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이 말하다 1976년의 한국 잡지 vs. 2012년의 한국 잡지
“우리나라 그래픽 디자인의 시작.” 박우혁 타입 페이지 대표, “아름다운 글귀와 내용, 편집 디자인까지 이 시대 잡지가 잃어버린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잡지.” 전범진 스튜디오베이스 대표, “한국 정서와 딱 들어맞는 잡지.” 김명한 aA디자인뮤지엄 대표. 디자이너라면 이 잡지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바로 <뿌리깊은나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여기에 말을 보탠다면 그건 사족이다. 한국 최초의 아트...
“우리나라 그래픽 디자인의 시작.” 박우혁 타입 페이지 대표, “아름다운 글귀와 내용, 편집 디자인까지 이 시대 잡지가 잃어버린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잡지.” 전범진 스튜디오베이스 대표, “한국 정서와 딱 들어맞는 잡지.” 김명한 aA디자인뮤지엄 대표. 디자이너라면 이 잡지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바로 <뿌리깊은나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여기에 말을 보탠다면 그건 사족이다. 한국 최초의 아트 디렉터였던 그에게 1976년과 2012년의 잡지에 대해 물었다. 이 인터뷰는 2월 3일과 2월 6일 양일에 걸쳐 7시간 동안 진행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온유하게 디자이너 생활을 지속하는 이상철의 균형 감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창덕궁 맞은편 가든타워에 있는 이가스퀘어에서 이상철을 만났다. 함박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그의 공간은 만물상과 책방을 합친 듯한 흥미로운 세계였다. 찰스 & 레이 임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마리오 벨리니 등의 가구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서점을 차려도 될 만큼 다양한 책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스튜디오에 책이 참 많습니다. 여전히 정력적으로 책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이걸 어떻게 다 보겠어요?(웃음) 내가 디자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니까 볼 수밖에 없지요. 식품, 패션, 화장품, 자동차 등 세상에는 다양한 업종이 있습니다. 물론 식당과 커피숍도 널려 있죠. 이런 일상적인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그러니 디자이너는 항상 시대를 읽는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더욱 라이프스타일 프로듀스를 하려면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컴퓨터 시대임에도 잡지와 책은 쏟아져 나오는데, 지금이 옛날보다 쓸모 있는 정보를 걸러내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보 과잉이에요. 예를 들면 유럽과 한국에서 책이 동시에 발행될 정도로 전 세계가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큰 흐름에 같이 갈 수 있어야만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책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물론 좋은 잡지도 꾸준히 봅니다.
해외 서적이 많은데 이 방대한 양의 책을 어떻게 구하셨나요?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 저희 파트너가 많습니다. 1년에 한두 번쯤 회의에 참석합니다. 특히 독일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데한국에서구할수없는좋은책이 많더군요. 업무가 끝나면 박물관과 서점에 가는 일이 전부입니다. 1년에 한두 번 가는 데도서점주인이날알아보고할인도 해줘요.(웃음) 잡지나 디자인 관련 서적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조금 망설여질 것도 같습니다. 간단히말해돈이드는일을한다는것은 그만큼 돈을 번다는 뜻이죠. (웃음) 그러나 나는 다른 취미 생활도 없고 먹고 입는 것에도 별로 투자를 안 해요. 게다가 일이 전부이고 일을 위해 사는 책인걸요.
시작할 당시에 존재하지 않았던 아트 디렉팅이란 개념을 처음에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뿌리깊은나무>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잡지이다 보니 나도 덩달아 잡지 디자인계에서 큰 역할을 한 것처럼 평가하지만, 내가 보기엔 특별히 한 일이 없어요. 전문적인 아트 디렉터가 없던 환경에서 디자이너가 주체적인 역할을 하며 참여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이 주목받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글과 편집 디자인 모두 편집자가 했지요. 나도 처음에는 디자이너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계속하다 보니 타이포그래피나 편집 디자인, 인쇄 제작 등에 대한 개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아트 디렉터’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도 해외 매체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단어가 무슨 뜻일까?’, ‘잡지에서 아트는 어떤 영역일까?’ 고민하며 외국 잡지를 눈여겨보다 ‘그건 잡지의 시각적인 부분을 디렉션하는 사람이겠구나’ 짐작했지요.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잡지 성격에 맞게 편집 디자인을 조율하는 사람이 아트 디렉터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면이 전부는 아닙니다. 잡지 내용을 알아야 이를 시각적으로 연결할 수 있으니 먼저 글의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편집 회의 때 편집장이 그달의 편집 기획 의도를 제시하면 아트 디렉터는 시각적으로 이를 잘 풀어내야 합니다. 글자에도 시각 이미지가 있고, 서체 크기와 조판 기준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게다가 제목 처리나 사진, 일러스트, 색채가 들어가면 더더욱 달라지지요. 전체 편집의 시각적인 기본 구조를설계할뿐만아니라그기본구조를 구체화하는 사람이 아트 디렉터입니다.
국내에 아트 디렉팅이라는 개념이 없을 때 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을 듯합니다. 참고한 외국 서적이 있나요?
