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을 물들일 컬러 트렌드
미리 보는 2027년 올해의 컬러
2027년을 앞두고 글로벌 페인트 브랜드와 트렌드 예측 기업들이 새로운 ‘올해의 컬러’를 발표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차분한 그린부터 공간에 온기를 더하는 오렌지, 미래지향적인 블루까지. 다가오는 한 해를 물들일 다채로운 컬러를 미리 살펴보자.

산업 전반의 디자인에 있어 컬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에 매년 선정되는 ‘올해의 컬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 해를 대표하는 이 컬러는 그해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하고, 다양한 디자인 분야의 흐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장 유명한 올해의 컬러는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이 매년 12월에 선정하는 컬러다.

팬톤은 2000년부터 올해의 컬러를 발표해온 만큼, 가장 영향력 있고 신뢰도 높은 컬러 트렌드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선정 과정에 들이는 노력 또한 이러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팬톤은 일 년에 두 차례 여러 국가의 컬러 표준 그룹의 대표자들이 참여하는 모임을 개최하고, 이틀간의 논의 끝에 다음 해를 대표할 색을 결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2026년 올해의 컬러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는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고요와 평온을 찾고자 하는 시대의 분위기를 담은 색이다.
팬톤의 발표에 앞서 베어(Behr), 발스파(Valspar), 더치보이(Dutch Boy), 듀럭스(Dulux)와 같은 페인트 회사들이 다음 해의 컬러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건축 등 실제 공간에 적용될 컬러 트렌드를 한 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제안하는 것이다. 또한 영국의 세계적인 트렌드 예측 기업 WGSN은 컬러 시스템 기업 컬러로(Coloro)와 함께 올해의 컬러를 선정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7년을 앞두고 주요 페인트 회사와 트렌드 예측 기업이 주목한 컬러를 미리 살펴보자.
베어(Behr)
자연과 연결된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그라운디드(Grounded)

미국의 대표적인 건축용 페인트·표면 마감재 기업 베어가 선택한 2027년 올해의 컬러는 흙빛의 색감이 가미된 올리브 컬러, ‘그라운디드(Grounded)’다. 자연이 지닌 치유의 본질과 고요한 에너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세련된 그린 컬러는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인상을 선사하며, 편안하게 머물고 싶은 공간을 완성하게 만든다. 부드러우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이 컬러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안정감 있고 진정성 있는 공간을 추구하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베어의 컬러 총괄 케일라 크라츠(Kayla Kratz)는 “그라운디드는 이끼, 올리브, 흙빛의 다채로운 색조를 넘나들며 자연의 겹겹이 쌓인 복합적인 면모를 반영하는 동시에, 은은한 생동감을 선사한다”라고 이 컬러를 소개했다. 베어가 올해의 컬러를 위해 새로 개발한 그라운디드는 시선을 끌 만큼 강렬하지 않지만 맑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적합하면서도 특정한 분위기를 규정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여지를 선사한다. 덕분에 다양한 컬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공간에 안정적인 조화를 더한다.


베어는 올해의 컬러와 더불어 20가지 컬러로 구성된 팔레트와 이를 적용한 공간 사례를 제안하며 다양한 활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안정감을 주는 그린부터 햇살을 머금은 듯한 뉴트럴 톤, 그리고 은은하면서도 개성을 더하는 포인트 컬러까지, 서로 다른 색조가 어우러져 자연스럽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게 한다.
발스파(Valspar)
차분한 휴식을 선사하는 코티지 도어(Cottage Door)

미국의 글로벌 페인트·코팅 전문 브랜드 발스파가 선정한 2027년 올해의 컬러는 ‘코티지 도어(Cottage Door)’다. 발스파가 차분한 느낌의 블루 컬러를 선택한 배경에는 현재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자리한다. 의식적인 삶과 자기 성찰을 중시하는 문화적 흐름 속에서 진정성 있고 마음을 울리는 색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선정된 코티지 도어는 자신에게 집중하는 공간을 연출하는 데 영감을 주는 활용도 높은 색상이다.


