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부를 위한 디자인
남다른 관점을 가진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일곱 곳에 도시 농부를 위한 제품을 상상해달라 제안했다.
이른바 도시 텃밭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건강과 여유를 향한 도시인의 동경이 커지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2019년 정점을 찍은 이후 도시 농업의 인기는 한풀 꺾인 추세 . 원인이 무엇일까? 팬데믹의 영향도 있겠지만, 월간 〈디자인〉은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혹시 도시 농부에 최적화된 디자인이 부재한 탓은 아닐까? 남다른 관점을 가진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일곱 곳에 도시 농부를 위한 제품을 상상해달라 제안했다. 이들이 내놓은 답은 도시 농업의 개념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완성한 디자인을 감상하며 농업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측해보길 바란다. 정리 박종우 기자
CNF 프로젝트
도시와 농장을 연결하겠다는 의미의 가상 브랜드 ‘CNF(City Intersection Farm)’의 제품 세 가지를 디자인했다. ‘파티션 워터링 캔Partition Watering Can’은 도시 농부가 물뿌리개 안에 도구를 담는 행동에서 착안해 내부 공간을 분할해 장비를 편리하게 수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핏 바스켓Fit-Basket’은 적재함이나 창고에 맞춘 사각형 바구니에서 탈피해 인체에 적합한 곡선을 사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수확의 기쁨을 넘치도록 담고 싶은 도시 농부의 마음을 제품에 반영하고자 했다. ‘프레첼 핸들Pretzel Handle’은 호스를 벽에 걸 수도 있고 바닥에 세울 수도 있도록 프레첼 형태를 디자인에 활용한 제품이다. 텃밭에 물을 줄 때 호스가 바닥에 널브러지지 않게 끼워서 사용하도록 했다. 참여 디자이너 장원, 황선욱, 고정진, 이혜리, 최재현
스튜디오 바우드(대표 박성호)
브랜드 컨설팅 및 디자인, 제품 디자인,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중인 디자인 스튜디오다. 단일 제품을 넘어 공간에 이르는 통합적인 브랜드 경험을 추구한다. 지난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제품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같은 해 대한민국디자인대상 금상을 수상했다. theboud.com
Urban Farmers Can Do Pretty Well
‘도시 농부는 무엇이든 예쁘게 잘할 수 있다’라는 콘셉트로 야외에서 농사짓는 사람을 위한 휴대용 선 미스트 뷰티 제품을 디자인했다. 목에 걸기 좋은 작은 크기로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얼굴과 팔에 뿌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양철 물뿌리개(watering can)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는데, 특히 ‘캔can’을 조형 언어로 폭넓게 재해석했다. 더울 때 음료 한 캔을 마시듯 캔 스프레이를 피부에 뿌리는 행위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참여 디자이너 허우석, 주시현, 신동민
스튜디오 HOU(대표 허우석)
주로 코스메틱 브랜드의 제품 및 패키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한다. ‘힌스’와 협업해 출시한 ‘무드 인핸서’와 ‘세컨 스킨 파운데이션’이 기존 업계에서 보기 어려운 독창적인 조형성으로 주목받았다. 2021년 코리아디자인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 위너로 선정되었다. studiohou.com
도시 농부의 커트러리 (Urban Farmer’s Cutlery)
포크, 스푼 등의 형태를 모종삽 3종과 물뿌리개에 반영한 농기구 디자인이다. 앞으로 도시 농업은 식물을 기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식사로까지 확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반영했다. 식탁 위 도구의 외형을 농기구에 차용해 파운드/파운디드만의 위트 넘치는 감성을 전하고자 했으며, 유려한 라인을 살려 재미와 함께 기능도 충족시키고자 했다. 참여 디자이너 송규호, 고준원, 신유진
파운드/파운디드 (대표 송규호·김준구)
제품, 그래픽, UX·UI, 서비스, 공간 등 다양한 영역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인간 중심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개최된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새롭게 론칭한 업사이클링 제품 브랜드 ‘이피Yippee’를 최초 공개했다. foundfounded.com