외국 잡지에서 오랫동안 지켜온 보편적인 편집의 틀을 찾아봤습니다. <룩Look>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타임Time> <플레이보이Playboy> 같은 잡지를 눈여겨봤습니다. 이 잡지들이 사실 내게 교과서 역할을 했지요. 이런 잡지를 통해 <타임>은 어떻게 <타임>의 느낌을 주는지 그 질서를 찾기 위해 샅샅이 분석했습니다.
한문 이름이 주류이던 시대에 <뿌리깊은나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요?
발행인 한창기 씨가 본격적인 교양·문화 잡지를 만들기로 계획한 뒤 잡지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내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당시 화제였던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의 소설 <뿌리>가 떠올라 ‘뿌리’라는 단어를 제안했지요. 기존의 잡지 이름이 큰 의미를 담는 것이 대부분인 것에 비해 ‘뿌리’라는 단어는 작지만 우리말로 근원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 좋았어요. 한국 사회에 뿌리가
될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창기 씨는 ‘뿌리’를 듣자마자 용비어천가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때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 두 잡지의 제목이 모두 나왔습니다.
잡지를 처음 디자인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뭔가요?
잡지는 사람이 들고 다니며 지하철이나 거리에서도 읽을 수 있는 크기와 두께여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손에 쥐기 편한 잡지 판형을 거꾸로 유추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게 200쪽 내외의 4·6판(127×188mm의 판형)이었습니다. <뿌리깊은나무>는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추구했습니다. 그렇기에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게도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도입했지요. 제일 어려웠던 건 자간과 행간이었습니다. 당시에 사용하던 글자체는 세로쓰기를 전제로 개발했기에 이를 가로쓰기로 바꾸니 글줄의 흐름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글을 읽을 때 낱자로 인식하지 않아요. 이를테면 ‘주전자’는 ‘주’, ‘전’, ‘자’를 따로 인식해 ‘주전자’라는 단어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주전자’라는 단어가 한 덩어리로 읽혀야 그 개념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활판과 사진 식자로 인쇄하던 시기에 <뿌리깊은나무>를 발행했는데, 당시에는 활자나 사진 식자의 글자 하나하나의 간격이 넓어서 하나의 단어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글자가 네모 틀 글자이다 보니 가로획 글자와 세로획 글자가 서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글자 간격과 중심축이 달라 글자의 간격이 일정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진 식자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자간을 조절해 일명 ‘마이너스 스페이싱’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글자 한 자 한 자를 칠 때마다 수동으로 기계 조작을 하기 힘들었죠. 미친 사람 취급까지 했어요. 기계가 이미 그렇게 자간을 인식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일일이 글자를 조절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와 디자이너들이 인화된사진식자조판을직접칼로한자한 자 잘라서 자간 조정 작업을 했습니다. 글자 간격이 고르게 보이도록 자간 조정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 겁니다. ‘주전자’가 한 단어로 보여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몇 번 잡지가 나오자 비로소 인쇄소 사장님도 마이너스 스페이싱을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알더군요. 그 뒤로는 그분들이 해주셨어요. 내가 미련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웃음)
본문과 사진을 다루는 <뿌리깊은나무>만의 원칙이 있었나요?
보통 글과 그림을 일대일 비중으로 실었습니다. 화보 위주의 편집으로 전환되던 시기에 글이 있어야 그림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글만 가는 편집도 많았습니다. 표지부터 내지까지 전체가 한몸처럼 보이게 그리드 개념을 적용했습니다. 모든 원고와 사진이 그리드 안에서 움직였지요. 정확한 그리드가 있으니 <뿌리깊은나무>의 원고지까지 그리드에 따라 따로 만들었습니다. 한 단에 들어가는 원고 길이가 표준화되었으니까요. ‘그리드’라는 편집 시스템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해야 잡지 안에 숨은 질서가 생길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한참 뒤에 그리드 관련 책을 우연히 봤습니다. 내가 허투루 디자인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죠.
‘한창기와 이상철’은 잡지업계의 전설적인 호흡을 보여준 파트너입니다. 들려줄 만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우리두사람은서로별다른갈등이 없었습니다. 발행인의 의지가 확고해 디자인 방향도 확고했습니다. 발행인, 편집장,미술장 모두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한창기 씨가 시각적인 안목도 워낙 남달랐지만 문장에 대한 관심 또한 지대했어요. 논리적인 문장을 중요시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대학 논문이라도 언문만 깨친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를 청탁할 때 리라이팅이 있을 거라고 미리 예고했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은 쉽고 편하게하면서도글쓰는건참어려워해요. 우리의 기획 의도를 이해하고 쉽고 논리적으로 글을 써주는 필자가 소중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선생님은 ‘잡지에는 시스템과 유능한 스태프가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나는 잡지의 성격과 발행인의 의지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편집, 디자인, 사진 등 모든 담당자가 잡지의 성격에 맞게 움직여야만 합니다. 이 시스템이 잡지를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뿌리깊은나무>가 아주 짧게 존재했음에도 여전히 좋은 잡지로 회자되는 건 흥미나 새로운 정보만 전달하는 잡지가 아니고 우리의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일관되게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한 발행인이 워낙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발행인이 원고 수정을 요청한 부분이 있는데 마감 때문에 그냥 인쇄소로 넘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고치기 위해 인쇄 자체를 포기한 일화도 있습니다. 한창기 씨와 함께 일한 직원들은 아직도 그분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나 역시 한창기 씨를 만나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뿌리깊은나무>를 통해 보여준 잡지 디자인은 이상철 스타일로 한국 디자인계에 자리 잡았습니다. 무엇이 ‘이상철 스타일’이었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시간과 돈에 쪼들려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당장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싫습니다. 생각을 하고 디자인하면 단순하든 복잡하든 완성도가 생깁니다. 그런데 늘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꾸준히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나만의질서가있다는걸알게됩니다.나 역시 ‘나의 질서’라고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오랫동안 축적된 나의 질서를 기준으로 문제의 핵심을 찾게 되지요.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을 흐리는 다른 요소가 있다면 하나하나 빼나갑니다. 그래야 메시지가 강해지니까요. 이런저런 가능성을 충분히 모았다가 거꾸로 덜어내는 거죠. 이게 내가 디자인하는 방법입니다.
