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내셔널 지오그래피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20선에 아직 완공도 하기 전인 두바이의 미래박물관이 포함되었다. 개관 전부터 이름을 알리며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건물로 주목받는 이곳은 과거의 유산도, 현재의 기술도 아닌 미래를 보여주겠다는 독특한 비전 아래 탄생했다.

첨단 기술을 몸에 두른 중동의 신 모뉴먼트
2022년 2월 22일 일반에 공개한 미래박물관(Museum of the Future)은 하늘로 치솟은 직선의 건물들 사이에서 틀에 얽매이지 않은 토러스torus 형태를 뽐내며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아름다운 형태 곳곳에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정교하게 적용한 이곳은 지금까지 이루어진 두바이 건축 프로젝트 중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어 필기체로 둘러싸인 1만 7000㎡가 넘는 반짝이는 외관은 16개의 공정 단계를 거친 4개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레이어를 이루는 1024개의 스테인리스스틸 판은 로봇이 제작한 것이다. 기하학적 외관을 계획대로 구현하기 위해 구성 요소를 매개변수화해 3D 모델링하는 파라메트릭 모델링 기술과 알고리즘이 동원됐다. 토러스 형태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건 외관에 새겨진 유려한 아랍어 필기체. 아티스트 마타르 빈 라헤지Mattar Bin Lahej가 디자인한 14km 길이의 문장은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Sheikh Mohammed가 했던 말 중 가장 상징적인 것으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수백 년을 살지 못하지만 창의성이 낳은 산물은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유산으로 남습니다.” “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의 것입니다. 미래는 기다리지 않습니다. 미래는 오늘 설계하고 건설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들은 낮에는 박물관의 창 역할을 하며 밤에는 LED 조명으로 극적인 경관까지 연출한다.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건물답게 에너지 효율성에도 집중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선언한 UAE(온실가스의 주범인 석유를 팔아 탄소 배출 제로 도시를 만든다는 게 아이러니하긴 하지만)의 목표에 부합하려는 듯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이며 환경친화적인 디자인 건물에 주는 LEED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두바이 전력(Dubai Electricity) 및 수자원청(Water Authority)과 협력해 4000메가와트의 태양에너지로 전력을 공급받고 있으며, 박물관을 둘러싼 공원에는 자동 관개 및 중수 재활용 시스템이 갖춰져 이곳에 심은 80종의 식물에 수분을 공급한다. 에미레이트 타워 지하철역과 연결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한편 방문객이 박물관을 견학하는 동안 전기 자동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도 갖췄다.

전시의 진화
전통적으로 박물관은 전통과 문화, 역사 또는 예술을 전시한다. 일종의 과거를 되돌아보는 창인 셈. 하지만 미래박물관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곳이다. 인류의 미래를 시각화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예지하고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바로 이곳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미래박물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전시를 경험할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임시 우주 정거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관람객은 여정을 시작한다. 바닥을 내려다보면 병든 지구를 볼 수 있는데, 각 방문자에게 의사나 교사 같은 역할이 주어지고 각자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흥미로운 역할놀이는 미래박물관의 목표가 사람들에게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도록 영감을 주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도록 하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박물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렌던 맥게트릭Brendan McGetrick는 박물관 안에서 일어나는 몰입형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크린을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시 디자인은 관람객이 핸드폰을 보는 행위를 줄이고 전시에 집중하게 돕는다. 또 관람 내내 ‘아야Aya’라는 인공지능 가이드의 인도를 받는데 아야는 관람객에게 하늘을 나는 택시, 풍력발전소, 태양에너지로 지구 궤도를 도는 거대한 구조물 등을 보여준다. 미래박물관을 설립한 두바이 미래 재단(Dubai Future Foundation)은 2017년 시작한 비영리단체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더 나은 미래 도시를 설계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다. 두바이 미래 재단의 이번 프로젝트는 ‘미래 도시 건설’이라는 두바이의 도시 비전을 그대로 반영했다. 두바이 미래 재단은 상상, 디자인, 실행이라는 자신들의 모토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 세계 스토리텔러, 엔지니어, 예술가를 총동원했다. 미래박물관의 디렉터 모하마드 알 게르가위Mohammad Al Gergawi는 이곳을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 부르며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전시 형식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앞으로 전시 외에도 새로운 발명과 동향에 관한 과학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미래 과학 센터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건축 디자인 킬라 디자인, killadesign.com
높이 77m
실내 면적 3만 548㎡
주소 Sheikh Zayed Rd, Trade Center, Dubai UAE
웹사이트 museumofthefuture.ae/en

칼판 벨홀Khalfan Belhoul
두바이 미래 재단 최고경영자

두바이 미래 재단은 어떤 일을 하나?

다양한 프로젝트와 이니셔티브를 이끌며 두바이를 미래의 선도적인 도시로 포지셔닝하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 UAE가 신흥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레귤레이션 랩 Regulations Lab을 만든 것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레귤레이션 랩은 신속하게 규정을 채택해 국내외 기업들이 이 나라를 협력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테스트 베드로 고려하도록 만든다. 또 두바이 미래 지구 기금 (Dubai Future District Fund)을 조성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미래박물관의 멋진 외관이 인상적이다.

건물 형태는 녹색 정원, 사람의 눈 모양을 닮은 정면, 건물 중심부의 빈 공간, 이렇게 세 가지 주요 요소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UAE 총리의 미래 비전을 반영한 것이다. 정원은 장소·시간·역사에 뿌리를 둔 안정성을 나타내며, 둥근 형태의 건물은 엔지니어링 및 건설 방법론의 한계를 뛰어넘은 인류의 능력, 그리고 중앙의 구멍은 우리가 발견하고자 하는 미지의 무언가를 상징한다.

건축가는 어떻게 선정했나?

경쟁을 통해 건축가 선발 과정을 거쳤다. 20명 이상의 주요 건축가 중에서 킬라 디자인Killa Design의 숀 킬라Shaun Killa를 최종 선정했다. 그와 함께 전 세계에서 모인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지적인 집단 커뮤니티를 구축했고 이들의 협력으로 건물이 탄생했다.

박물관에 온 관람객들이 말 그대로 미래를 눈앞에서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을 찾아온 방문객은 미래를 살고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역사를 연구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듯이 집단적 미래에 대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살아 있는 박물관인 이곳에서 우주 공간과 지구의 미래를 탐구하는 전시는 관람객이 몰입을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어떤 전시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나?

끊임없이 진화하는 것이 미래박물관의 본성이다. 더 좋고 더 낙관적인 미래를 위해 우리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박물관 내에서 과학, 인지, 기술에 관한 정보를 강화하고 풍부하게 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글 양윤정 통신원 담당 서민경 기자
자료 제공 미래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