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비주얼 아이덴티티 디자인
롯데면세점이 2월 공개한 새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팬데믹을 맞이한 면세업계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마련한 새로운 대응책 중 하나다.
롯데면세점이 2월 공개한 새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팬데믹을 맞이한 면세업계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마련한 새로운 대응책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산업 전방위에 큰 타격을 입힌 건 자명한 사실. 그중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팬데믹 직전만 해도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조금 과장을 곁들이자면) 앉아만 있어도 방문객이 유입되던 호시절을 지나,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현재 업계에서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중 롯데면세점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국내 1위, 세계 2위로 선두 자리를 지켜온 롯데면세점은 올해 2월 창립 42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선보였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트래블 리테일travel retail’ 브랜드로 거듭날 것을 선언한 이들은 달라진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VI 리뉴얼을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42년간의 역사를 존중하는 한편,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위한 비전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롯데면세점은 트래블 리테일러로서 영역을 확장하면서 그에 따라 브랜드 정체성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롯데면세점과 협업 디자인 스튜디오 엘레멘트컴퍼니가 함께 도출한 키워드는 ‘여행의 자신감(Confidence in Travel)’. 여행을 준비할 때 느끼는 불편함, 현지에서 겪을 어려움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비즈니스 모델을 한 단어로 압축해 표현한 것. 이를 기반으로 디자이너들은 열기구를 모티브로 여섯 가지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개발했다. 열기구는 18세기 몽골피에 형제가 처음 고안한 이래 줄곧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인류의 욕망과 여행의 설렘을 대변해왔다. 또 이 그래픽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으로 코스메틱·향수, 전자 기기, 럭셔리 등 면세품 카테고리의 특징을 그래픽으로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완성한 VI는 매장과 쇼핑백, VIP 카드 등에 자연스럽게 녹여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시그너처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이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 콘텐츠 포맷을 별도 제작해 달라진 브랜드의 모습을 젊은 세대가 확인하고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거친 변화의 물살 앞에 놓인 롯데면세점은 새로운 VI를 제시하면서도 브랜드의 오랜 역사를 외면하지 않았다. 휘발성 강한 트렌드에 부화뇌동하지 않으며 팬데믹이 바꿀 미래를 장기적으로 전망하며 비전을 제시했고, 이를 상징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이갑 대표이사는 디자인이야말로 “기업의 방향성과 철학을 표현하는 표상”이라 밝힌 바 있다. 만일 리뉴얼한 VI가 가볍거나 경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롯데면세점의 철학이 지난 42년간 굳건히 뿌리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kor.lottedfs.com lottedutyfree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 철학 없는 공허한 디자인이 아닌, 고객의 여행 경험을 충만하게 표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면세점이 VI 리뉴얼에 공들이는 것 자체가 대단히 흥미롭다.
유통 산업의 대격변이 일어나는 지금 필요한 전략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소비자들은 직구와 직구 대행을 통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한다. 또 국내 면세점업계의 가장 큰 고객이던 중국이 최근 하이난섬을 중심으로 내수 면세 시장을 구축하는데, 이 모든 상황이 복합적으로 일어나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장에 방문해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에게 롯데면세점만의 특별함을 부각하는 데 V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훌륭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각적인 요소는 브랜드의 첫인상을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데 꼭 필요하다.
엘레멘트컴퍼니와 브랜드 전략 수립과 디자인 작업을 함께 진행했다.
치장하기만 하는 디자인을 소비하던 시절은 지났다. 롯데면세점은 철학 없는 공허한 디자인이 아닌 고객의 여행 경험을 충만하게 표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기업의 정체성을 제대로 정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했다. 본질을 탐구하는 엘레멘트컴퍼니와 그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트래블 리테일 브랜드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확립하고, 고객들에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도 함께 고민했다.
트래블 리테일러로 변화 중인 롯데면세점에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브랜드의 변화를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LED 간판, 컴퓨터, TV 등으로 쉴 새 없이 시각 정보가 송출되는 가운데 이목을 집중시켜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를 전달하는 수단, 그것이 디자인의 역할이라고 본다. 소비자와 가장 먼저 만나 기업의 철학을 전하는 매개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롯데면세점이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버추얼 피팅룸과 메타버스 콘서트를 선보였는데, 앞으로 롯데면세점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현재 데이터 기반 마케팅, 온·오프라인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옴니 서비스 고도화 등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VR과 AR을 활용한 매장 체험과 함께 VR 컨시어지 서비스로 고객 상담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고객들에게 24시간 끊이지 않는(seamless)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글 박종우 기자 인물 사진 한도희(얼리스프링) 자료 제공 롯데면세점
클라이언트 롯데면세점(대표 이갑)
프로젝트 디렉팅 김혜림, 김유미
BX 디자인 엘레멘트컴퍼니(대표
최장순), lmntcompany.com
BX 디렉터 한형민
BX 전략 김조은, 박지혜, 권영균
BX 디자이너 박진하, 황의성, 나현주,
유문선,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