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크리에이터의 유쾌한 역습스튜디오좋

광고제작사로는 이례적으로 팬덤을 형성해 온라인 채널로 송출한 광고 앞에 또 광고가 붙는 스튜디오좋은 광고주도, 소비자도, 만드는 사람도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듯하다.

만능 크리에이터의 유쾌한 역습스튜디오좋

최근 광고업계가 주목하는 단어로 ‘세계관’이 손꼽힌다. 여기서 세계관은 단순히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뜻하지 않는다. 가상세계의 구체적인 설정과 서사를 의미한다. 게임, 케이팝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팬덤을 모으기 위해 활용한 모종의 놀이인데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F&B, 뷰티 브랜드로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광고계에서는 이 흐름의 중심에 단연 ‘스튜디오좋’이 있다. 제일기획에서 각각 아트 디렉터와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송재원, 남우리가 ‘좋대로 만드는 광고’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대기업에서 절대 실현할 수 없는 작업을 재미 삼아 하던 것이 지금의 독립 광고대행사 스튜디오좋으로 이어졌다. 사명에 ‘좋’이라는 과감한 형태소를 사용해 광고주에게 당혹감을 주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철저한 노림수였다. “딱딱한 업무 미팅에서 이보다 확실한 아이스 브레이킹이 있을까요? 난감한 발음 때문에 간혹 저희를 ‘스튜디오좋아요’나 ‘스튜디오라이크’로 둔갑시키는 분들도 있는데 그 자체로 재밌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름 덕분에 끊임없이 에피소드가 생기니 광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지요.” 아트 디렉터 송재원의 말이다.

스튜디오좋은 광고주의 마케팅 활동에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을 만든다. 굿즈도 제작하고 게임도 디자인하며 심지어 SNS 채널까지 운영한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광고의 경계 바깥에서 놀 수 있는 지점을 계속해서 확장한다. 그것을 규정할 말을 찾지 못해 ‘종합 광고대행사’라고 대외적으로 홍보하지만 프리 프로덕션부터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모든 과정을 내부에서 다 소화한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머리와 손이 동시에 움직일 때 가장 단단해지며 목표는 단 하나다. 스튜디오좋에 돈을 쓴 광고주에게 소비자가 다시 그 돈을 쓰게 하는 것.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희화화한 인터넷 밈이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 떠돌곤 합니다. ‘로고 좀 크게 키워주세요’ 같은 요구를 비꼬는 것이죠. 저희는 기꺼이 키웁니다. 전체 예산을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광고주가 1초에 얼마를 쓰는지 금세 계산할 수 있고 돈을 쏟아부은 만큼 브랜드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니까요.” 송재원은 ‘기획과 제작이 유기적인 프로세스로 이루어지기에 더 단단한 결과물이 나온다’고 자부한다. 만능 크리에이터다운 면모를 갖춰서일까? 스튜디오좋은 삐에로쑈핑, 홈플러스, 빙그레 등 굵직한 기업의 프로젝트를 맡으며 비교적 빠르게 계단식 성장을 이뤘다. 특히 흥미진진한 서사와 절묘한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허를 찌르는 유머가 이들의 전매특허. 만화나 뮤지컬처럼 흡입력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기존 광고와 분명히 차별화된다. “저희 작업을 소위 ‘병맛 코드’, ‘B급 정서’로만 바라보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브랜드의 본질은 절대 훼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헤리티지를 강화할 수 있는 색다른 문법을 제시하는 셈이죠. 장수 기업이 저희를 찾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광고제작사로는 이례적으로 팬덤을 형성해 온라인 채널로 송출한 광고 앞에 또 광고가 붙는 스튜디오좋은 광고주도, 소비자도, 만드는 사람도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듯하다. 글 정인호 기자

SNS 채널은 화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흥망성쇠가 갈린다는 점에 착안해 탄생시킨 ‘빙그레우스’. 가상의 캐릭터 ‘더 마시스’를 디자인하고 재기 발랄하면서도 개연성 있는 스토리텔링을 전개해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아트 디렉터 송재원(사진)과 카피라이터 남우리가 2016년 설립한 스튜디오. 기존 대행사와 달리 인하우스 프로덕션을 운영한다. 상품을 만들기보다는 ‘상품을 보게 하는 미끼’를 만들고자 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상을 조금만 삐뚤게 보면 좋은 광고가 만들어진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브랜드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일을 기획, 제작, 집행한다.
studiok110.com

디자이너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광고 특유의 빠른 호흡과 업계 전반의 분위기로 나를 매료시켰던 제일기획.

AI 디자이너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직관으로 빠르게 수를 찾아내는 것. 아직까지는 AI보다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믿는다.

타이포잔치 2015에서 선보인 레터링 작업 ‘스웩체’. 이를 기점으로 ‘스튜디오좋’이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곳.

뮤즐리Muzli. 요즘 대부분의 디자인 뉴스를 이곳에서 접한다.

2022년 활약이 기대되는 디자이너 또는 디자인스튜디오는?

팀 에이트Team Eight. 각자 흩어져서 작업하다가 프로젝트가 생기면 길드처럼 뭉치는 시스템이 흥미롭다.

최근 거슬리기 시작했거나 지긋지긋한 단어가 있다면?

메타버스, 부캐, SNS. 사실 셋 다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키워드이고 눈앞에 직면한 과제다. 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같은 마음 아닐까.

올해 새로운 다짐.

디지털 광고는 이제야 자리를 잡은 듯한데 어느 틈에 새로운 매체가 또 등장했다. 광고의 외연은 더 넓어질 것이다. 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우리의 작업이 새로운 갈래가 되기를 바란다.

디자인업계에서 고쳐야 할 관행이 있다면?

저예산 광고를 바이럴이라고 통칭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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