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제2 사옥, 1784

1784는 융합형 미래 오피스의 시작이다.

네이버 제2 사옥, 1784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어라운드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봇 ‘루키’가 1784 곳곳을 누비며 임직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1784는 융합형 미래 오피스의 시작이다. 그동안 사옥이 편하게 일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면 1784는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실험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업무 공간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자리 잡고 디지털 도구가 이를 뒷받침하면서 이제 사무실은 일하는 장소 그 이상의 기능을 요구한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을 강조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는 더욱 가속화됐다. 미래의 오피스는 협업, 소통, 연구, 기술 강화를 위한 새로운 도구인 셈인데 네이버는 로봇 친화형 빌딩 1784를 선보이며 이에 대한 실험을 전개했다. 핵심 콘셉트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로봇·자율주행·AI·클라우드 등 네이버가 축적한 모든 기술을 망라했다. 일련의 디지털 코드처럼 들리는 사옥명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주소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에서 착안한 이름이자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1784년을 함의한다. 기술 융합을 통해 혁신을 현실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다.

네이버랩스가 로봇 연구를 진행하며, 총 15개의 파트너 회의실로 이루어진 2층.

공간의 혁신은 로봇에서 시작된다. 1784에는 공간을 누비며 임직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로봇 ‘루키’가 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서비스 범위가 폭넓은 만큼 건물 내부에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Arc’와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Roboport’, 클라우드와 로봇 사이 통신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는 ‘이음5G’가 대표적이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시에서는 로봇의 원활한 수직 이동이 중요한 숙제인데, 로보포트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전 층을 순환하는 운행 구조로 서비스 속도를 높이고 효율을 극대화했다. 출입 게이트에도 네이버의 기술을 활용했다. 1784에 들어서는 임직원은 사원증을 태그하거나 지문 인식을 위해 멈추는 일 없이 얼굴 인식만으로 출입할 수 있다. 2~3m 떨어진 곳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얼굴을 인식하는 정교한 기술 ‘클로바 페이스사인’ 덕분이다. 사옥 출입구뿐 아니라 네이버 부속 의원, 식당, 편의점 결제 시에도 같은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3층 스튜디오.

1784가 첨단 기술의 융합을 실험하는 테스트 베드라는 점은 무엇보다 로봇 선행 연구에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직원들은 로봇 자체가 일상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를 기획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네이버랩스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협력해 양팔 로봇 앰비덱스Ambidex를 개발, 식당과 카페에서 ‘루키’를 소독하는 파일럿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로봇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로봇을 설계하는 것이다. 사람의 붓 터치를 학습해 패드에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로봇 아르토원Arto-1, IPX(구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과 샐리의 모습을 한 로봇도 활약 중이다. 그 어느 곳보다 거대한 실험실인 1784는 이렇듯 고도화된 융합형 공간을 동력 삼아 앞선 기술과 서비스를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navercorp.com

클로바 헬스 케어 기술로 임직원의 건강 관리를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네이버 부속 의원.

박경식
아키모스피어 대표
“ 1784는 네이버의 모든 임직원이 거쳐가고, 파트너사와 함께 에너지를 발산하며, 네이버를 동경하는 많은 사람이 호기심을 충족하는 공간이다. 급변하는 업무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인프라를 구축해 1784에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제품 디자인 단위로 공간의 모든 요소를 분화해 어떤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결합하고 해체하여 재조립할 수 있는 모듈을 설계했다.”

김정곤, 오환우
비트윈 스페이스 공동 대표
“ ‘Big Dining, Smalltalk’라는 콘셉트로 식사와 업무가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 공간을 조성했다. 라이브러리의 책장 구조를 활용해 영역을 구분하고, 이용자 간 심리적 거리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좌석 배치로 다양한 기능을 아울렀다. 점심시간에 이용하는 주방의 부스는 최소한의 정보만 전달하는데 식사가 끝나면 주방 입면이 건물 코어와 같은 형태로 모두 닫혀 어떠한 정보도 노출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식당으로 인지하는 시각적, 후각적 요소를 차단해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남진아
SPX 디자인 랩 리더
“ 연속성과 확장성에 집중했다.”

