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가 즐겁다, 시몬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

지난 2월 시몬스는 도산대로 인근 빌보드 11개를 점령했다. 옥외 광고판을 플랫폼 삼아 브랜드 캠페인을 송출했다.

눈과 귀가 즐겁다, 시몬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

2022년 이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2월 시몬스는 도산대로 인근 빌보드 11개를 점령했다. 옥외 광고판을 플랫폼 삼아 브랜드 캠페인을 송출했다. 이 동시다발적 디지털 아트 전시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명품 거리에 때아닌 긴 행렬을 만들었다. 핵심은 ‘의외성’에 있었다.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오렌지 나무’ 편. 정원의 조형과 대칭,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오렌지가 묘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Simmons

2022 브랜드 캠페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수영장에 나란히 앉아 발장구 치는 여성들, 절묘하게 회전하는 비치볼, 오렌지 떨어지는 소리마저 싱그러운 정원. 나른한 휴양지 풍경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시몬스의 2022 브랜드 캠페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Oddly Satisfying Video’에 관한 이야기다. 말 그대로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비디오다. 대칭, 패턴, 반복과 잔잔한 백색소음이 자아내는 묘한 긴장감이 복잡한 생각을 멈추게 한다.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는 OSV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주제는 ‘멍때리기(Hitting Mung)’다. 소위 ASMR이라 일컫는 콘텐츠의 시청각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유명한 브랜드답게 이번에도 침대는 쏙 빠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라는 테마에 충실했다. 콘셉트가 심플한 만큼 디테일에 주력했다. 시몬스의 기획력에 싱싱 스튜디오Sing-Sing Studio의 솜씨가 더해졌다. 우아함과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시나트라 하우스에서 촬영했는데 그래픽이 아닌 자석, 미니 컨트롤러 등의 소품 활용으로 오브제의 정교한 움직임과 섬세한 디테일을 구현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 나무’, ‘스프링클러’ 등 디지털 아트 8편을 2분 분량으로 압축한 영상은 공개한 지 15일 만에 1500만 뷰를 훌쩍 넘겼다. 영리한 플랫폼 활용이 주효했다. 시몬스는 광고 온에어의 기존 방식과 달리 브랜드 캠페인을 유튜브 채널에서 먼저 선보인 뒤 지상파 광고로 내보냈다. TV를 플랫폼 삼아 디지털 아트를 전시하겠다는 전략이었는데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충분한 호흡으로 대중과 친밀도를 쌓은 것이다. 플랫폼 확장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었다. 디지털 아트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이천 시몬스 테라스 그리고 서울리빙디자인페어까지 이어졌다. 나아가 도산대로 1.6km 반경의 빌보드 11개까지 전시 플랫폼으로 활용한 시몬스의 대대적인 캠페인은 오늘날 브랜드가 온·오프라인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지 명쾌하게 일러주는 사례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
디지털 아트로 신호탄을 쏘아 올린 도산대로 인근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브랜딩의 정점을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침대는 등장하지 않는다. 팝업 스토어를 전개할 때마다 내세운 소셜라이징socializing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는 취지다. 2020년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성수동에 선보인 이후 이천, 부산으로 소셜라이징을 확산하던 시몬스가 2년 만에 서울로 돌아와 공개한 프로젝트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았는데, 입지 선정부터 공간 구성은 물론 프로그램까지 예상치 못한 콘텐츠를 앞세워 신선함을 전해줬다. 전포동과 해운대에서 협업한 부산의 대표 로컬 플레이어 ‘버거샵’도 함께 서울로 데려와 반가움을 더했다. 방문객들은 청담동 한복판에서 부산의 서브컬처를 경험하는 의외성을 만나볼 수 있다. 공간은 크게 샤퀴테리 숍charcuterie shop을 콘셉트로 한 1층, 부산의 버거샵을 그대로 재현한 2층, 그리고 디지털 아트 전시 공간인 3층으로 나뉜다. 굿즈를 쇼핑하고 햄버거를 먹고 멍때리기에 최적화된 장소로 이동하는 코스다. 버거샵 너머 테라스와 농구 코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명 ‘시몬스 스튜디오’로 명명한 이 공간은 추후 또 다른 브랜드 캠페인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영상, 아트워크, 퍼포먼스 등 이곳에서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각종 소셜 미디어로 퍼져나갈 예정. 시몬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종착지는 어쩌면 지역과 지역의 연결을 넘어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것 아닐까? 다양한 플랫폼을 적재적소에 유연하게 활용하는 이들의 행보는 시대적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김성준 상무
시몬스 브랜드전략기획부문 부문장

시몬스의 팝업 스토어가 들어선 장소는 늘 화제를 모았다. 이번엔 청담동이다.

청담동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트렌드세터들이 모이던 문화 허브였다. 경기가 침체되고 상권이 이동하면서 서서히 내리막을 걷는 듯했지만 최근 힙한 크루들이 압구정동 인근에 둥지를 틀고 F&B 공간을 오픈하며 다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도산공원을 중심으로 번지는 이 흐름이 결국 청담동으로 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누구보다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고 골목 상권을 띄워보고 싶었다. 콘셉트는 여전히 소셜라이징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를 선보이는 만큼 과감한 연출로 제대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부산 버거샵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구현한 이유다.

소셜라이징 프로젝트의 연이은 흥행 비결은 의외성이다. 색다름을 갈구하는 MZ세대에게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실제로 1990년대생 디자이너들이 모든 실무를 담당했다. 성수동, 이천, 부산에서 팝업 스토어를 전개할 당시 주축을 이루던 멤버들은 1984년생이었는데 이 프로젝트에서 그들은 디렉터 역할을 맡았다. 샤퀴테리 숍의 구체적 콘셉트도 1990년대생들의 아이디어였다. 확실히 색깔이 달랐기에 디자인 요소에 일일이 관여하지도 않았다. 사실 디렉터는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그 근거와 타당성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소통하고자 하는 대상이 20~40대라면 일하는 사람도 20~40대가 골고루 포진해 있어야만 소셜 트렌드를 적확히 읽을 수 있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한 브랜드는 일시적으로 흥행할 수 있을진 몰라도 그 결과물이 아카이브로 축적되지는 않는다.

농구장을 연상시키는 2층 ‘시몬스 스튜디오’는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열린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각종 소셜 미디어로 퍼질 전망이다. ©신선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기획한 것이 불과 3년 전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거둔 셈인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팀을 만들 때만 해도 모두 의아해했다. “침대 회사가 왜?”라는 말을 숱하게 들었다. 비웃는 사람도 많았지만 우리로서는 대단한 무언가를 하겠다는 계획보다는 진정성 있게 일하는 크루 컬처를 만들고자 했다. 지난 3년간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요즘에는 디자인의 범주를 구분하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다. 제품 디자이너가 비주얼 디렉팅을 하거나 영상 디자이너가 가구를 만드는 식으로 크로스오버를 한다. 이런 게 진정한 애자일 아닌가?(웃음)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소회를 전한다면?

시몬스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시몬스가 추구하는 것은 의외성이지 진부함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은 팝업 스토어의 완성판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아직 확실하게 전해드릴 순 없지만 시몬스의 정체성에 사회적 흐름을 반영한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우리 역시 궁금하고 기대하는 부분이다.
글 정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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