선생님이 최근 흥미롭게 본 한국 잡지가 있나요?
요즈음 라이프스타일과 디자인 잡지를 꾸준히 봅니다. 서툴더라도 어떤 시도를 한 노력이 보이는 잡지라면 눈여겨봅니다. 한국 잡지 중 계간 <그래픽>이나 브랜드 다큐멘터리 매거진 <B>가 흥미롭습니다.
요즘 국내 잡지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디자인 관련 잡지는 늘 훑어보지만 솔직히 국내 잡지를 자주 보지는 않습니다. 최근에 잡지 코너를 둘러보면 우선 잡지의 가짓수가 많아진 게 눈에 띄고, 디자인이나 리빙, 여행, 라이프스타일 관련 잡지가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전문지가 전문지답지 못하더군요. 이게 의료 전문 잡지인지, 조경 전문 잡지인지, 건축 전문 잡지인지 알 수가 없어요. 전문 잡지는 전문가가 보는데, ‘취재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걸 골랐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발로 취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료집처럼 만드는 것 같습니다. 광고가 아닌 판매 부수로 유지되는 잡지여야 ‘발로 취재하는 잡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 대중 잡지조차 10만 부 판매가 힘든데 전문지는 더더욱 힘들겠죠. 더구나 외국 라이선스 잡지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하고요. 이런 악조건을 견디고 한국에서 잡지를 잘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광고 때문에 잡지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독자도 있지만, 사실 광고가 없으면 잡지의 생존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뿌리깊은나무>는 광고조차 자체적으로 디자인했지만, 일반적으로 잡지가 모든 광고에 손을 댈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뿌리깊은나무>는 반소비 잡지라는 낙인이 찍혀 광고 유치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반면에 <뿌리깊은나무>가 내세우는 가치 때문에 점차 광고주가 늘어나기도 했지요. 잡지의 이미지 관리를 위해 더러는 광고 디자인을 서비스로 해주었어요. 결코 좋은 선례는 아닙니다. 광고 유치가 잘되어야 좋은 잡지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 <카사 부루투스>는 잘 팔릴뿐더러 광고도 잘 들어옵니다. 일본은 연령, 계층, 취미 생활 등을 기준으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맞는잡지를골라볼수있는 사회입니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종합 생활 잡지라야 광고 유치가 쉽습니다. 이런 점이 한국 잡지 시장이 떠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잡지 선진국인 일본에 비해 한국의 잡지 시장이크지않은게가장큰문제점이 아닐까요?
구수나 시장 규모의 문제보다 생활 문화가 안정되어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경제력에 상관없이 그들만의 생활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5천만에 가까운 인구가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시장이 작아서 한국 잡지가 안 된다는 건 핑계입니다. 볼만한 잡지를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성격이 분명한 잡지라면 1000부를 찍더라도 1000명이 공감할 겁니다. 명확한 타깃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분석해 만든 라이프스타일 잡지라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귀가 솔깃해지는 이야기인데, 그런 잡지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잡지는 한발 앞서서 사회와 독자를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노클>도 결국 이런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모노클>의 독자층은 아주 명확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 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정보를 제안하는 거죠. 바쁜 비즈니스맨에게 필요한문화,예술,경제등다양한영역의 정보를 함축성 있게 전달합니다. 더구나 시대 감각을꿰뚫어보고있어요.이시대에맞는 잡지입니다.
잡지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컬러스Colors>의 아트 디렉터 올리비에로 토스카니(Oiviero Toscani)가 오래전에 한국에 왔을 때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컬러스>라는 잡지를 어떻게 개발하게 되었는지 물었죠.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잡지의 역할이 되어 결과적으로 인간의 삶을 황폐화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토스카니는 사람의 참모습이 담긴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고, 그래서 인류가 외면하고 싶은 사회 현상을 있는 그대로 충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컬러스>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듯이 물질이 우선되는 세상에서 사람이 우선되는 세상으로 균형 잡힌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다양한역할을잡지가할수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