1784는 첨단 기술의 융합을 실험하는 네이버의 테스트 베드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연결과 통합이다. 1784는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는 장소다. 각각의 기술이 연결되지 않으면 실험실은 하나의 쇼케이스에 불과하기에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공간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개발, 기획, 설계, 운영 등 담당자들이 협의해 서비스 각각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한 이유다. 건축적으로는 연속성과 확장성에 집중했다. 건축물이 기술의 성장을 얼마큼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1784가 테스트 베드로서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린팩토리와 1784는 각각 분리된 워크플레이스가 아니다. 두 건물은 하나의 사옥이고 2층이 두 곳을 잇는 통합 로비다.

외관을 결정할 때부터 제1 사옥인 그린팩토리와의 조화를 생각했다. 건축물의 높이와 형태를 비슷하게 맞추고 동일한 커튼 월 공법으로 통일성을 부여했다. 다만 루버의 색상으로 각 건물의 개성과 콘셉트를 나타내고자 했다. 언뜻 보기에 두 건물은 전혀 다른 분위기인 듯하나 디자인 요소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날것의 조합’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린팩토리가 콘크리트, 나무, 강판, 유리 등 원자재를 최소한만 가공해 사용했다면 1784는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스틸 등 무채색 소재의 물성을 고스란히 살렸다. 두 공간의 조화를 꾀할 때 반드시 톤을 맞추거나 비슷한 마감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현재 그린팩토리는 새 단장을 위해 준비 중인데 개성을 살리면서도 네이버의 디자인 어휘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친환경 오피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어떤 시스템을 도입했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도전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외장 시스템이다. 그린팩토리와 동일한 커튼 월과 루버로 차양하는 방식인데 기존 시스템의 경우 안쪽에 있는 금속 루버에 열이 닿으면 실내 온도가 상승했다. 1784는 이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내부에 유리 월을 덧댔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루버가 있는 형태로 이중창을 만들어 실내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냉방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조 시스템이다. 바닥 공조 방식과 복사 패널 시스템을 50:50으로 적용해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자연 채광에 따라 실내 조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센서를 적용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였다. 이로 인한 에너지 절감량은 연간 34%로 예상한다. 요즘 많은 기업이 ESG 경영에 주목하는데 네이버는 오래전부터 환경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데이터센터각, 커넥트원, 그린팩토리 그리고 1784까지 모든 건물이 친환경 건축물 인증 리드 플래티넘을 획득했다. 건물에서 가능한 친환경적 노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공급 체계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1784는 로봇 친화형 빌딩인데 사람과 로봇의 간섭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로봇 기술은 결국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1784에서 시행하는 로봇 서비스는 임직원이 불필요한 데 드는 시간을 줄이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다.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되 카페, 식당, 택배 시설 등 실제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는 동선을 분리해 효율을 높이고 그 외 동선이 겹치는 구간에는 사이니지를 적용했다. 도입 초기 단계인 만큼 로봇과 인간도 서먹할 수 있기에 서로를 배려하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물론 처음에는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임직원 모두 로봇 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어떻게 속도를 조절하며 부딪히지 않도록 하는지 충분히 검토했다. 로봇 서비스는 무엇보다 사용자 경험이 중요하며 이는 실험을 통해 점점 더 개선할 것이다.

인간과 로봇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는 1784의 아트리움.
인간과 로봇 그리고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디자인 언어는 무엇인가?

로봇과 자연의 본질에 집중한 디자인이다. 자연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한다면 로봇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데 궁극적으로 둘 모두 인간의 생활이 윤택해지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임직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로봇의 이동 경로를 탐색해 건축물에 반영하고 자칫 건조할 수 있는 공간에 단순히 흉내 낸 자연이 아닌 실제 자연물을 식재하면서 이 모두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글 정인호 기자 자료 제공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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