다. 작가정원은 아주 작은 점적인 공간이지만, 정원이라는 한 조각의 자연을 통해서도 우리는 ‘자연의 회복력’을 엿볼 수 있다. 시민들이 마음을 내려놓고 쉼을 즐길 수 있는 ‘도시의 여백이자 일상의 여백’과 같은 공간으로 완성한 작가정원 A의 3개 작품.
작가정원 A1 | 작품명 : 회복의 시간
이창엽, 이진
캐스케이드식 공간 구조와 식재의 스케일감을 섬세하게 활용해 한강공원 내 숨을 수 있는 장소와 정원의 자연요소를 조합했다. 시민들이 주변의 행인들과 인공적 구조물에서 벗어나 자연안에서 쉼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적 경험을 제공 한다.
작가정원 A2 | 작품명 : Section Garden
Yang he, Hongliang Chen (중국)
사람과 동물 그리고 식물을 위한 공유정원. 높은 산의 계곡, 꽃으로 가득한 초원, 숲이 우거진 황무지를 나타내는 세 구역은 각각 한국의 대표적인 환경적 특징인 산, 평원, 습지를 상징한다.
작가정원 A3 | 작품명 : The Butterfly Effect Garden
Nicha Chongkriengkrai, Sorat Sitthidumrong (태국)
기후변화 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정원과 함께하는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적용. 제한된 작은 공간이지만 “나비효과”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제공한다.
작가정원 B : 정원과의 동행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목표 중 하나는 ‘정원문화의 확산’이다. 어린이, 청년, 직장인, 주부, 어르신 등 여러 계층이 각자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작가정원, 한 사람의 생애주기와 정원이 동행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공정원’을 담아 선정된 7개 작품.
작가정원 B1 | 작품명 : 토룡은 큰물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김현, 김은영
정원은 큰물에도, 콘크리트 바닥에도 견디고 견뎌내는 지렁이와 같아야 한다. ‘지렁이, 즉 토룡이 만들어 내는 공기는 약할 수 있지만 견딜 수는 있다’라는 가치를 담아 결코 스러지지 않는 정원을 구상하였다.
작가정원 B2 | 작품명 : Walking with Memories (기억과 함께 동행)
이지훈, 문경록
동행을 위해 필요한 것은 두가지다. ‘동반자’와 함께할 ‘길’. 사람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기억은 길처럼 점들의 연속이며 선적으로 나타난다. 선명하거나 흐릿한, 왜곡된 각각 다른 밀도를 갖는 기억을 정원의 다양한 장면으로 연출했다.
작가정원 B3 | 작품명 : Biological Self – organizing Garden
Shixian Shen, Yiming Yang (중국)
식물과 공생, 토양에 탄소를 공급하며 생물학적 자기조직을 이루는 점균류의 알고리즘을 모티브로 한 정원. 점균류의 구조를 형상화한 구조물은 곤충, 새들의 서식처를 제공하며 노후화 과정을 거쳐 다시 새로운 구조를 갖는다.
작가정원 B4 | 작품명 : 호미정원
차용준
호미는 흙을 일구고 식물을 심는 많은 도구 중 하나일 뿐이지만, 가장 작고 친숙한 이 도구를 쥐는 것만으로도 시작을 상징하며 그동안 망설여 왔던 자신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하나의 작은 실천으로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생활 ‘정원과의 동행’을 시작하자.
작가정원 B5 | 작품명 : 뚝둑, 걸어보길
이호우, 김태원
‘뚝둑’은 ‘뚝섬+둑섬’의 의태어로 과거의 말이 뛰어다니던 경관과 이용하는 방문객들의 발소리를 담았으며 현재와 과거의 장소로 곡선을 활용해 경관적 시간을 나열하고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걸어볼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작가정원 B6 | 작품명 : 겸재 선생님, 한강공원에서 뵈어요
조동범, 임승재
우리는 도시 속에 살면서도 자연과의 관계나 맥락을 추구한다. 정원과도 같던 산수를 담은 겸재 정선의 그림들은 어쩌면 이 시대 도시인들이 그리는 어반 스케치. 그들이 즐기는 정원 리얼리티의 추구와 다르지 않다.
작가 정원 B7 | 작품명 : Be Bored, Meditate, Appreciate
Md Ashraful Azad (방글라데시)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심심할 틈 없이 항상 디지털 기기에 사로잡힌 채 지내고 있다. 그러나 심심함은 정신 건강에 있어 필수적 요소다. 이 정원은 밖과 분리된 공간, 단일종 식재 등으로 단순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더 깊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동행정원
친환경 사회공헌, 정원 전문기업 등 기술력이 돋보이는 기업동행정원은 동양생명보험,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AIA 생명, NH농협손해보험, KB증권, HDC현대산업개발, 헨켈코리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데코가드닝, 서울시산림조합, 우리씨드, 한수종합조경, 허브사랑, 차양과공간, 킹스타라이팅, 태양썬룸까지 총 17개 기업이 참여했다. 그중 반드시 들려야 할 곳 4곳을 소개한다.
기업동행정원 | 삼성물산
기업동행정원 | 헨켈코리아
기업동행정원 | NH농협손해보험
기업동행정원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외에도 정원문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각종 해설과 학술행사부터 휴식·독서·음악·친환경 등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더불어 최신 정원산업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가든센터’도 운영되어 식물부터 정원용품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으니 평소 정원 가꾸기에 관심이 많던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주말 뚝섬한강공원으로 나가 5월의 시원한 한강 바람 맞으며 도심 정원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5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