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착오에서 완제품이 되기까지, 유즈풀 워크숍 독립전
산업 디자이너에게 프로토타이핑이 중요한 이유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유즈풀 워크숍이 첫 독립전을 선보이고 있다. 소품부터 공간, 브랜딩의 영역까지 활동하는 이들이 강조하는 건 다름 아닌 '프로토타이핑'. 유즈풀 워크숍이 디자인하는 방식을 만나보자.
문석진 산업 디자이너가 리드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유즈풀 워크숍(USEFUL WORKSHOP)이 첫 독립 전시를 선보인다. 지난 17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연희동에 자리한 BKID 베이스먼트에서 만날 수 있다. 2019년 시작해 어느새 5년 차를 맞이한 스튜디오는 산업 디자이너, 건축가, 그래픽 디자이너, 엔지니어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이 유즈풀 워크숍이라는 이름 아래 선보여 온 여러 가지 결과물 중에서도 프로토타이핑, CMF, 설계 및 설비를 강조한 디자인 제품들을 선별했다.
유즈풀 워크숍이 디자인하는 방식
프로토타이핑을 강조한 ‘Seating measurement chair'(2022)는 독특한 모양새로 눈길을 끈다. 이는 의자 디자인 과정에서 선행 작업인 착좌감을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개발했다. 소재와 시간의 낭비를 줄이고, 빠른 시팅 포지션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한 것으로 일반 다이닝 의자부터 라운지 의자까지 대부분의 의자 종류를 구현할 수 있다. 전시장에 함께 놓인 ‘Cheese lounge'(2024)와 ‘WTC Lounge'(2022)는 바로 이 ‘Seating measurement chair’를 이용해 편안한 각도와 적절한 높이 등을 적용한 대표적인 의자들이다. 하나의 의자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한편, CMF에 대한 디자이너의 실험과 고민이 담긴 ‘Curvature Series'(2020)도 흥미롭다. 아노다이징 처리를 한 금속 판과 목재를 활용한 이 시리즈는 스톡홀름 가구 페어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제품이다. 종이 접기 하듯이 금속 판을 절곡한 점이 특징인데 곡률과 각도에 따라 다르게 산출 될 표면 형상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설계와 설비에 대한 고민은 유즈풀 워크숍이 추구하는 디자인에 필연적이다. 특히 주거 공간을 위한 가구인 ‘Modular Wall System'(2020)이 대표적이다. 모듈식 벽체로 총 9가지 각기 다른 기능으로 설계한 모듈 시스템은 평범하게 생각한 ‘벽’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쉽게 운반 가능하며 분해와 해체의 난이도가 낮은 점이 특징이다. 벽체 방향을 사선형으로 설계해 디바이스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점도 흥미롭다. 덕분에 시각적인 간결함도 갖췄다.
더불어 일상생활 속 물건들을 다야하게 수납할 수 있는 ‘Modular crate'(2022)도 유즈풀 워크숍의 디자인 성격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특히 일체형으로 콘센트 장비도 포함하기에 전기 설비에 대한 대비도 필수다. 이는 엔지니어와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의 협업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유즈풀 워크숍이 선보인 이번 전시는 이처럼 보는 재미, 앉는 재미, 쓰는 재미, 그리고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래 문석진 디자이너와 나눈 짧은 이야기도 함께 참고해 전시를 즐겨보길 권한다.
Mini Interview
문석진 디자이너
2013년 디자인 메소즈 공동 대표로 작은 사물부터 공간, 브랜딩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9년 유즈풀 워크숍을 열었다. 산업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건축가, 엔지니어가 함께 일한다. 최근에는 오피스 가구 브랜드 ‘뉴도큐멘트’의 제품을 디자인했다.
이번 전시는 유즈풀 워크숍의 첫 번째 독립 전시인데요. 유즈풀 워크숍만의 전시를 보여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유즈풀 워크숍을 운영한지 5년에 이르렀는데요. 개인적으로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지난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스튜디오의 일관적인 디자인 방향성이 보여지고 있다고 느꼈고, 동시에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피드백들이 궁금했습니다.
사실 전시라는 경험이 처음은 아니시잖아요. 앞서 여러 디자이너로 구성된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셨으니까요.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단독 전시라는 점에서 사뭇 다른 경험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떤 부분에서 다르다고 느꼈을 지도 궁금합니다.
실제로 저희가 쓰는 디자인 도구들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프로토타입을 경험하면서 유즈풀 워크숍이 디자인 하는 방식에 대한 전시가 되었으면 했어요. 제품이 어떻게 보여질 지를 먼저 고민한 다른 전시들과는 분명 다르게 접근해야 했죠. 정제된 결과물이 아니라 이를 선보이기까지의 시행착오, 그리고 중간 결과물들을 전시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저희에게도 흥미로웠습니다.
한편 전시 장소를 BKID 베이스먼트로 선택한 이유도 있을까요?
작년 겨울 즈음이었나요. BKID 사옥을 처음 방문했는데요. 건축 기획부터 일부 공간의 특정 소재 적용까지 BKID 송봉규 대표님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눈 기억이 있어요. 특히 사옥 내 베이스먼트에서의 장기적인 전시 기획이 인상 깊었는데요. 산업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공예, 테크 등 다양한 분야까지 열려 있는 걸 듣고 기회가 된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베이스먼트는 일체형 공간이라 그만큼 전시를 기획할 때 공간 구획과 동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였는데요.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궁금합니다.
평소 관심 있던 근미래 주거환경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동선에 대해 고민했고, 이번 전시의 핵심 제품인 모듈식 가구와 벽체들을 활용했습니다. 또한 각 섹션별로 해당 프로젝트의 과정 사진, 연출 사진을 함께 배치했는데요. 제품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유즈풀 워크숍은 사물, 가구, 공간, 브랜드까지 다채로운 범위에서 작업을 하잖아요. 한데 이번 전시는 ‘오피스 가구’와 ‘리빙 가구’를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있어요.
최근 ‘뉴도큐먼트(NEWDOCUMENT)’라는 오피스 브랜드의 제품을 디자인했는데요. 곧 성수동에 쇼룸을 오픈할 예정이에요. 운이 좋게도 이번 전시를 통해 일부 제품을 정식 론칭보다 몇 주 이른 시점에 먼저 선보일 수 있게 됐어요. 또, 평소 공간 설계를 할 때 핵심 설치물로 가구를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았던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전시를 위한 제품을 선정하고 보니 오피스 가구와 리빙 제품 위주가 되었더라고요. (웃음)
가구 제품이 주가 된 전시인만큼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감상법이 필요하지 싶어요. 유즈풀 워크숍의 디자인 제품을 보다 깊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직접 앉아보고, 열어보고, 작동해보고,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무렴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프로토타이핑’이 아닐까 싶은데요. 디자인에 있어 프로토타이핑이 중요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프로토타이핑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에도 중요하게 적용되는 기준이에요. 가정과 검증 과정을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필수적인 과정이죠. 특히 산업 디자인의 경우 하나의 설계 도면으로 다수의 제품을 양산하는 분야라서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건 이러한 검증 과정에서 스케치나 컴퓨터로는 구현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가정이 탄생하고, 더 나은 제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유즈풀 워크숍이 추구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유행과 무관하며 좀 더 쓸모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죠.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하네요.
공간에 있어 보다 더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가구와 본질적인 영역에 관심이 있어요. 가령 영화관 의자라던가 주거 공간에서는 천장이나 바닥과 같이 산업 디자인의 영역이 아니었던 요소들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