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없는 디자인, 로 에지 (Raw Edges)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의 동갑내기 디자이너 야엘 메르Yael Mer(인물 사진 왼쪽)와 샤이 알칼라이Shay Alkalay가 2007년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부부이자 디자인 파트너인 두 사람은 1998년 예루살렘의 베잘렐 아트 디자인 아카데미Bezalel Academy of Art and Design에서 처음 만나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함께 공부했다. 스텔라 맥카트니, 루이 비통, 카펠리니, 비트라, 모로소와 협업했으며 iF 디자인 어워드, 더치 디자인...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의 동갑내기 디자이너 야엘 메르Yael Mer(인물 사진 왼쪽)와 샤이 알칼라이Shay Alkalay가 2007년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부부이자 디자인 파트너인 두 사람은 1998년 예루살렘의 베잘렐 아트 디자인 아카데미Bezalel Academy of Art and Design에서 처음 만나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에서 제품 디자인을 함께 공부했다. 스텔라 맥카트니, 루이 비통, 카펠리니, 비트라, 모로소와 협업했으며 iF 디자인 어워드, 더치 디자인 어워드,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수상했다. raw-edges.com
야엘 메르와 샤이 알칼라이는 처음부터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영국 왕립 예술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당시 학장인 론 아라드에게 배우며 총애를 받았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이 함께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인 로 에지는 설립 1년 만에 2008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이스태블리시드 & 선스Established & Sons와 협업한 ‘스택Stack’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움직일 때마다 형태가 끊임없이 변하는 서랍장으로, 흥미로운 디자인 이면에 매우 단순한 프로세스를 내재해 당시 화제가 되었다. 이 스택으로 2009년 엘르 데코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마이애미의 ‘디자이너 오브 더 퓨처’로 선정되었다. 끓는 염료에 요리하듯 목재를 넣어보거나 세라믹 타일 제작을 위해 종이로 금형을 만드는 이들의 아이디어는 늘 일반적인 방식을 거부한다. 메르가 평면의 재료를 입체화하는 데 집중한다면 알칼라이는 이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관심이 많다. 각자의 관심 영역을 깊이 연구한 후 결합하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다. 듀오나 파트너십으로 일하는 스튜디오 중에서도 로 에지는 분명 서로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하고 시너지를 내야 하는지 명확히 안다. 스택 이후 2009년에 네덜란드 가구 기업 아르코Arco와 선보인 캐비닛 피봇Pivot은 이들에게 상업적 성공까지 안겨주었다. 이후 로 에지는 이스태블리시드 & 선스와 두 번째로 진행한 ‘월 투 월Wall to Wall’ 프로젝트, 스텔라 맥카트니 매장의 플로어, 두꺼운 종이를 접어 만든 듯한 모로소Moroso의 의자 케니Kenny,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매드 컬렉션으로 진행한 콘세르티나 컬렉션 등으로 이름값을 올렸다. 로 에지의 작품은 마치 3D로 보는 수채화 같다. 영국 채츠워스 하우스에서 선보인 엔드 그레인End Grain 시리즈는 물감을 규칙적으로 흩뿌린 듯한 바닥에서 스툴과 벤치가 솟아오르는 듯한 연출을 시도한 것이다. 2013 스톡홀름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크바드라트Kvadrat와의 전시 디자인에서는 텍스타일을 활용해 숲속에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들은 가구로 시작했지만 가구가 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그들 특유의 개성으로 이해하고 소화해낸다. 로 에지는 결코 특별한 방법으로 디자인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예산이 최적의 결과와 비례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로 에지의 작업은 더욱 흥미롭다. ‘일부러’는 아니지만 흔한 재료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디자인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다는 게 로 에지의 생각이다. 다른 요소보다 디자인이 오롯이 부각되는, 정면승부를 선택하는 고집이자 자신감으로도 보인다. 로 에지는 결코 과장되지 않지만 분명 눈에 띄는 인상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그들의 작품이 ‘권태기를 느낄 수 없는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엄청난 호기심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리서치,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이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개할 프로젝트는 다름 아닌 노루페인트와의 협업이다. 한국 기업과의 첫 번째 협업이 어떻게 연출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분명 로 에지다운 위트가 담긴,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한 디자인일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곳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런던은 이제 많은 부분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3개월간 모든 활동이 중단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점이 힘들었다. 하지만 도심에 아름다운 공원들이 있어 하루 한 시간이라도 야외 운동을 할 수 있는 게 다행이었다. 일에 쫓겨 살던 사람들에게 이 시기는 다른 관점으로 삶을 즐기는 방법을 찾게 해준 시간이었다.
이스라엘에서 유래한 춤을 모티브로 디자인 한 조명.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추는 춤의 형태에서 착안한 유려한 곡선형 조명은 움직 이면서 각각의 조각이 빛나도록 했다.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한국의 노루페인트와 함께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선보일 설치물을 준비 중이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내년으로 연기되었다. 이 환상적인 작업을 어서 선보이고 싶다! 이 외에도 지난 한 해 동안 비트라와 함께 새로운 액세서리 라인 ‘헤링본Herringbone’을 진행했는데 소재 자체에 아예 색이 스며들게 하는 기법인 디핑 프로세스dipping process를 적용해 패턴을 만들었다.
2013년 스톡홀름 디자인 페어에서 선보인 전시. 20개의 크라바트 원단을 사용해 1500개의 줄기를 달았다. 풍부한 컬러가 주는 공간감은 내부에 있지만 마치 바깥에 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다.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실 팬데믹이 어서 끝나길 바란다. 과학자들이 하루빨리 백신을 개발해 이 상황이 일시적 현상으로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 늘 관심이 많고 또 이를 존중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인간, 그리고 인간과의 실질적인 접촉을 통한 소통이다. 만약 우리가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생활하면서 스크린을 통한 소통만 허용된다면 삶은 매우 지루하고 우울해질 것이다.
글 양윤정 통신원
치약 짜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크라바트 소재를 사용했다. 디자인의 단순함 가운데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적용한 의자는 비정형적 형태에서 오는 신선함이 돋보인다. 이후 모로소에서 생산했다.