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밀러의 글로벌 캠페인 ‘Sit your best’ 릴레이 인터뷰 ① 박진
타임리스, 에어론
디자이너에게 의자는 가구이기 이전에 가장 밀접한 작업 도구다. 한국 성인이 하루 평균 9시간을 앉아서 보낸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창작자들의 좌식 시간은 이미 일상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허먼밀러의 글로벌 캠페인 ‘Sit your best’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잘 앉는다는 것, 그것은 더 나은 자세를 만들고, 생각을 바꾸고, 생산성을 높이며, 결국 하루 전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 우리는 허먼밀러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내 온 사용자들을 만났다. 의자에 앉아 몰두하는 창작의 순간들, 그리고 그 시간을 통해 정립된 일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서다.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1996년 애이아이 아키텍츠를 설립한 박진 대표는 도시계획부터 인테리어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마스터 아키텍트다. 샌드파인 골프클럽, N서울타워, 두산아트센터, NC소프트 본사,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모두 그의 손끝을 거쳤다. 재료의 물성과 자연의 고유함, 그 안에 머무는 삶의 시간을 사유하는 그에게 공간을 채우는 모든 요소는 설계의 연장선에 있다. 의자 역시 그 정교한 설계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ㅡ 사무실에서의 업무 습관이나 루틴이 궁금하다.
최근에는 외부 일정보다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개인 업무는 물론 직원이나 클라이언트와의 미팅까지 모두 이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하루의 대부분을 의자에서 보낸다는 뜻이다.(웃음) 수시로 몸을 움직이거나 등받이를 젖혀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 나에게 의자는 일상의 터전이나 다름없다. 평소 사이클을 즐기기에 신체 정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의자에 앉아 보내는 시간 동안 올바른 자세와 편안함을 유지하는 일에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다.

ㅡ 브랜드 허먼밀러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뉴욕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허먼밀러는 늘 일상의 풍경 속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브랜드로서 인상에 확실하게 남은 건 약 25년 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를 방문했을 때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허먼밀러 본사의 고장답게 공항 곳곳이 그 존재감으로 가득했고, 다양한 체어에 앉아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설레어 보였다. 설계자로서 매우 생경하면서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ㅡ 에어론에 관한 기억도 있는가?
당시 프로젝트 차 미국의 기업 연수원을 자주 드나들며 느낀 건, 에어론Aeron을 비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마케팅 전략처럼 여겨진다는 점이었다. 이는 에어론이 이미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가치를 알아보는 아이코닉한 제품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했다.


ㅡ 지금 사용 중인 에어론 체어는 언제부터 함께했나?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다. 지금의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며 구매했는데, 보다시피 세월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구조에 가죽 암레스트를 더하니 시대를 초월한 세련미가 지금도 여전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모든 부품은 새것처럼 정교하게 작동한다.
ㅡ 디자인적으로, 소재적으로 오래가는 특징이겠다.
아름답기만 하고 사용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았을 텐데, 에어론은 충실한 만족감을 준다. 펠리클 서스펜션과 정교한 척추 지지 구조가 그 역할을 한다. 몇 년 전 허리 부상을 겪으며 앉는 자세에 부쩍 예민해진 후로 에어론이 내 허리를 얼마나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하고 있다. 그렇게 에어론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다.
ㅡ 현재 에어론은 재활용 소재를 50% 이상 사용해 만들어진다.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재활용 소재 활용은 중요한 가치다. 다만 내가 보는 지속 가능함의 방점은 조금 더 넓다. 소재뿐 아니라 시대와 트렌드를 견뎌내는 디자인, 오래 쓸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어론은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드문 제품이다. 제품을 선택할 때도 결국 같은 기준으로 본다.

ㅡ ‘잘 앉는다’는 이번 캠페인의 메시지, 어떻게 받아들였나?
한창 사이클에 빠져 지낼 때가 있었다. 그때 전문가에게 바이크 피팅을 받으면서 맞춤형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다. 라이딩 높이와 핸들바의 위치, 안장과 페달 사이 무릎의 각도까지. 이 모든 걸 내 몸에 맞게 조정해야만 에너지 효율도 살고 몸 어디 하나 아픈 곳 없이 달릴 수 있다. 피팅이 잘못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탈이 난다. 바르게 앉는다는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정해진 자세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맞게 의자를 조정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게 바르게 앉는 것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ㅡ 마지막으로 에어론의 본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이라 말하고 싶은가?
시대를 초월한 가치. Timele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