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C SEOUL

LCDC SEOUL은 오픈과 동시에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LCDC SEOUL
LCDC SEOUL 외관. 자동차 정비 공장과 구두 공장이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문화 공간으로 진화했다.

LCDC SEOUL은 오픈과 동시에 성수동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공간을 꿈꾸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기획자, MZ세대와 함께 호흡하며 말이다.

팝업 전용 공간 DDMMYY.

오늘날 서울은 그야말로 힙 플레이스의 천국이다. 연일 트렌디하고 매력적인 공간이 쏟아지니까. 하지만 대부분 반짝 인기에 그치고 만다. 소리 소문 없이 기억에서 사라진 공간이 어디 한둘인가. 이 도시는 화려한 연출과 순간의 눈요기만으로는 공간의 지속 가능성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가는 중인 듯하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공간은 어떻게 성취될 수 있을까? LCDC SEOUL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3층 도어스의 팝업 공간. 지난 1월에는 토일렛페이퍼 뷰티의 팝업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2021년 12월에 문을 연 LCDC SEOUL은 기존의 복합 문화 공간이나 상업 시설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견고한 스토리텔링이 공간 저변에 흐른다. 이러한 특징은 네이밍에서도 발견된다. LCDC는 ‘Le Conte Des Contes(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약자. 17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Giambattista Basile가 수집한 이야기 모음집의 제목이기도 한데, LCDC SEOUL은 이러한 개념을 확장해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모인 공간 플랫폼을 지향한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인다. B동 1층의 브랜드 팝업 공간 DDMMYY가 대표적이다. 날짜 표기 방식에서 착안한 이름처럼 날짜를 바꿔가며 새로운 이야기로 공간을 채운다. 절묘하게 시간을 ‘디자인’해가며 진행하는 팝업 스토어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기획자들에게 적잖은 영감을 준다.

LCDC SEOUL 외관. 자동차 정비 공장과 구두 공장이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문화 공간으로 진화했다.

3층 도어스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한아조, 오이뮤, 글월, 셀렉트마우어, 듀이데저트, 요안나 등 6개의 개성 있는 브랜드들이 문 하나를 두고 복도식 공간을 따라 늘어서 있다. 문이란 얼마나 매력적인 매개인가. 〈몬스터 주식회사〉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그려진 것처럼 하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경계의 상징이 바로 문이다. 문 너머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내는 브랜드들이 LCDC SEOUL의 콘텐츠를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일곱 번째 문 너머에 위치한 또 하나의 팝업 공간 역시 LCDC SEOUL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동력을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카바 라이프, 오뚜기, 토일렛페이퍼 등의 팝업 전시가 열렸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알아챘겠지만, ‘이야기’라는 코드와 더불어 LCDC SEOUL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은 ‘시간성’이다.

LCDC 뮤직 현장.

짧은 기간 공간을 점유하는 팝업 공간 외에도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카페(1층)와 편집매장(2층), 루프톱 바(4층) 등을 적절히 배치해 다양한 길이의 호흡을 갖춘 공간들을 한데 응집시켰다. 감도 높은 이곳의 공간 디자인은 LCDC SEOUL이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비언어적 이야기다. 최근 이들은 한층 진화된 형태의 시그너처 콘텐츠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일명 ‘LCDC 뮤직’이라는 프로젝트인데 다양한 뮤지션들이 매달 한 번씩 중정에서 공연을 펼친다. 멜로망스, 가호, 홍이삭 등이 참여했으며 LCDC SEOUL 오픈 1주년이었던 지난해 12월에는 이들의 라이브 음원을 담은 첫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lcdc.music). 탄탄한 브랜딩 전략과 독창적 디자인, 여기에 자생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어야만 비로소 지속 가능성의 필요충분조건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LCDC SEOUL은 몸소 보여주는 중이다.
lcdc-seoul.com lcdc.seoul
글 이경희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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