발스파의 컬러 마케팅 디렉터 수 킴(Sue Kim)은 “중간 톤의 블루 그레이는 시대를 초월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을 연출하는 데 활용된다”라며 “경쾌한 색상과 매치해 대비를 주거나, 자연스러운 질감과 레이어링해 한층 유기적인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발스파는 코티지 도어와 어울리는 컬러 팔레트에 따뜻한 핑크빛의 ‘애프리콧 블러쉬(Apricot Blush)’와 부드러운 라이트 그레이 톤의 ‘문 샷(Moon Shot)’을 더해 전체적인 조화를 꾀했다.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 가지 색상은 은은하면서도 경쾌한 분위기를 선사하며 어떤 공간에든 온기와 낙관적인 기운, 그리고 편안함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발스파의 새로운 컬러 팔레트가 적용된 실내외 공간에서 휴식과 사색을 즐기고 싶어지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치보이(Dutch Boy)
공간에 온기를 더하는 딥 루티드(Deep Rooted)

미국의 주택용 페인트 브랜드 더치보이의 2027년 올해의 컬러는 ‘딥 루티드(Deep Rooted)’다. 흙빛이 감도는 깊은 오렌지 컬러로, 테라코타(Terracotta)의 감성이 느껴지는 색상이다. 낙관적인 분위기가 듬뿍 느껴지는 이 컬러에는 ‘집 안에 즐거운 활력을 불어넣어 보세요’라는 슬로건이 함께하고 있다. 더치보이의 컬러 마케팅 매니저 리스베스 파라다(Lisbeth Parada)는 “이번 색상 선택은 2026년 컬러인 ‘멜로디어스 아이보리(Melodious Ivory)’가 지닌 따뜻함을 이어가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가 더욱 대담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라고 설명했다.

딥 루티드 역시 안정감과 진정성을 추구하는 현재 사회적인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패션과 인테리어 분야에서 주목받은 오렌지 계열의 색상에서 영감을 얻어 생동감까지 더했다. 편안함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이 색상은 공간 자체를 한층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점점 디지털화되는 시대에 커지는 고립감을 덜어내고 타인과의 교류를 장려하기 위해 활기와 온기를 동시에 지닌 색상이 선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치보이는 딥 루티드와 다양한 컬러를 매치한 사례를 함께 제안하며 여러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다른 감성을 지닌 색상들과 조합하더라도 이를 아우르면서 공간에 따뜻하고 편안한 인상을 더하며, 무엇보다 어떤 공간에서든 ‘근본적으로 인간적인’ 감성을 느끼게 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듀럭스(Dulux)
차분하지만 다재다능한 소울풀 세이지(Soulful Sage)

영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페인트 회사 듀럭스는 2027년 올해의 컬러로 ‘소울풀 세이지(Soulful Sage)’를 선택했다. 차분하지만 다재다능한 활용성이 돋보이는 이 컬러는 브랜드의 모회사인 악조노벨(AkzoNobel)이 1년 동안 진행한 연구와 듀럭스의 트렌드 전망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7년에는 정보의 과부하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사람들은 생활의 무게감에서 벗어나 보다 가볍고 편안한 휴식을 갈망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마음을 치유하고 기운을 북돋게 하는 은은한 그린 컬러를 제안한 것이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자연 요소를 실내 공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바이오필릭(Biophilic)’ 디자인 역시 치유의 감각을 선사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듀럭스는 균형과 정신적 안정을 상징하는 소울풀 세이지를 2027년 대표 컬러로 선택했다.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차분한 그린 톤의 컬러는 다양한 색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실내외 공간에 생기를 더한다. 디자인 콘셉트에 따라 따뜻함과 중립성, 시각적인 활력 등 서로 다른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유연한 기반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듀럭스가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와 함께 선보인 공간 사례는 이러한 장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소울풀 세이지가 공간에 적용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WGSN과 컬러로(Coloro)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루미너스 블루(Luminous Blue)
세계적인 트렌드 예측 기업 WGSN과 컬러 시스템 기업 컬러로가 함께 선택한 2027년 올해의 컬러는 ‘루미너스 블루(Luminous Blue)’다. 빛나는 듯한 선명한 파란색은 ‘상호 연결성’이라는 테마 아래 선정된 2027 S/S 키 컬러 다섯 가지 중 하나로 지식과 기술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특별한 색이기도 하다.

이는 수 세기 동안 파란색 안료의 주재료로 쓰인 준보석 라피스 라줄리(Lapis Lazuli)를 떠올리게 하는 한편, 오늘날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성분인 코발트와도 연결된다. 전통적인 공예와 염색 기법에서부터 현대의 기술과 산업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영역을 연결하는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젠더 포용적이며 시즌을 초월하는 특성을 지닌 신비롭고 독특한 컬러인 루미너스 블루는 대부분의 제품 카테고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색감은 IT 기기와 스마트 디바이스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성별과 계절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류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으며, 뷰티 분야에서는 색조 화장품과 패키지 디자인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에서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현대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데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의 전통과 현재의 기술,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연결하는 루미너스 블루가 다양한 산업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주목해 볼 만하다.
글 박민정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