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설계하는 가구, 앱스트락타(Abstracta)

앱스트락타가 제안하는 정적의 미학

흡음재를 디자인 가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스웨덴 브랜드 앱스트락타. 소리를 차단하면서도 공간의 미감을 완성하는 정적의 미학을 제안한다.

소리를 설계하는 가구, 앱스트락타(Abstracta)

개방형 오피스와 미니멀한 주거 공간이 보편화된 요즘, 조용한 몰입을 향한 욕구는 높아졌지만 정작 소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벽을 허물수록 퍼져 나가는 잔향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피로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시각적으로 정돈된 공간이라도 소리가 통제되지 않으면 그 안에서의 경험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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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 흡음재는 기능에만 치중해 공간의 미감을 해치는 투박한 자재로 여겨져 왔다. 소리를 잡기 위해 시각적 조화를 포기해야 했던 셈이다. 소리를 차단하는 동시에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다룰 수는 없을까. 스웨덴 프리미엄 흡음 브랜드 ‘앱스트락타(Abstracta)’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사운드스케이프의 선구자

1972년 설립된 앱스트락타는 보이지 않는 ‘소리의 풍경(Soundscape)’을 설계해온 음향 솔루션 브랜드다. 스웨덴 디자인 산업의 중심인 스몰란드(Småland)에 자체 공장을 두고 연구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의 상당 부분이 전 세계로 수출되며, 글로벌 디자인 그룹 ‘램헐츠 디자인 그룹(Lammhults Design Group)’ 소속으로 어쿠스틱 가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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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트락타는 흡음재를 건축 자재가 아닌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설립 초기부터 북유럽 디자이너 및 음향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흡음 제품의 폭을 넓혀왔다. 간결한 디자인은 공간 미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탁월한 흡음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모든 제품은 재생 PET와 친환경 패브릭 등 지속 가능한 소재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기능, 미감, 지속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하나의 제품 안에 구현한다.

흡음에 예술을 입히다

앱스트락타의 제품군은 특정 오브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벽, 천장, 독립된 공간까지 소리가 머무는 모든 영역을 하나의 설계 대상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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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업무 공간으로 기능하는 어쿠스틱 부스, 젠 포드(Zen Pod). Design by Staffan Holm

공간 속 작은 요새

젠 포드(Zen Pod)

보다 높은 수준의 차음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독립된 구조가 답이 된다. 흡음 부스 ‘젠 포드(Zen Pod)’는 단순히 전화를 받기 위한 임시 부스가 아닌, 온전한 몰입을 위한 업무 공간으로 기능한다. 전통 공예와 현대적 디자인을 융합하는 스웨덴 디자이너 스타판 홀름(Staffan Holm)이 설계했다. 

기존 소형 부스가 좁고 밀폐된 구조로 장시간 체류에 부담을 줬다면, 젠 포드는 여유 있는 내부 사이즈로 심리적 답답함을 줄였다. 내부에 조명과 환기 시스템이 통합되어 별도 시공 없이 배치만으로 쾌적한 업무 환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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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집중한 미니멀한 디자인은 어떤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동료의 대화나 전화 벨소리 등 오피스의 일상적인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노트북 한 대를 들고 찾는 독립된 작업 공간. 최대 31dB의 소음을 차단하며 1인용 부스부터 8인 회의실까지 5가지 사이즈로 구성된다.

벽면의 텍스처가 되는 흡음재

사하라(Sahara), 스칼라(Scala), Wall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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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나 거실의 넓은 벽면은 소리가 난반사되는 주된 경로다. 월 패널 ‘사하라(Sahara)’는 코르크 소재의 곡면 구조로 자연스러운 질감과 흡음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다. 코르크 자체가 미세 기공 구조를 지녀 소리 에너지를 흡수하는 데 유리하고, 별도의 접착제 없이도 벽면에 모듈 방식으로 배치할 수 있다. 글로벌 디자인 신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가브리엘 탄(Gabriel Tan)이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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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건축물의 골함석에서 착안한 파형 흡음 패널, 스칼라(Scala). Design by Anya Sebton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안야 셉톤(Anya Sebton)이 설계한 ‘스칼라(Scala)’는 아이슬란드 건축물의 골함석에서 착안한 파형 패널로, 벽면에 건축적 텍스처를 더하면서 잔향 시간을 줄여준다. 사인 곡선 형태의 표면이 벽과 패널 사이에 자연스러운 공기층을 만들어 흡음 성능을 한층 높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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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Wall of Art’ 컬렉션이 더해진다. 스톡홀름 기반 아트 플랫폼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 시리즈는 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16가지 모티브의 작품을 흡음 패널 위에 담았다. 오크 프레임 뒤에는 재활용 섬유 흡음재가 내장되어 있어 벽에 거는 것만으로 음환경 개선이 가능하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기능에 머물렀던 흡음재를 전면에 드러낸 것이다. 벽 위의 미술은 곧 소음 솔루션이 된다.

빛에 소리를 담다

릴리(Lily), 문(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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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은 소리가 모이고 퍼지는 핵심 지점이다. 흡음 조명 ‘릴리(Lily)’는 몰딩 펠트로 제작된 갓이 조명 주변의 소음을 직접 흡수하는 구조다. 노르웨이 디자이너 루나 클록(Runa Klock)과 할게이르 홈스트베트(Hallgeir Homstvedt)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흡음 기능이 형태 안에 완전히 녹아들어 별도의 천장 패널 없이도 대화의 명료도를 높이고 주변의 웅성거림을 줄일 수 있다. 초기 프로토타입이 수련 잎을 닮아 ‘릴리’라 이름 붙였다. 이후 형태는 단순화되었지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은 그대로 남아 공간에 고요한 분위기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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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고요를 동시에 내려주는 구체 형태의 흡음 펜던트, 문(Moon). Design by Thomas Bernstrand.

같은 천장 흡음 라인의 ‘문(Moon)’은 스웨덴 산업 디자이너 토마스 베른스트란드(Thomas Bernstrand)가 설계한 구체 형태의 펜던트다. 재생 PET 코어를 폴리에스터 펠트로 감싸 전 대역폭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내부에 매입된 LED는 눈부심을 방지하면서도 공간 아래로 부드러운 빛을 드리우며, 단독 배치는 물론 여러 개를 클러스터로 묶어 공간의 규모와 목적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베른스트란드는 “빛은 존재하지만 완전한 정적이 있는 곳, 달의 진공 상태를 떠올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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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을 설계하는 사운드 솔루션

앱스트락타의 솔루션은 높은 집중도가 요구되는 오피스부터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회의실, 체류 경험을 설계해야 하는 상업 공간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유효하게 작동한다. 국내에서도 JTBC, 유한킴벌리 등의 프로젝트에 도입되며 이미 그 전문성을 입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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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다스리는 일은 단순히 물리적인 적막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질과 몰입의 깊이, 나아가 경험의 밀도까지 좌우하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요소까지 설계의 영역에 포함할 때, 공간은 비로소 완성된다. 앱스트락타는 그 지점에서 ‘정적’을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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