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벽화 크기로 만나는 스트리트 아트 작품들

스트리트 아트 전문 뮤지엄, Straat

화이트큐브의 한계를 벗어나, 거리의 벽에 그려진 스트리트 아트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 NDSM 부두에 위치한 ‘STRAAT(스트라트)’ 미술관이다.

실제 벽화 크기로 만나는 스트리트 아트 작품들
© STRAAT Museum, Amsterdam

비주류 예술로 여겨졌던 스트리트 아트는 이제 회화, 디자인, 광고, 패션 등 예술과 문화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셰퍼드 페어리(OBAY)의 버락 오바마 포스터는 공식 선거 포스터로 지정되었고, 뱅크시의 작품은 거리가 아닌 미술 경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구찌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은 그래피티를 마케팅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거리 조경을 위한 공공디자인 분야에서도 활용되며 스트리트 아트는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오고 있다.

영향력이 강해진 스트리트 아트는 갤러리와 미술관의 문턱을 넘기도 했다. 많은 스트리트 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전시는 물론, 소장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화이트큐브에서 만나는 스트리트 아트는 거리에서 만났을 때보다 감흥이 덜하다. 거칠고 넓은 벽 위에 그려진 스트리트 아트의 열정과 자유분방함,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 STRAAT Museum, Amsterdam

180개 이상의 그래피티 작품이 걸린 곳

화이트큐브의 한계를 벗어나, 거리의 벽에 그려진 스트리트 아트의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쪽, NDSM 부두에 위치한 ‘STRAAT(스트라트)’ 미술관이다. 스트리트 아트 전문 미술관인 스트라트는 180개 이상의 그래피티 작품이 실제 벽에 그려진 크기로 전시되어 있다.

스트라트 뮤지엄은 유럽 최대 부두 중 하나였던 NDSM에 있는 용접 창고를 개조한 것으로, 2,400평(8,000㎡)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이 용접 창고에서는 원래 암스테르담의 유명 벼룩시장이 열렸었다. 이때, 이벤트의 일환으로 지역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을 초청하여 벽화를 그렸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그래서 벼룩시장 운영 단체는 스트리트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덕분에 창고 안에는 점점 스트리트 아트 작품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아예 용접 창고를 스트리트 아트 전용 미술관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와 본격적으로 미술관 설립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로 스트라트 뮤지엄이 2020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160점의 작품이 전시되었으나, 2024년 현재는 170명 이상의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그린 18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알렉스 페이스(Alex Face), 크리스 다이어(Chris Dyer), 밀로(Millo) 등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소장품 중에는 한복 벽화로 유명한 심찬양(Royyal Dog) 작가의 작품도 있다.) 전시 작품은 벽화, 캔버스 외에도 설치 조각과 라이트 박스 등 형태가 다양하여 새로운 형식의 스트리트 아트 작품도 볼 수 있다. 스트리트 아트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거리의 예술인 스트리트 아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오래 보존되지 못한다. 법적 제재로 강제로 지워지거나, 기후 및 주변 환경에 의해 풍화되거나, 다른 작가에 의해서 덮이기도 한다. 그래서 보고 싶은 작품을 다시 볼 가능성이 적다. 스트라트 뮤지엄은 이런 걱정없이 보고 싶은 작품을 계속 볼 수 있고, 아카이빙을 하여 한 예술 장르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다.

© STRAAT Museum, Amsterdam

하얀색 벽 위에 그림이 걸린 기존의 갤러리, 미술관과 달리 스트라트 뮤지엄은 가로 1m, 세로 0.4m 크기의 캔버스 겸 벽이 넓은 미술관 공간을 가득 채운다. 크기가 가장 큰 작품은 가로 1.5m, 세로 0.7m에 이른다. 이 작품들은 전 세계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미술관에 와서 직접 그린 것이다. 스트리트 아트의 특징이자 매력 중 하나는 작가가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을 길 위에서 볼 수 있는 ‘현장성’인데, 스트라트 뮤지엄은 이를 미술관 안에서 구현한다. 운이 좋으면 작가가 미술관 현장에서 작품을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명 작가의 ‘라이브 쇼’가 펼쳐지는 것이다.

스트리트 아트를 더 가까이

© STRAAT Museum, Amsterdam

스트라트 뮤지엄은 스트리트 아트 전용 미술관으로서 스트리트 아트의 역사와 그림에 담긴 의미를 대중에게 알리고, 세계적인 작가를 소개하며, 미래의 인재를 발굴하고자 한다. 그래서 전시 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매주 주말에 열리는 가이드 투어는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스트리트 아트 투어 전문가가 스트리트 아트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하고, 각 작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전한다.

스트리트 아트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워크숍도 운영한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각 연령층에게 맞는 수업 내용으로 구성하여 스트리트 아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편견을 없애고자 한다. 어린이 워크샵에서는 보물찾기처럼 전시 작품을 자세히 보고 그 그림만의 특별한 점을 찾는 내용도 있다. 또한, 스트라트 뮤지엄은 스트리트 아트의 부흥을 위해 전문 교육도 진행한다. 지원이 필요한 젊은 작가에게 지원 프로그램을 연결해 주고, 기초부터 심화까지 교육의 각 단계를 전문적으로 나눠 스트리트 아티스트를 육성하는데 힘을 쏟는다.

© STRAAT Museum, Amsterdam

이외에도 미술관은 웹사이트를 통해 소장품을 공유하고, 스트리트 아트 신의 최신 소식을 전달한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작가와의 대화, 작업 다큐멘터리를 공개하여 스트리트 아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스트라트 뮤지엄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미술관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

미술관으로서 스트라트 뮤지엄은 스트리트 아트를 대표하는 컬렉션을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에 신(Scene)을 대표하는 작가의 기획전을 열고, 새로운 관점으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이는 주로 뮤지엄에 마련된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곳은 전통적인 화이트큐브이지만, 전시 내용은 현대적이고 급진적이다. 작년에는 스트리트 아트를 대표하는 작가 셰퍼드 페어리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스트리트 아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작가에게 초점을 맞춘 기획전시도 열었다. 갤러리에서는 (당연하게) 전시 작가의 작품을 판매한다. 아트 페어와 갤러리에서 스트리트 아트 작가가 그린 회화 혹은 프린트를 구매하는 것과 똑같다.

© STRAAT Museum, Amsterdam

미술관에서도 거리에서 스트리트 아트를 본 것과 같은 경험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스트라트 뮤지엄은 기존 미술관과 색다른 매력을 지닌 곳이다. 확실히 인쇄되거나, 작은 캔버스에 그려진 스트리트 아트 작품과는 감상이 다르다. 벽과 같은 크기로 그려진 전시 작품에선 힘이 느껴지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스트리트 아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보니 스트라트 뮤지엄은 스트리트 아트 애호가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사실은 미술관 방문객 수로 알 수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20만 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중 해외 관람객은 40%로, 이러한 사실은 스트라트 뮤지엄이 암스테르담의 관광 명소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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