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가 직조한 미래형 공간 서사 아키모스피어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 이를 담는 그릇도 바뀔 수밖에 없으니까요”라고 말하는 박경식은 지난해 언커먼스토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논리가 직조한 미래형 공간 서사 아키모스피어

‘일상성의 발명가’라 불리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국적 풍경에 매료되어 여행을 떠나지만 사소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가치를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묘미라고 전한다. 아키모스피어 박경식 대표는 자신이 디자인하는 이유도 이처럼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그의 공간은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배경이자 좀 더 풍성한 사건이 발생하기를 의도한 결과물에 가깝다.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 이를 담는 그릇도 바뀔 수밖에 없으니까요”라고 말하는 박경식은 지난해 언커먼스토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언커먼스토어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 기반의 응용 기술과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을 통합한 무인 매장이다. QR코드를 찍고 입장하는 순간부터 수백 개의 센서가 고객의 움직임을 분석해 자동으로 결제해준다. 혁신적 테크놀로지로 구현한 이곳은 역설적이게도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오늘날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물건을 구매하는 쇼핑의 본질을 오프라인 스토어를 통해 보여준다. ‘과거에서 온 미래’와 ‘미래에서 온 과거’를 아우르는 ‘레트로 퓨처리즘’ 콘셉트로 더현대 서울이 개장하자마자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박경식은 세련되고 멋진 장면보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소비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는 점에 좀 더 의의를 둔다. “디자이너의 표현 과정을 분석해보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입니다. 여기까지는 예술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편성과 객관성을 충족해야 디자인으로서 효용 가치가 있죠. 고도화된 사고 과정을 거쳐 이를 확보하고 새로운 환경을 구축한 공간이야말로 유의미하다고 믿습니다.”

딥테크 기업을 인큐베이팅하기 위해 기획한 공유 오피스, 스테이션 니오. 커다란 광장으로 조성된 공용 공간을 선호하지 않는 한국인의 성향을 반영해 건물 내 소규모 공간을 중첩하고 연결해 구성원 간 공감각적 접촉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최용준

그는 자신의 말대로 2018년 공유 오피스 스테이션 니오를 통해 스타트업 기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도출했고, 2020년 AMD 에이벌 오피스를 선보이며 스마트 워크가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정의했다. 지금까지 스마트 오피스가 기술을 접목해 인간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능률을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지낼 수 있는 물리적, 감성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이다. 단순히 디자인을 잘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은 기술이 공간과 삶을 어떻게 바꿀지를 먼저 고민하는 박경식은 나아가 재료, 구조, 디테일 너머의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한다. 디자이너 관점으로 시대를 해석하고 논리와 사고를 동료 디자이너와 공유할 수 있도록 체계를 쌓아서 역량을 총동원해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 그의 소상한 목표다. “모든 디자인은 로직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촘촘하지 못하면 자칫 유치하거나 기계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고 치밀한 로직은 인간의 감성에까지 스며들죠.” 최근 박경식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첨단 기술의 잠재성과 가능성. 그가 몰두한 주제를 결과물로 알아본 덕분인지 인공지능, 로보틱스 관련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가 부쩍 늘었다. 기술로 내러티브를 만들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예측하는 아키모스피어의 다음 행보는 미래 기술을 농축한 공간 플랫폼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글 정인호 기자

첨단 기술을 오류 없이 촘촘하게 구현하고 MZ세대의 감성을 겨냥하는 데 주안점을 둔 언커먼스토어. 더현대 서울의 키 컬러에 맞춰 붉은 계열 색상을 적용하고 공간 전체에 얇은 띠를 둘러 디스플레이 선반 겸 조명으로 활용했다. ©최용준

WGNB에서 실무를 익히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바틀릿 건축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5년 아키모스피어를 설립했으며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외 공간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archimosphere.kr

수원화성의 전통 돌 쌓기 방식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안경점, 파피루스. 파스텔컬러를 적용한 모듈형 디스플레이에 검안, 조립, 수납 등 다양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담았다. ©최용준
디자이너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자연과 함께한 유년 시절.

AI 디자이너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 믿음이자 바람이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곳

유튜브, 제페토, 로블록스.

아키모스피어×레어로우, 〈디테일 경험〉전. 공간의 주인공을 ‘디테일’이라 상정하고 사용자가 보는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색상이 교차하고 변화하는 실험을 선보였다. ©최용준
2022년 활약이 기대되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아키모스피어(라는 의지를 갖고 있다).

최근 거슬리기 시작했거나 지긋지긋한 단어가 있다면?

생각나지 않는다. 아직도 모든 것이 새로워서.

올해 새로운 다짐

앞선 답변에 대한 의지를 실행으로.

디자인업계에서 고쳐야 할 관행이 있다면?

비판과 비평을 구분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태도와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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