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두바이 엑스포의 건축 프로젝트

여느 국제 행사와 마찬가지로 한 해 미뤄 치러진 2020 두바이 엑스포는 건축과 미래 기술이 응집된 명실상부 지상 최대 쇼였다.

2020 두바이 엑스포의 건축 프로젝트
2020 두바이 엑스포 전경. 아랍에미리트는 2013년부터 대대적 공사에 착수했다.

여느 국제 행사와 마찬가지로 한 해 미뤄 치러진 2020 두바이 엑스포는 건축과 미래 기술이 응집된 명실상부 지상 최대 쇼였다. 팬데믹이라는 악재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방문객 수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중동의 모래바람 속에 등장한 건축 프로젝트들은 도시의 미래를 예측하기에 충분했다.

알 와슬 플라자의 지붕은 2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설치해 압도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2020 두바이 엑스포는 중동 지역에서 개최하는 첫 번째 엑스포다. 아랍에미리트(이하 UAE)는 약 438만㎡에 달하는 사막 부지를 화려한 박람회장으로 완벽하게 탈바꿈시키며 자본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지상 최대 쇼’라는 명칭에 걸맞게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치르겠다는 UAE 정부의 야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엑스포 사상 최초로 참여국 192개국 모두가 개별 전시관을 운영 중인데 시리아와 같이 내전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UAE가 전액 재정 지원을 한 결과다. 엑스포 성공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처럼 두바이는 코로나19의 5차 유행에도 개의치 않고 과감히 도시 공항의 문을 활짝 열어 전 세계의 비행기를 맞이하는 중이다. 2020 두바이 엑스포의 주제는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다. 인류의 화합을 실현하고 미래에 닥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기회(Opportunity)’, ‘이동성(Mobility)’,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3개의 주제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전 세계가 공감하는 기후 문제, 탄소 중립에 대한 철학을 반영한 주제로 첨단 기술의 장이었던 이전 박람회와 달리 문화, 인류의 상생을 이야기하는 유기적 공간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러한 태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다. 특히 행사 시설의 절반 이상이 태양열과 지열로 생산한 재생 에너지로 작동되며 많은 전시관을 폐건축자재 같은 재료로 지은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관 또한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공기가 순환하는 개방형 건축물로 지으며 이에 동참했다. ‘기회’를 주제로 전시관을 운영하는 주최국 UAE의 파빌리온은 사막에서 엑스포를 개최한 나라라는 이야기를 통해 꿈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페인의 건축 거장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디자인한 흰 건축물은 독수리 날개에서 영감을 받았다. 접었다 펼치는 날개의 움직임처럼 낮에는 탄소섬유로 만든 지붕을 열어 태양광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지붕을 닫아 공간을 보호한다. 내부는 사구 구조물과 함께 상호작용 스크린을 구축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디지털 사막을 구현했다. 이번 엑스포에서 두 번째로 큰 국가관을 선보이는 사우디아라비아관도 주목해야 하는 곳이다. 산유국에서 관광산업 국가로 탈바꿈한다는 비전을 야심 차게 드러냈기 때문. 사선으로 길게 뻗은 이 전시관은 스페인 건축 회사 보리스 미카 협회(Boris Micka Associates)가 디자인했는데, 큰 창처럼 열리는 LED 파사드와 결합해 관람객을 환영하는 동시에 뚜렷한 국가관을 전달한다. 파빌리온 전체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은 이 화려한 전시관은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알 와슬 플라자Al Wasl Plaza와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의 분수 쇼로 잘 알려진 LA 기반의 디자인 회사 WET 디자인은 벽을 타고 올라가는 13m 높이의 분수 ‘엑스포 2020 워터 피처Expo 2020 Water Feature’를 선보였으며 시카고 건축 회사 에이드리언 스미스+고든Adrian Smith+Gordon은 지름 130m, 높이 67.5m의 거대한 돔을 디자인했다. 또 UAE와 마찬가지로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를 선택한 카타르관과 포스터+파트너스Foster+Partners가 디자인한 이동성 파빌리온, 알리프Alif관에서도 커다란 디자인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관.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 엑스포 개최 후보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번 2020 두바이 엑스포의 면적은 서울종합운동장의 8배가 넘는다. 이 엄청난 규모의 시설은 행사를 마치는 3월 31일 이후 어떻게 될까? 두바이 엑스포 사무총장 알 하시미 Al Hashimi는 지난 1월 12일 두바이 언론을 통해 이 부지를 새로운 기술과 혁신의 허브로 남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UAE 파빌리온과 일부 국가관을 그대로 남겨두고 5G 기술의 인프라를 활용해 ‘디스트릭트 2020’이라는 이름의 통합적 커뮤니티로 조성할 예정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의 중간 지점이라는 지리적 장점과 엑스포를 통해 구축된 교통 편의성까지 더해져 각종 전시와 포럼, 회의를 치르기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 엑스포 폐막 80일 이후 선보이게 될 디스트릭트 2020의 본격적인 계획이 이미 수립되었다고 하니 포스트 엑스포의 행보 또한 기대된다.

WET 디자인이 설계한 분수 ‘엑스포 2020 워터 피처’. 152개의 소형 파도가 중력을 거슬러 벽을 타고 올라간다.

2020 두바이 엑스포는 UAE의 경제성장은 오직 ‘오일 머니’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단편적 시선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놓았다. 개국 50년을 맞이한 이 젊디젊은 국가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열린 가치관과 비전, 문화 강국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글 양윤정 통신원 담당 박슬기 기자

한국관 파빌리온.

2020 두바이 엑스포
일시 2021년 10월 1일~2022년 3월 31일
주제 마음의 연결, 미래의 창조(Connecting
Minds, Creating the Future)
웹사이트 expo2020dub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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