Cozzle
각종 병해충으로부터 작물을 지키는 작물 지지대. 제품명은 ‘구리’를 뜻하는 코퍼copper와 ‘눈부심’을 뜻하는 대즐dazzle의 합성어다. 항균 효과가 뛰어난 구리로 만들었으며, 토마토나 옥수수 등의 작물 재배에 편리하도록 1~2m 높이로 디자인했다. 함께 제공하는 시드 서클은 파종 위치와 작물 간 거리를 가늠하고 잡초 성장을 억제한다. 반짝이는 구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녹이 슬어 초록색으로 변하는데, 푸른 잎의 작물과 어우러져 자연과 하나가 되는 듯한 효과를 준다. 참여 디자이너 염선아, 김승규, 이현우, 손여경
BDCI 디자인(대표 이세민)
라이프스타일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디자인하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가구부터 조명, 가전제품, 액세서리, 첨단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의 디자인까지 총망라한다. 최근 새롭게 개발 중인 손 세정제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전시 〈결벽의 순간(Transience of Immaculate)〉을 열었다. bdcidesign.com
Stand Home Farm
집이나 사무실, 매장 등 실내 공간에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한 식물 재배용 집기다. 플랜트 월plant wall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제한된 크기의 실내에서 최대한 많은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포트를 대각선으로 배치했다. 발아부터 모종까지 싹을 제대로 틔우는 데 적합한 큰 포트 1개, 싹이 튼 이후 수확에 이르는 본격적인 성장 과정에 적합한 3개의 포트로 구성되어 있다. 하단 수납장에는 간단한 집기류를 보관할 수 있으며, 재배 과정에서 사용된 물을 모으는 물통을 설치했다. 슬림하지만 튼튼한 제품 제작을 위해 금속 각 파이프와 금속판을 기본 소재로 사용했다. 참여 디자이너 임성묵
DSLSM(대표 임성묵)
‘10년 후에도 우리에게 바른 가치’를 목표로 하는 디자인 그룹.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향하고 실천하는 디자인 브랜드 DSLSM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DDP디자인페어 서울시장상을 수상했으며, 같은 해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는 다회용 쇼핑백 ‘지속 가능한 쇼핑백’을 선보였다. dslsm.net
Modular Garden
식물을 키우는 환경이나 개인 성향에 따라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모듈화된 화단이다. 이미 유사 제품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식물과 어울리지 않는 인위적인 형태라서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토분 제작에 사용하는 깨끗한 흙을 활용해 통습성과 통기성을 높이고 자연에 가까운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다. 참여 디자이너 전병휘
스튜디오 페시(대표 전병휘)
단순함과 기능성, 합리성에 기반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제조 공정에서 탄생하는 형태와 기능을 탐구해 사용자에게 감성적인 경험을 전달하고자 한다. 지난 2월 강종길 작가, 비포머티브, DSLSM과 함께 제품 디자인 과정을 대중과 공유하는 〈PROCESSive〉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studiopesi.com
Scoop
앞으로 베란다 텃밭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되면 비료를 뿌리는 도구에 대한 니즈도 등장할 것이라 보고 물뿌리개 겸 비료 뿌리개를 디자인했다. 스쿠프의 조형적인 특징이 물을 담을 수 있는 병 형태로 이어지도록 했으며, 돔 형태 살수구에 구멍을 뚫어 물뿌리개 기능을 하면서도 알비료를 뜨기 적합한 구조를 고안했다. 디자인 모티프가 돋보이도록 메탈을 사용했으며, 안과 바깥의 재질 차이를 통해 시각적인 재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참여 디자이너 조영진
SWNA(대표 이석우)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며 다양한 분야를 오가는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클라이언트 작업과 내부 디자이너들의 자체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소속 디자이너 개개인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는 브랜드 ‘리버럴 오피스’를 공개하고 연희동 언컨템포, 용산 로파 서울 등에서 론칭 기념 전시를 열었다. thesw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